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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Info

[생리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호르몬 교란 작용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7. 9. 15.

생리대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되었다. 그리고 때마침 생리대 사용과 관련된 건강 피해 제보가 보도되면서 난리가 났다.

급기야 다이인(die-in) 시위. ㅎㅎ 준비할 거리가 없을 만큼 단순한 반면 나름 그림이 나오는 퍼포먼스는 다이인 만한 것이 없다. (시간을 내주시고 드레스코드 맞춰 주신 분들께 무한 감사! 준비할 거리 적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사무국 입장만 반영) 미국의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VE) 대표 알렉산드라도 생리대 다이인 시위 사진 봤다며 메일을 보내왔다.    


 사진 출처| 여성환경연대 플리커

결국 식약처는 생리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시험을 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보다 중요한 것은 생리대 속 유해물질이 실제 몸 속에 흡수되는지, 얼만큼 들어와야 건강 문제가 생기는지 가늠하는 위해성 평가, 그리고 건강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의 경험을 살피는 역학조사다.

지금은 여성환경연대의 검출시험에 초점이 맞춰져 살충제 잔류 성분이나 향 성분에 대한 문제제기는 뒤로 빠지고 오직 휘발성 유기화합물만이 각광(?)을 받고 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뿐 아니라 유럽 생리대에서 검출되었다는 살충제 성분도 밝혀져야 한다

어쨌든 생리대 검출시험 결과에서 새집 증후군의 원인 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나왔을 때, 늘 비빌 언덕이 되어 주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최인자 분석팀장에게 물어봤었다. “그거 공기로 들이 마시는 유해물질 아니에요? 새집, 새 가구, 새 인테리어에 사용된 합성수지나 접착제에서 나오는 본드 냄새 같은 거. 피부로도 흡수되나요? 잘 몰라서요.”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경우 대개 공기에 방출돼서 호흡기로 들이마시는 경우가 많다. 생리대에서 나온 유해물질을 코로 들이쉬는 것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는 걸까. 그때 최인자 팀장은 유기화합물이 원래 지질에 녹는 성질이 있으니까 피부에 닿을 때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제야 이 검출시험이 의미가 있는 거구나, 하고 이해했다.

몇 주전 생리대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결과가 보도되자, 사무실 1층에 있는 바오밥 커피의 주인장께서 해외 기사를 제보해주셨다. 바로 생리대에서 검출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신체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한다는 논문을 소개한 2015년도 기사였다. (그 집 커피와 꿀커피가 갑! 여름철 에어컨 없는 사무실을 탈출할 때, 혹은 일에 지쳐버릴 때 바오밥피난처에 가서 커피 한 잔. 그러다 이렇게 기사도 물어오고. 으흐흐흐)

기사 원문 링크

http://www.environmentalhealthnews.org/ehs/news/2015/apr/endocrine-disruption-hormones-benzene-solvents



요지인즉슨, 미 환경청이 안전하다고 정한 미량의 농도에서도 벤젠, 자일렌, 톨루엔, 에틸벤젠이라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내분비계 시스템을 교란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벤젠, 자일렌, 톨루엔, 에틸벤젠은 모두 이번 생리대 검출시험에서 미량이나마 검출된 성분들이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에틸벤젠은 어린이용품에 6번째로, 톨루엔은 소비자용품에서 7번째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화학성분이다. (출처: 미 환경청)   

호르몬은 신체가 잘 작동하기 위한 몸의 소통체계다. 따라서 호르몬이 교란되면, 온갖 종류의 부정적인 건강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미주리-콜롬비아 대학 부교수 Susan Nagel의 말) Nagel 교수의 연구실은 인체 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안드로겐과 에스트로겐 호르몬(성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작용을 증명한 바 있다.” 

그렇지만 피부노출계수나 함량, 노출 시간 등을 고려한 위해성 평가, 혹은 그에 대한 기초조사가 나와야 건강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그 동안 전세계가 대동단결해 사보타주라도 한 것마냥 생리대나 여성용품에 대해 참고할 만한 연구가 별로 없다. 그러니 시간도 많이 걸릴 거고 논란도 많이 될 거고, 이미 소송 건도 터져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딜 가도 생리대 유해물질 걱정을 하며 뭘 써야 하냐고 묻는다. 깐깐하고 극성 맞은 사람들만 쓰는 것 같았던 면생리대를 보는 시선도 확, 달라졌다. 10년 전 집에 새로 들어온 룸메는 내가 널어놓은 알록달록한 면생리대를 보며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이고, 하는 얼굴로 덧버선이냐고 물었었다. 지금은 사무실 컴퓨터를 고쳐주시는 단골 수리점 기사님도 생리대 이야기를 건넨다. 면생리대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소문이 들려온다. 생리대에 처음 쏟아진, 이 바짝 달궈진 관심이 안전한 생리대를 만드는 거름이 되고, 건강 피해를 입었다고 나선 여성들의 진실을 밝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