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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House

겨울철 바람 솔솔~'우리집 따숩게': 창호와 커튼 전편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12. 25.

20년쯤 되는 오래된 집에 살려면 몇 가지 각오가 필요하다. 


첫째, 어디선가 검정 물체가 움직인다 싶으면 십중팔구 바퀴벌레이니, 날라다니든 그 크기가 가히 스마트폰 만하든, 가진 것이 손바닥 하나 뿐이든 좌우지간 재빨리 때려잡을 수 있어야 한다. 나로 말하자면 죽은 쥐는 처리해 본 적이 있으나, 살아 움직이는 바퀴벌레는 죽은 쥐의 100만배쯤 무서워서 이사온 집에서 바퀴벌레가 사라지는 근 한 달 동안 공포에 질려 살았드랬다. (어쩌다 마주친 왕만한 바퀴벌레에 기겁하다, 우리 집 작은 방에서 자고 있던 카우치서핑하는 외쿡인에게 로밍 서비스로 전화해서 바퀴벌레 좀 잡아 달라고 했다.ㅠ.ㅠ 이런 것을 무료 숙박에 답하는 재능 기부라고 할랑가.)  음식물 쓰레기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붕산과 설탕을 섞어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곳에 두었더니 한 달 쯤 후에 바퀴벌레는 사라졌다. 그래도 옛날 집들은 '상상 이상의 것을 상상할지어다' 버전으로 가끔 왕거미가 천장에서 내려와 있기도 하고 지네처럼 생긴 아이가 멀쩡하게 방 안을 거슬러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Hi, Jane'을 '하이, 지네'로 발음할지어다. 이사 들어오기 전에 집을 3개월 이상 비워두었는데 그 여파로 절지동물군이 집을 장악한 탓이다. 인간의 기척이 느껴진지 3개월 쯤 후에 그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인간이 제일 독한 놈이랑께)  


둘째, 큰 돈 쓸 각오를 하고 샷시와 창틀, 외부로 통하는 문을 모조리 교체하던가, 아니면 깨알같이 창틀과 문의 빈틈을 채워야 한다. 20년쯤 되는 세월 탓인지, 처음부터 딱 들어맞게 설치되지 않았는지, 그 모두의 탓인지 알 수 없지만, 옛날 집들의 창틀과 문의 빈틈을 모두 합하면 중간 크기 정도의 창문이 뻥 뚫려 있는 것과 같다. 그 사이로 보일러로 데워놓은 공기가 쏭쏭 빠져나가고 영하의 공기가 실내로 마구 유입된다. 겨울철 방 한 칸의 창문이 24시간 내내 열려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집에 이사오기 전에 창틀의 빈틈을 꼼꼼이 살폈다면 거실의 전면창 뿐 아니라 모든 샷시를 바꾸었을텐데, 거실 샷시 값을 치르고 보니 다른 창들의 빈틈으로 공기가 세어나가건 말건 다 괜찮다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그 때는 5월이었거든요. ㅠ.ㅠ 한지문에 구멍 뚫린 것처럼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12월이 되자 창틀의 빈틈들이 우주의 블랙홀처럼 내 눈에 박혔다. 더군다나 알루미늄 샷시과 목재 샷시가 설치된 옛날 집의 유리창은 바람막이만 될 뿐, 기밀과 단열이라는 개념은 삶아 먹었다고 한다.





20년 쯤 되는 집들은 베란다 창은 알루미늄 샷시, 내부 창틀은 목재로 설치되어 있는데

단열성과 기밀성 없이 단순히 바람막이 역할만 한다. (우리집이 샷시가 바로 그 경우!)

자세히 보면 창틈으로 빈 공간도 뚫려있다.


샷시와 창틀 관련해 오래된 집의 단열을 높이는 방법은


1. 샷시 교체

샷시를 모두 고효율, 고기밀성 창호로 교체한다. 

2012년도부터 창호의 에너지효율 등급제가 실시되고 있으니 1등급 고효율 창호로 교체한다.

