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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상암동] 비빌기지에 비벼보아요.:)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5. 10. 19.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맞은 편에는 아주 커다란 공터가 있습니다.  

대형버스들이 한 100대 정도 주차해도 끄덕 없어 보이는 커다란 공지인데,

원래 석유비축기지로 이용되던 땅이라고 하네요. 

제가 몇 년 전 처음 이 곳을 방문했을 때는 폐목재를 수거해 주문제작가구를 만드는

<문화로 놀이짱>에서 집 리모델링을 위해 필요한 폐목재를 사기 위해서 였습니다. 


요즈음 <문화로 놀이짱>만 있던 이 석유비축기지의 땅이 대안적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도시농부장터 마르쉐@을 운영하는 마르쉐@ 친구들의 사무실이 한 켠에 자리잡았고,

홍대다리텃밭에서 선보였던 푸대자루 텃밭 상자가 곳곳에서 가을날 햇살을 만끽하고 있네요.

석유비축기지는 화석연료가 쇠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준비하는 이 시대에 맞춰

대안공간으로 속속들이 변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포구에 사신다면 자전거 타고 오셔도 한적하니 좋아요.:)

이름하여 청춘과 대안들이 마음을 비비는 '비빌기지' 되겠습니다. 


그리고 '슬로라이프'로 유명한 일본의 인류학자 쓰지 신이치 샘께서 

이번에 비빌기지를 방문하셔서 가을의 정취를 온 몸으로 맞는 오후의 간담회를 가졌답니다. 


그날, 비빌기지와 그곳에 모여든 대안적 기운의 물결, 그리고 사람들. 

그 분위기를 전합니다. 












그리고 쓰지 샘과의 간담회를 위해 마르쉐@ 친구들에서 준비한 눈부터 호사하고 입으로 가는 음식을 소개합니다. 







텃밭에서 나온 당근 요리



비트 수프(?) 




견과류와 채소 무침



 수제 요구르트        

이 날 수많은 어록을 남기신 쓰지 신이치 샘답게 마음을 촉촉히 적시는 어록을 또다시 쏟아내셨지요.

여성환경연대 살림꾼 정희정 반장님께서 기록하신 몇 말씀 공유 드립니다. 

부디 당신의 삶에도 대안이 깃들기를,

시스템도 바꾸어야 하지만, 시스템 이전에 우리 스스로가 시스템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 


오시는 길

121-849 서울시 마포구 성산 2동 515-19

 

서울월드컵경기장 서문 맞은편 월드컵경기장 앞 주차장 내 위치

http://norizzang.org/contact-us


쓰지 신이치 샘 이야기 






질문은 그 자체로 가치있다. 답이 없어도 된다.

슬로라이프페스티벌에서도 나온 질문인데, 다 모순이 존재한다.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 모두 그렇다. 그게 인생이다. 모순을 모순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런 내 자신이 훌륭하다고 여겨라. 

내 자신 속에 좋은 에너지가 움직이기 때문에 그 모순을 느낄 수 있었던 것. 

이 사회가 우리의 안좋은 점(욕심많고 제멋대로고 위에 서고 싶고 내려다보고 이기고 싶은 마음)을 

더 부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인류학자들은 호모 하이어라키(Hierarchy)라 칭하고 

인간의 본질은 상하관계이며, 폭력적이라고도 한다. 

그게 인간의 욕망이라고도 말한다. 이것이 현대 주류들의 생각이다. 

다 함께 나쁜 부분에만 포커스하는 것이다.


반면, 그 속에서 여러분은 좋은 면을 가지고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 스스로를 칭찬해줘야 한다. 그 고민이 언젠가 결실을 맺을 것이다.


또 자주 듣는 말은 세상이 이래서 선택지가 없다는 것.  

하지만, 선택의 폭은 확실히 존재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운전하다가 앞 차가 서있으면 경적을 울린다. 

그러나 경적을 울린다고 좋은 일은 없다. 화가 나고 불쾌감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다들 그것밖엔 방법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적을 울리지 않는 선택지가 있다. 경적 대신 명상의 종을 울릴 수도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게릴라명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이 있다. 

