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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대한다', 나는 쌍수들어 찬성한다.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1. 5. 10.



이 책, 진심으로 쌍수들어 찬성하고, 추천!
'업계' 종사자로서 (토건업계 말고 안될쎄 업계) -_-;;;
4대강 토건공사를 징글징글하게 반대하고 안되는 이치를 알기에 오히려 이 책을 집는데 시간이 걸렸다.
컴퓨터 자판 다 익힌 마당에 왜 자판을 보면서 타자를 칠 것인가, 하는 심정쯤.
그런데, 이 책, 왜 김정욱 교수가
천주교에서 '4대강 공사'에 대한 입장을 정할 때 주교 22명의 만장일치 반대를 이끌어냈는지를
한달음에 알 수 있게 해 준다.

4대강 토건 공사를 강행하는 정부 논리를 듣다보면
극초음속 초점보기를 위한 공항을 짓는다며 영종도를 막아버린 정부의 논리가 생각난다.
정부는 이 공항이 완공되면
'서울에서 아침 먹고 미국에서 점심 먹고 프랑스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고 한다.
김정욱 교수는 아침을 먹고 나서 두 시간 만에 미국에 도착하면 캄캄한 밤일 텐데 어떻게 점심을 먹으며
미국에서 프랑스로 날아가면 역시 캄캄한 밤일텐데 어떻게 저녁을 먹느냐고 질문을 했는데,
아직까지도 답은 듣지 못했다고 한다. (152쪽)

4대강 토건공사도 마찬가지.
정부가 들이대는 으리번쩍한 4대강 공사 조감도에 대한 조목조목한 반대에는
아직까지 어떤 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제 아무리 극초음속 초점보기를 타고 두 시간에 여기저기 날라다닌다 해도
서울, 미국, 프랑스의 시차를 뛰어넘을 수 없듯,
4대강 토건공사도 강의 생명력을 뛰어넘는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없다.

김정욱 교수는
4대강 토건공사는 특정한 생명체를 죽이는 집단학살 genocide이라고 한다.
제노사이드는 고의적으로 하나의 종족이나 인종을 파괴하는 범죄행위이다.
지구상의 고유한 유전자genes를 없애버리는cide 4대강 토건공사는 명백히 제노사이드이다. (64쪽)
둑이 막힌 시화호를 찍은 사진을 보면 제논사이드에 대한 감이 온다.
까만 물 속에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죽었을지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작은 것이 좋아'라는 녹색연합 잡지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라는 글꼭지가 떠올랐다.
할아버지가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쉽고 귀에 쏙쏙 들어오고 갈무리 된 이야기들,
정부의 4대강 토건공사의 논리를 하나씩 조목조목, 수많은 예를 들어 반박하고 있음에도
딱딱한 논문같지 않고 무수한 예들에 지겨울만큼 질식당하지 않는다.
문장은 간결하고 똑부러지고 정제되어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온 삶을 던져  "나는 반대한다",
"강을 죽이지 마라"라고 외치는 것이다.
내 40년 학문은 힘이 없지만, 내 60년 삶은 간절하다.'고 고백하지만,
공격적이거나 냉소적이거나 절망적이지 않고, 논리적이고 차분하고 그리고 동시에 애절하다.
많은 자료과 예시들 또한 한 눈에 쓸어담듯 보여준다.

4대강 토건공사의 논리로 홍수와 물부족을 들이대는 정부를 향해 던지는 그림 한 장,  


빨간 선은 4대강 공사구간이고, 파란색이 짙어질수록 홍수피해가 많이 나는 곳이다.
자료는 국토연구원에서 나왔다.
4대강 공사는 홍수 피해가 크지 않은 연한 파란색 구간을 관통한다.  

물부족에 대한 반박논리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각 지역에서 장래계획인구를 정말 야심차게 세웠는데,
이를 다 합치면 현재 한국 전체 인구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이런 장래발전계획에 근거하여 물 공급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지금껏 정부는 물을 과잉 공급해 온 것이고,
우리 국민들은 물을 과소비하는 국민이 된 것이다. (52쪽)

무엇이 아릅다운 본연의 강의 모습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무엇이 아름다운가, 무엇이 강인가를 설명해야 한다는 자체가 슬픈 일이다. 실은.

"선생님,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겁니까?"
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대해 누구도 똑부러진 대답을 하지 못한 상황으로 난리가 난 일본에서
한 지성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 논리적인 이유 따위는 아무 것도 없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는 이유는 '그래서는 안 되니까 안된다'라고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가? 왜 약자를 못 살게 굴어서는 안 되는가?
왜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되는가?
이런 주제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나라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
이런 문제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직감의 문제이고 도덕의 문제이다. (17쪽)
그러니까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필요한 자체가 서글프다.

<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보고서>라고 쓰여 있어 4대강 이야기만 기대했는데
책의 절반은 세계최대의 토건국가, 한국에 대한 염려 보고서이다.
보고 있자니, 나도 심히 염려가 되면서 교육 때문이 아니라 토건 때문에 이민을 고민했다. 
(물론 이민갈 능력이나 돈은 없고 말이쥐 -_-)

-투기비율:
국가별로 투기에 노출된 국토 비중은 이스라엘 14%, 싱가포르 19%, 대만 31%, 미국 50% 수준인데,
한국은 전 국토의 70%가 넘는다. (105쪽)

-댐 건설:
그 동안 댐을 너무 많이 지어서 현재 한국의 대형댐 개수는 세계 7위이다.
국토면적당 댐 밀도는 세계 1위이다. …
이 말은 곧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샛강, 개천, 강이
댐으로 막혀 있거나 인공 구조물로 물의 흐름이 차단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140쪽)

-도로 면적:
7*9 고속도로망이 완공되면 한국의 고속도로 밀도는 세계 1위가 된다.
일본보다 네 배가 높다.
한국은 이미 2008년 말에 도로면적이 주거 면적을 앞섰다. (154쪽)

그리고,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명박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원자력 발전소의 국토당 밀도도 전세계 1위가 될 판이다.

마음이 짠해오면서
사람들은 어떻게  이 땅에서 아이도 낳고 키우고 미래를 보는지 궁금했다.
나만 불안 염려증 넘치는 비관주의자인가. -_-;;;;

4대강 토건공사에 반대하면서,
1960년대 한강 모래사장에서 수영하고 일광욕하던 사람들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부럽다.
이건 뭐 해운대 같기도 하고, 센느강변에서 일광욕함시롱 휴가 즐기는 파리지엥 같기도 하다.
한강을 콘트리트로 다 덮어버리고 어디 고무 다라이 같은 수영장 몇 개 지어놓고
그걸로 생색내고 좋아라하는 지금이 발전이고 진보일까.

                                                                                                                 이건 해운대,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