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 House

겨울철 바람 솔솔 '우리집 따숩게'_가스 보일러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11. 28.

내 친구들과 나는 4년 동안 '합정동 시베리아'의 오층 다세대 빌라의 꼭대기 층인 501호에 살았다. 4년 후 이사를 나오면서 가스비를 정산하려고 가스 계량기를 보다가 처음으로 우리 집의 총 가스 사용량을 두 눈 가득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빌라에 있는 다른 층 집들의 가스 사용량도 비교하는 호사를 누렸다. 우리 집 우편물과 고지서만 쏙 빼가고 남의 집 우편물을 훔쳐보지 않는 올곧은 자세로 살아왔기에 ㅋㅋ 4년 동안 다른 집들의 가스비가 얼마나 나왔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가스비는 몰라도 가스 사용량은 계량기가 증언하고 있었다.


우리 빌라는 총 5세대로 구성된 조촐한 사이즈였는데, 2층에만 2세대가 있고 3,4,5층은 한 집씩만 살았다. 2층만 2개로 쪼개져서 평수가 적은 투룸이었고, 3,4,5층 집들은 방 3개짜리 쓰리룸 빌라였다. 오살나게 아끼고 살면서 좌절한 적도 있었지만 ㅋㅋ 가스 계량기를 확인한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우리 집보다 평수가 적고 층 중간에 있어서 따뜻했을 집들보다, 단연코 사용량이 적었다. 우리 집 501호의 가스 사용량은 음하하하하, 첫 자리수가 다르다. 다른 집들은 3과 4로 시작하는데 우리집만이 2로 시작한다.  






 

자랑질하니라 사설이 길었고, '우리집 따숩게' 워크샵의 조윤석, 최동원 샘께서 알려주신 쾌적하고 따뜻하면서도 가스비가 적게 나오는 보일러 사용법이다. 생활하기 적절한 쾌적한 집을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쾌적한 온도와 습도는 얼마일까요? 실내 온도는 18도,  습도는 40% 정도이다. (비염의 경우 50%의 습도를 유지해주세요.) 예전에 한겨레 신문이 토요판 책 섹션의 이름을 '18도'로 지었는데, 18도가 가장 책 읽기 좋은 온도라고 한다. 최신 보일러는 작동을 안 시켜도 자동으로 실내온도를 표시해주니 쉽게 온도를 쉽게 알 수 있다. 

쾌적한 집을 위해 잘 다루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보일러!

자동차의 경우 어떻게 하면 연비를 높여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해결책이 많다. 그러나 정작 가장 오랜 시간 생활하는 집에 대한 관심과 효율성에 대한 고민은 매우 적은 편이다. 집의 엔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보일러! 과연 어떻게 써야 할까요?


보일러 연비 운전, 부릉부릉!


1. 난방이 비쌀까, 온수가 비쌀까?

: 온수가 비싸다! 돈을 절약하고 에너지를 아끼려면 난방보다 온수를 아껴야 한다. 난방수는 보일러 배관 안을 순환하며 데워지지만, 온수는 한 번 쓰고 버려지기 때문에 차가운 물을 계속 일정 온도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데 에너지가 많이 사용된다. 난방보다 온수가 무섭다!


팁1) 겨울철에는 여름에 하루에 한 번 했던 샤워를 이삼일에 한 번 정도로 줄이고 샤워 시간도 후딱 줄이자. 샤워 시간에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면서 샤워하는데, 3곡은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샤워 시간을 재기는 힘들고 또 스트레스 받으니까 좋아하는 노래 샤워하면서 따라부르기를 강추한다.


팁2) 수도꼭지가 온수 쪽으로 향해 있으면 가스 보일러가 감지해 온수를 가동시킨다. 즉 수도꼭지가 온수 쪽에 가 있으면 온수를 안 써도 보일러가 돌아간다는 뜻이다. 온수를 사용하고 나면 수도꼭지로 냉수 쪽으로 휙 돌려놓는 습관을 들이자.


팁3) 난방을 하지 않고 온수만 사용할 때는 온수 버튼을 눌러놓고 10~20분 정도 뜸 들이면서 기다리지 말고, 바로 찬물을 빼낸 후 온수를 사용해야 에너지가 절약된다.


2. 외출할 때 약하게라도 난방을 켜놓을까, 꺼 버릴까?

: 형광등처럼 전원을 껐다 켰다 하면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므로 잠깐의 외출 시에는 약하게라도 켜놓거나 외출로 해 두는 것이 좋다.


3. 어떤 방은 따~땃하고 어떤 방은 춥다!? (보일러 청소법)

: 다 따듯한데 한 방만 안 따듯하면 배관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된다. 보일러 배관 속 공기를 빼주는 것도 한 방법. 호스를 연결해서 큰 그릇에 받치고 물이 나올 때까지 공기를 빼내면 된다. 배관에 공기가 차 있으면 물이 잘 안 돌게 돼서 온기 전달이 원활하지 않다. 공기와 물이 섞여 나와 푸쉭푸쉭할 때가 있는데 그때 멈추면 안 되고 물만 나올 때까지 공기를 빼내야한다. 배관 청소를 한 후에는 반드시 물보충을 해 준 다음 보일러를 가동시켜야 한다. 배관 청소하는 방법은 보일러 사용 설명서에 자세히 나와 있다.