1등급이 비싸더라도 창호 한 번 설치하면 반 영구적으로 사용하니 초기에 좋은 제품을 설치하면 어떨까. 비용은 집의 평수와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20평 기준으로 500만원 이상 든다. (모든 창호 교체시)  서울시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비는 약 2% 금리에, 8년 동안 상환하는 조건으로 공사비의 80%까지 대출해준다. 돈 때문에 단열이 아쉽다면 이 제도롤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서울시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 신청하는 방법 보기 http://ecolounge.tistory.com/293)


2. 문풍재와 문풍지, 비닐 장막 등으로 세는 틈 깨알같이 막아주기

창호 교체가 좋다는거, 다 알지만 최소 몇 백만원은 필요하고 공사하는 기간 동안 집은 난장판이 되며 옆집, 아랫집, 윗집 방방곡곡에서 '시일야방성대곡'이라도 쓸 기세로 공사 소음 컴플레인이 쇄도한다. 창호 교체를 하지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효율은 높은 문풍재와 문풍지로 틈새를 깨알같이 막아서 따뜻해진 공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메워준다.


3. 유리창 방방곡곡에 뽁뽁이 혹은 단열필름 설치

오오. 정녕 뽁뽂이를 생각한 사람은 지니어스.

뽁뽁이의 효과는 전국민 모두 아실테니 패스.

뽁뽁이를 아직 유리창에 붙이지 않았다면 뽁뽁이가 두 층으로 포개져 있는 오겹 뽁뽁이를 붙이면 좋다.

뽁뽁이가 미학상 거슬린다면 유리창에 단열필름을 부착해도 좋아요. (깨끗하게 못 붙이면 낭패 -_-;; 업체에서 시공해주기도.) 


4. 겨울용 커튼을 유리창이 있는 벽 전체를 덮을 만큼 드리우자 

두꺼운 커튼을 설치하면 집이 패딩 잠바를 읽은 것처럼 보온 효과를 낸다. 내복처럼 얇은 커튼 하나, 두툼한 외투처럼 삼중지나 암막지의 겨울용 커튼 하나, 이렇게 이중 커튼을 설치하면 효과가 더욱 탁월하다. 공사할 때 깜박 까먹고 커튼 레일을 하나만 설치했는데, 잊지 말고 커튼 레일이나 봉을 벽 넓이만큼 길게, 두 개로 설치해서 겨울에 대비하자. 유리창은 물론이고 유리창이 있는 벽면을 모두 가릴 수 있을 만큼 넓고 큰 커튼을 설치하면 좋다.  




   



이사 들어오기 전에 집의 샷시 상태와 문 상태를 깨알같이 확인하고 1~4번 방법 중 예산과 시간을 따져 나에게 가능한 방법을 결정하자. 내 경우에는 거실 전면 창은 1등급 고효율 창호로 교체하고 나머지 창호는 기존의 창호에 문풍지와 문풍재를 동원해 보완했다. 그런데 이사 후 6개월이 지나 겨울을 맞이하자, 처음에 공사할 때 모든 창호를 교체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ㄷ ㄷ ㄷ


공사가 끝나고 이사 들어온 상태에서 창호 공사를 또 하려면 돈 이외에도 감당해야 할 것이 많다. 가구를 들어내야 하고 엄청난 공사 먼지가 살림에 덕지덕지 쌓이고 덜덜덜 창호 뜯어내는 기계음과 4층까지 창호를 들어올릴 사다리차 동원, 그리고 창호와 벽의 틈에 바르는 화학물질의 냄새를 휘발시키기 위해 최소한 3일 정도 온 문을 열어 제끼고 보일러를 돌리는 베이크 아웃까지! 이 쯤 되면 패시브 하우스의 기준에 못 미쳐도 그냥 살란다,는 마음으로 회귀한다. 그러니 창호 공사를 시작할 때 따뜻한 날씨에 코끼리 귀 팔랑이듯 마음 변하지 말고 (창호 공사는 대개 날 좋은 계절에 하기 마련) 시베리아를 떠올리며 화끈하게 감행하세요.




거실 창호 교체 공사중, 집은 난장판. ㄷ.ㄷ.ㄷ.


그럼 다음 포스트부터 1~4번의 방법을 깨알같이 컨티뉴드.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