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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House

꼴통 환경주의자라도 돌아서게 만들 생태적인 변기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12. 11.

나는 어린 시절 작은 마당이 딸린 주택에 살았는데 푸세식 화장실이 마당에 있었드랬다. 밤에 화장실에 가려면 두려움에 떨면서 참고 참다가 언니를 깨워서 마당의 화장실에 가야 했다. '전설의 고향'을 본 날은 언니도, 나도 밤에는 일절 물을 마시지 않았다. 내가 어릴 적에는 이렇게 푸세식 화장실을 나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내 나이 ㄷ ㄷ ㄷ) 그 시절 국민학교라 불리던 초등학교에도 푸세식 화장실이 응당 그렇게 학교 뒷마당에 놓여 있었고 지독히 더러웠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나는 약관 6~7세 즈음, 푸세식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면서 마당에 있던 오빠랑 말장난을 치다가, 글씨! 다리 한 쪽을 푸세식 화장실에 빠뜨린 경험이 있다. 그 날 엄마에게 엄청 맞으며 살갗이 벗겨지도록 몸을 씻었으며 화상을 입을 정도의 펄펄 는 물로 살균을 당했다. (철들고 깨달았는데, 우리 엄마 완전 욕 보셨다;;) 환경문제를 업으로 삼게 되면서 '똥이 밥이다', '똥이 자원이다'라고 입으로 되뇌였지만,  생태 화장실 하면 더럽고 무섭던 푸세식 화장실이 파블로스 개마냥 조건반사적으로 떠올랐다. 똥통에 몸소 빠져본 후 나는 한동안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고 볼 일을 보았으니, 빠질 위험 없이 편히 앉아서 볼 일을 보는 수세식 변기는 오오 구.원.

 

더럽고 무섭던 '푸세식 화장실=생태 화장실'의 공식이 깨진 계기는 캐나다 알곤퀸 공원의 화장실을 썼을 때였다. 알곤퀸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목공상자 화장실'은 냄새도, 불편함도 없었다. 빠질 위험도 없었다! 이후 본격적인 생태 뒷간들의 경험도 향긋했다. 똥과 오줌을 분리해서 퇴비를 만드는 생태 화장실은 전라북도 남원 실상사나 한강대교의 노들 텃밭, 강동구 텃밭 등에서 경험할 수 있는데, 탁 트인 야외 공간과 흙과 퇴비를 순환시킬 수 있는 땅이 있어야 가능하다.



알곤퀸 공원의 목공상자처럼 생긴 화장실



알곤퀸 공원에서 캠핑한 모습 (아아, 그립고나. 살아 생전 다시 가볼 수는 있는게냐)

화장실은 캠핑장 뒷쪽에 위치해 있다.




노들텃밭의 생태 화장실




강동텃밭의 생태 화장실

문 앞에는 개똥이가 '똥을 누는' 시와 그림이 보무도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집을 고쳐 이사하면서 나도'똥 화두'를 부여 잡고 화장실 수세식 변기, 너를 어쩌란 말이냐라고 물었지만 생태 뒷간을 서울시 마포구 다세대 빌라 4층에 모셔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 몸이 쏟아낸 유기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어 땅에 순환시킬 수 있는 '컴포스트 화장실'을 꿈꾸었지만 귀농하지 않는 한 도시 한복판에서는 불가능해보였다. 그래서 수세식을 쓰되 중수도 시스템과 절수 변기로 짱구를 돌렸다. 현재 나와있는 변기 중 가장 물을 적게 쓰는 4.8리터 토네이도 변기를 설치하고 변기 물탱크 안에 양변기 절수기를 설치했다.  또한 세면대에서 쓰고 버린 물이 물탱크에 고스란히 담겨 변기의 내리는 물로 재사용되게 만들었다.

(관련 포스트 http://ecolounge.tistory.com/268)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세탁기 헹굼물, 설겆이 헹굼물 등의 허드레 물을 모아 재사용하는 것을 영어로 'Grey water'라고 한다. 가정용수의 약 35%를 차지하고 성인의 하루 사용량이 42리터나 되는 수세식 화장실에 그레이 워터를 쓰면 딱이다!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 중에도 그레이 워터를  변기에 재활용한 곳이 생겨났다. 화장실에는 변기물이 약간 노랗더라도 재활용된 물이니 이해해달라는 알림판이 달려 있었다. 수세식 화장실이 환경에 부담을 주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물자원과 수돗물 정수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그런데 거리에 껌만 뱉어도 잡아 간다는 싱가포르의 대학 캠퍼스에 '생태 화장실'이 만들어졌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에 설치된 이 화장실은 오줌과 똥을 분리 수집해 오줌은 질소, 인, 칼륨을 공급하는 퇴비로 만들고, 똥은 메탄을 이용한 바이오가스 에너지가 된다. 똥에서 뿡~뽑아낸 바이오가스는 가전제품을 돌리는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고 부엌의 가스레인지에서 가스 대신 대체 원료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 기특한 화장실은 수세식 화장실처럼 물을 사용한다. 그러니 푸세식 화장실처럼 더럽거나 무섭지도 않고, 생태 화장실처럼 아래에 쌓여서 퇴비로 만들어지는 똥 오줌을 두 눈 번연히 뜨고 찾아도 찾아볼 수가 없다. 물은 사용하지만 기내 화장실처럼 공기가 쏙 빨려 들어가는 진공 화장실 방식이라 최대 90%까지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일반 변기는 한 번 물을 내릴 때마다 4~6리터를 사용하는데 싱가포르의  '생태 변기'는 오줌은 단 0.2리터, 똥은 1리터의 물만 사용한다.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텃밭도, 야외 공간도 없는 아파트나 다세대 빌라의 집 화장실에 '생태 변기'를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태변기의 모습

앞쪽의 샤워기처럼 구멍이 쏭쏭 뚫린 부분에는 오줌을, 크게 뚫린 뒷부분 구멍에는 똥을 분리해서 누도록 한다.

(약간의 트레이닝과 숙련 기간을 요함 ㅋㅋ)


쓰레기 해양투기를 금하는 '런던협약'에 가입했지만 우리는 미루고 또 미루다가 2013년부터 해양투기를 금지하기로 해 놓고서, 결국 또 1년을 미뤘다. 분뇨와 산업 폐수, 그리고 하수도 처리장에서 끝까지 남은 오염물 엑기스인 오니를 예전처럼 바다에 던져 버릴 수는 없지만, 더 이상 묻을 땅도 없고 처리할 기술도 없는 까닭이다. 우리 몸에서 배출한 똥오줌을 땅심을 돋우는 거름으로 순환시키고 조리하는 불로 태워서 음식을 만들어낸다면, 그래서 해양투기로 버려지는 쓰레기의 원천을 줄인다면! '아이 낳는 것 자체가 죄책감'이 드는 꼴통 환경주의자의 마음이라도 돌려 인간의 재생산을 긍정적으로 보게 만들 신기술이로다.     


싱가포르의 '생태 변기' 동영상 보기  



 

기사 출처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교

http://news.ntu.edu.sg/pages/newsdetail.aspx?URL=http://news.ntu.edu.sg/news/Pages/NR2012_Jun26.aspx&Guid=b00109d0-4a69-4db9-8dcb-3b4990f9539b&Category=@ntu


-BBC 뉴스

http://www.bbc.co.uk/news/technology-246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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