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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99%를 위한 서울의 공공자전거 '따릉이'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5. 11. 21.

“자전거를 탄 어른을 볼 때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절망이 줄어든다.” 

H.G. 웰스 『사이클 시크: 자전거가 아닌, 자전거를 타는 당신에 관한 이야기』


자전거 타는데 무슨 놈의 '시크' 탸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일상복 입고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한강길에서 국토종주에 나선 듯 '쫄쫄이 바지'와 고글로 무장한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홀로 소외감을 느껴봤다면... ㅠ.ㅠ (네! 우리 한국인은 뭘 해도 복장 먼저 프로페셔널하게 갖추고 시작합니다용~) 


민망한 쫄쫄이 바지를 입고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쫄쫄이 바지를 위한 자전거 길은 도시와 떨어진 경치 좋은 곳에 세워지고, 도심 내 도로는 털끝만큼도 건들지 못한다. 반대로 베트남, 덴마크, 네덜란드처럼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직장에 가고, 장을 보고, 친구 집에 놀러 가고, 동네 산책을 하면, 도로의 한 쪽 차선이 자전거를 위해 할당된다. 도시의 거리가 자동차와 자전거와 보행자에게 공평하게, 민주적으로 분배되는 도시라니, 얼마나 시크한가. (물론 베트남에서 자전거 타다가 이내 생명줄 안드로메다로 가는 줄 알았다. 도로가 민주적이 아니라 자유 방임적으로 돌아가다보니, 교통 약자인 자전거와 보행자가 교통 강자이자 네 발 달린 제일 무서운 동물인 자동차에게 휘둘리는 '매드맥스' 스똴의 약육강식 도로 같았달까.) 




대만 타이베이 시의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은 자전거 전용도로

(딘타이펑에 있는 시내 대로변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음)


게다가 서울은 ‘사이클 시크’에 걸맞은 핵심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페이스 헌터』에서는 서울을 “세계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이성애자 남자를 많이 볼 수 있는 도시 중의 하나”로 묘사한다. 그러니 이 시크한 오빠들이 헬멧을 벗고 간지를 폴폴 날리며 도시 한복판에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탄다면 얼마나 눈이 호사스럽겠냐는 말이다. 잘 노는 언니 오빠들이 많이 댕기는 홍대 부근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서교동, 상수동, 합정동, 연남동, 망원동 등 ‘핫 플레이스’를 잇고, 신촌 차 없는 거리까지 연결한다면! 


이런 생각을 불 붙인 것은 바로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 거리에 공공자전거가 나풀나풀 돌아다니는 풍경이 이내 보기에 '좋았드라'. '따릉이'의 경우 아직 안드로이드 앱만 나와있지만 결제와 자전거 대여와 반납이 스마트폰 모바일 웹에서도 가능하니, 아이폰 사용자도 사용할 수 있다. 또 카드를 발급받으면 스마트폰 사용자가 아니라도 사용이 가능한 듯 싶다. (전 아이폰 이용자라 카드 발급은 안 해봐서 보장은 못 해요~)  


나도 '자출족' (자전거 출퇴근족)이지만 외근이 많아서 울면서 (ㅠ.ㅠ 힝힝) 자전거를 집에 모셔두고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가 종종 있다. 이 날도 퇴근 후 시청 역 치과에 들렀다가 안국동 '페어트레이드 코리아' 샵에 들러 공정무역 선물을 사는 일정이라 집에 자전거를 모셔두고 나왔드랬다. 시청 역 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후 안국역까지 이 애매한 거리를 어떻게 갈까 고민 중 시청 역 앞에 두둥! 정갈하게 놓여있는 '따릉이'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회원가입, 대금 결제, 대여소 찾아 자전거 대여, 그리고 대망의 공공자전거 시승까지!! 두둥!! (보고 있나? 벨리브? 파리에 센강이 있듯 우리에게는 한강! 파리에 벨리브가 있듯 우리에게는 따릉이~-> 파리지엥에 대한 괜한 열등감으로 과도한 경쟁심 폭발)


이것이 바로 따릉이에 달린 단말기 (다 달리고 나면 얼마나 운동했는지 운동량 표시! 기특!!)


운동화가 아니라 요런 신발이라 시청역에서 안국역까지 걷기가 망설여지던 날! 따릉이 발견! 


자전거 불을 켜지 않아도 알아서 LED 등에 불이 들어와서 좋았음!


개인 정보를 넣고 회원 가입을 한 후 앱이나 모바일 웹을 통해 자신이 있는 곳 근처의 대여소를 찾는다. 대여소를 지정해 클릭하면 자전거가 몇 대 있는지 뜨는데, 그 중 자전거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선택한 자전거에 달린 단말기 전원을 누르면 비밀번호를 누르라고 나오는데, 회원가입 시 지정한 4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대여가 완료된다. (참, 쉽지용?) 단말기 옆에 있는 동그란 단추(?)를 끄집어 빼면 자전거 거치대에서 자전거가 분리된다. 


안국역 페어드레이드 코리아까지 무사히 도착! (여긴 8시에 문을 닫으니 부리나케 다다다 달려~) 1회 이용 1,000원에 1년 이용 30,000원으로 가격도 넘 착하고 주변 도심을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어 좋은데, 1회 제한 시간이 1시간이라 좀 아쉽다. 물론 공공자전거인 만큼 한 명이 자전거를 장시간 독점하지 않고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시간 제한을 두었을 텐데, 자전거 거치대가 서울 곳곳에 있지 않으니까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나는 합정역에서 회의가 있는 마포구청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자전거 거치대가 망원역에서 끝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의는 두 시간! 마포구청역까지 타고 가서 두 시간의 회의가 끝난 후 자전거를 망원역에 반납하고 싶어도 한 회당 사용 제한이 1시간이라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마포구청역 앞에도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면 자전가 타고 가서 거기다 반납하면 되지만, 자전거 거치대가 없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합정역에서 마포구청역까지 겨우 전철 2코스인데 이 거리를 자전거를 못 타고 가다니! 이거슨 시민의 발이 아니므이다.) 자전거 거치대는 현재 서울 4대문 안 (안국, 시청, 광화문, 을지로 일대), 홍대와 합정 근처, 여의도 일대에서 볼 수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동그란 버튼을 잡아 빼면 자전거가 거치대에서 분리된다.


자전거 대여와 반납, 반납시간 임박 등이 문자로 전송된다.


페어트레이드 코리아 '그루 gru'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자전거


따릉이는 이제 시행되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서울 곳곳에 편의점 수보다 더 많다는 교회 수 만큼이나 '우후죽순' 생겨나면 좋겠다. 어디서든 자전거를 타고 가서 반납할 수 있도록! 그때까지 따릉이의 건투를 빈다! 그런데 따릉이 거치대에 천장을 만들어주면 안 될까요? 비 오는 날 비를 주룩주룩 맞고 있는 따릉이를 보니 측은한 마음이... ㅠ.ㅠ 저는 밤에 자다가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앞마당에 세워둔 자전거가 짠해서 얼른 지하 주차장으로 피신시키거든요. 자전거 수명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비인데! 비 맞치면 자전거 수명이 확 짧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