팁1) 보일러에 따라 보일러 내에 에어를 빼는 제품도 있는데 그 제품은 자동으로 되므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공기 빼는 배관장치는 보통 싱크대 아래에 있는데 제품에 따라 베란다나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아니 배관장치가 어디있는지 집을 둘러보세용. 보통 하나의 호스(중심호스) 아래 여러 개의 호스가 연결되어 있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탑2) 보일러 중심 호스는 단열재로 감싸져 있지 않고 밑의 보조 호스만 감싸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중심호스도 단열해주면 좋단다. 아주 매우 많이 좋음!


배관 청소 외에, 2년에 한 번씩 보일러 필터를 청소해주고 난방수를 교체해주면 보일러 효율이 올라가 에너지를 적게 쓰게 된다. 보일러 청소가 어렵고 귀찮다면 비용을 지불하고 보일러 청소해주시는 분께 부탁해도 된다.   


4. 실내 온도로 맞출까, 난방수 온도로 맞출까?

보일러에 따라 실내 온도로 난방을 조절할 수도 있고 난방수 온도로 조절할 수도 있는데, 난방수 온도로 맞춰야 에너지 효율적이다. 나도 처음엔 난방수 온도가 40도~80도로 표시되어서 이게 뭔가 했는데 난방수의 경우 37도~40도 정도는 미온수라 난방 기능이 미약하고, 50도 이상은 설정해야 실내가 따뜻해지고 너무 저온이면 따뜻해지지가 않는다. 나에게는 CSI급으로 난방수를 설명해놓은 블로그를 보니 난방수가 70도일 때 열효율이 가장 높으므로 70도로 설정해놓고 실내가 따뜻해지면 바로 외출로 틀어주고 다시 추워지면 70도로 난방을 가동시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깨알같이 신경 쓴다면 가능할 듯! 나도 직장에서는 이 방법으로 난방을 해보는 중이다. (일은 대략하고 깨알같이 실내 온도와 보일러에만 집중함) 그치만 이렇게 수고를 들일 각오가 안 되어 있다면 70도로 난방수를 올려놓는 것은 오바! 약 50도 정도면 쾌적한 온도인 18도에 도달한다. (집 단열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서도) 


5. 시간 예약은 뭔고?

보일러마다 시간 예약 혹은 시간 설정이 있는데 보일러에 따라 30분~6시간 사이에서 설정을 할 수 있다. 난방수 온도 설정보다 더 효율적인 것이 바로 시간 예약이란다. 타이머처럼 일정 시간 보일러를 가동했다가 예약해 둔 시간 만큼 쉬었다가 다시 보일러가 가동되는 형태라 에너지도 적게 사용하고 신경도 안 써도 된다. 시간 예약을 사용해보자. 단! 시간 예약 설정을 자꾸 바꾸면 보일러가 리셋되면서 처음부터 다시 가동되므로 자꾸 바꾸면 안 된다. 생애 처음으로 시간 예약하면서 2시간 했다가 3시간 했다가 6시간으로 변경했다가 4시간으로 변경했다가 깨방정을 떨었더니 어느 순간 집이 찜질방 수준으로 데워져 있었다. -_-;;


6. 안 쓰는 방의 보일러잠글까?

겨울철에는 자주 안 쓰는 방의 보일러를 닫아두면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그치만 동파되면 완전 골 아파지므로 다 닫지 말고 약 1/4만큼만 닫아두면 된다. 그리고 보일러를 잠근 방에서는 냉기를 나올 거니까 문을 꼭 닫고 방문에 문풍지를 발라도 좋다.


7. 보일러 바꿀까?

내가 새로 이사한 집은 20년 된 다세대 빌라. 계약일이 안 맞아 한 동안 집을 비워둔 채 동파를 피하기 위해 '외출'에 설정해두었는데 올 2월 가스비가 12만원 나왔다. 뜨악!! 한 번도 씨헌하게 뗀 적이 없는데 10만원이 넘는 가스비를 내려니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가스비만 보자면 40평 넘는 대궐같은 집인줄 알겄다. 보일러를 손 볼 생각은 없었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보일러 청소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주변에 알아보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우리처럼 13년 된 보일러는 청소보다 교체가 낫다는 정평이었다. 큰 마음 먹고 일반 보일러에 비해 10~15% 효율이 높은 고효율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기로 했다.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호스를 통해 나오는 물을 버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보일러실과 붙어있는 뒷베란다의 단을 높이고 장판을 깔면서 미리 보일러의 호스가 하수구로 연결되도록 길을 만들어주었다. 나중에라도 고효율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하려면 집을 공사할 때 보일러 실의 호스에서 나온 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8. 보일러는 보일러고, 자세는 자세다.

보일러를 잘 운영하는 것에 앞서 집 단열을 꼼꼼하게 체크해서 할 수 있는 선까지 잘 보완하고, 집에서 따숩게 입고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복은 물론이요, 이 블로깅 시점에 실내에서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 쓴 추레한 몰골로 에너지 절약 실천을 참말로 험블하게 해나가고 있는 모습.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