마인드컨트롤이라는 앱인데 30분에 한번씩 종소리가 들린다.


예전에는 명상시간이 아까워서 그 시간에 일을 하라고 했겠지만, 이젠 그 시간이 생산적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

톱클래스비즈니스계에서도 유능한 인재들을 모아왔는데, 

병에 걸려 쓰러지는 사람들이 많자 명상과 휴식을 도입하게 됐다고 하더라.

그런 나를 칭찬하고 안아주고 소중히 여겨주길 바란다.


근래 5년간 나의 관심은 나약함에 집중돼 있다. "나약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쓰고 있다.

인간의 본질이 나약함이라는 걸 알게 됐다. 

불교 기독교 등 종교의 본질도 거기에 있다. 

인간의 발생, 진화의 역사를 배우고 있는데,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을 따져보면 약함을 늘려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발달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 간난아이가 21개월 동안 뱃속에 있어야 하는데 9개월 만에 태어난다.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그냥 두면 죽는다. 반면, 말은 30분이면 일어나서 걷기 시작한다. 인간은 아주 약한 상태에서 태어나 약한 상태를 유지한다. 왜 그럴까. 고릴라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고릴라의 세계에는 이기고 지는 컨셉이 없다. 강약 컨셉, 갑을도 없다. 왜 없을까.  반면, 원숭이는 승리와 패배를 중요시한다. 강약이 있다. 원숭이는 고릴라로 진화했다. 즉 승패있는 사회에서 승패없는 사회로 진화한 것이다.


한 자 앞에서 눈을 피하는 것, 잇몸 보이면서 웃는 것 등은 내가 약하다는 표정이다. 

원숭이나 사람들에게선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고릴라는 그렇지 않다. 

부부가 싸우려하면 아기고릴라가 부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이내 싸움이 끝난다.

인간은 고릴라에서 진화했다. 

나약함을 가운데 두고, 상하관계를 만들지 않는 것. 모든 사람은 나이 들고 병들면 약해진다. 

아이 때 약하다. 임신 중에 약하다. 다양한 약함이 있다. 생각해보면 그게 인생이다. 

내가 강하고 상대가 약하다는 관계를 만들지 않는 것, 그것을 사회에서 실현하는 것.

역사를 돌아보면 세계 곳곳에서 승패없는 사회를 실현해왔다. 

지금의 문명시대는 고릴라에서 원숭이로 가고 있다. 하지만, 가족, 커뮤니티에선 고릴라로 살고 있다. 

협력과 교류, 증여하고 공감하며 산다. 그걸 사회적으로 실현하지 못해 고민하는 것, 그게 문화운동이다.


슬로라이프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리적인 늦음을 떠올리지만 그게 아니다. 

슬로는 관계를 말한다. 

사물과 사람, 나 스스로와의 관계. 자연을 위해 시간을 쓰지 않는 우리. 

아이에게 그림책 읽어주는데도, 시간 없어서 동화 내용을 축약하기도 한다. 

일곱난장이를 넷으로 줄이기도 한다. 그런식이었다. 

가장 소중한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시간을 쓰지 않는다. 

시간은 내 스스로가 가진 유일한 것이다. 

물건은 임시적인 것이다. 내가 가진 건 시간이 다다. 

내 아내와 자식도 내 소유가 아니다. 

다만 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내가 가질 수 있을 뿐이다. 

내가 가진 게 시간밖에 없다면 남에게 그걸 줄 수 있는 게 행복이다.

그러나 시간을 주지 못하니, 행복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내가 말하는 슬로는 그것이다.

하지만, 직장상사, 남편 등이 시끄럽게 굴고 시스템이 도와주지 않는다.

필요한 때 마음 굳게 먹고 나서라. 목이 잘리고 수입이 준다고 해도.

 

가수 스티비 원더의 노래 중 "What time is it"이라는 노래가 있다. 

정답은 "지금은 사랑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