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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day

MoA,디자인미래학의 오래된 미래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2. 11. 26.


어제 끝나버린 전시를 올리는 센스하고는.

'어쩌라고, 갠츈하다고 생각되어도 이미 볼 수 없는 전시의 포스팅은 뭬야',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나는 미래학과는 먼, 과거에 연연해하는 과거학의 인간이므로 며칠 전을 되씹으며 서울대 미술관을 어슬렁댄다. 




실로 6년 만에 가본 서울대는 여전히 캠퍼스라고는 영 귀염성이 없었고

MoA 현관에 떡 붙어있는 대리석 현판의 '이건희', '정운찬' 운운은 썩소를 날리게 했지만

(호암만으로는 부족했던건희? 하지만 그 덕에 입장료가 3,000원인 걸까.-_-;;)

서울대미술관 지하에 생긴 조그만한 카페와 카페 앞에 놓인 고양이 집, 사료통, 물통은 "웬일이니"의 마음이 들게 했다. 

고양이는 길냥이들의 신부전증이 아니라 진짜로 잘 먹어서 통통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크하게도 적당히 무덤덤한 모습으로 사진 모델을 섰다.



 

디지안 미래학은 크게 2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상품화시킨 제품이나 일상 생활용품으로 전시한 1공간과,

환경을 주제로 한 조형물이나 그림 등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2공간으로 말이다.


갑남을녀의 삶을 영위하는 나로서는

홍대 상상마당 1층 디자인 샵에 온 기분으로 여러가지 제품을 귀경하는 1공간을 맴돌았다.

(포스팅에는 2공간 내용은 생략했어요.)


 

1.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조명 


David Trubridge의 대나무 조명

그는 중국 숲에서 버려지는 대나무를 다듬어 가구와 조명을 만든다. 

http://www.davidtrubridge.com에서 퍼온 사진

작가는 조명도 만들고 가구도 만드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Molodesign Cloud Soft Light

구름처럼 둥실둥실 떠 있는 조명은 종이와 천으로 만들었고

친환경 전구 LED로 은은하게 빛을 낸다. 

(내 천장 높은 집에 산다면 필시 이 놈을!!)

  http://molodesign.com/ 사이트


2. 폐자재의 이용


제일모직의 작품으로 재개발지역에서 헐린 것 같은

다세대빌라의 벽들과 반지하 방으로 이어질 듯한 대문들이 이어붙여졌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거슬러 올라,

'무덤에서 요람으로'로 회춘하는 과정이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서울역사 내 구조물을 이용한

다이닝 테이블과 벤치 (by SWBK)

왼쪽의 일인용 의자는 '핀율' 의자 전시에서 나올 것처럼 북유럽 가구 포스를 갖췄다.

상암동에 위치한 '문화로 놀이짱'이 버리는 가구를 원재료로 새로운 가구를 만들어내는 활동과 동일한 컨셉.

Freitag flagship store, zurich

화물용 트럭의 덮개를 재활용해 짱짱한 가방을 만드는 프레이탁의 취리히 매장

버려진 화물용 컨테이너를 차곡차곡 쌓아서 완성되었다.

컨테이너 박스가 에코 큐브하우스로 변하는 순간.


3. 플라스틱 물병의  이런 모습, 이런 모습


약수터에 가십니까?

아닙니다. 물통을 재활용 한 스피커입니다.:)

음향 기기를 꽂아 바로 스피커로 들어볼 수 있다.

물병을 이용한 조명장치,

이 회사는 플라스틱 물병을 폴리머로 잘게 분해하여 원재료로 가공한 후

원유를 사용하지 않고 옷이나 생활용품을 만든다.


4. 친환경 복합기


이것은 뭉뚝한 크레파스인 걸까?

종이에 긁적여보니 크레파스보다는 색연필에 가까운 느낌인데.

제록스의 친환경 복합기에 들어가는 고형 카트리지이다.

정품 카트리지는 카트리지 자체를 통째로 갈아야 하고

리필의 경우에는 삑사리가 많이 난다. 고장나면 정품 안 써서 그랬다고 잘 고쳐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온 고형 카트리지, 카트리지를 버리지 않아도 되고 크레파스처럼 끝까지 다 닳아질 때까지 사용하면 된다.

오오!


5. 옥수수의 재탄생



사회적 기업 '에코준'에서 만든 생분해되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컵,
기특하게 티백 꽂는 홈도 만들어놓고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없는 제 3세계를 후원하는 프로젝도 진행한다.

합성섬유가 아니라 옥수수 한개에서 생분해되는 양말 두 컬레를 만들고

수익금 중 일부를 기아가 문제인 제 3세계에서 옥수수를 키우는데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콘삭스.

(디자인 미래학에 전시된 제품은 에코준 뿐이지만 콘삭스도 같은 계열이라 사진을 퍼다 붙임;;)


그런데 말이다.

바이오디젤이 친환경이 아니라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을 더 배고프게 하고

과도한 단일화 품종 생산과정에서 농토를 황폐하게 하고

바이오디젤의 원료를 키우고 멀리 운송하고 기름을 쥐어 짜내면 결국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비난을 나래비로 받고 있는데,

먹을거리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사회적 기업의 젊은 노력과 꽤 괜찮은 디자인과 착한 프로젝트들에 혹~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나 선물은 이런 제품들로 고른다옹~)

옥수수가 땅의 영양분을 엄청 빼먹는 작물이라는 것과 (콩과는 다르죠~) 

전세계적으로 유전자조작 옥수수가 널리널리 퍼지고 있다는 것과

저 멀리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여기까지 운송해 가지고와 생활용품을 만든다는 점

영, 회의주의자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거 아냐?

-5와 100 사이에서 100점이 아니라고 어깃장을 놓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디자인 미래학이 생각해야 하는 미래란 그렇게 쉽고 쿨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 나쁜 예감. 

이미 너무 쿨하고 쉽게 사니라 많은 자원을 탕진한 후라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이 진정성을 담보하려면 어느 정도껏은, 우리는 회의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이 추운 날 약간의 볕이 쬐는 낮에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와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길냥이들에게 마실 물과 먹을 거리를 준비해주는 마음 말고, 실제로 몸을 쓰는 성실함이

미래학이 다가가야하는 하는 오래된 미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