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딸1 엄마의 당일특급 스티로폼 박스 퇴근하고 돌아오니 흰색 스티로폼 박스가 현관문 앞에 놓여있다. '당일특급'이라는 중요한 표식을 몸에 붙이고서. 나는 그 스티로폼을 노려보다가 결국 집으로 들였다. 아침에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일찍 퇴근해 바리바리 싸보내는 반찬들 어여어여 냉장고에 넣으라고 말이다. 이미 이 주 전, 엄마 집보다 훨씬 작은 우리 집 냉장고는 차 있고, 알아서 반찬 잘 해 먹고 있으며, 저번에 보내주신 김치가 여태 남아 더이상 쟁여놓을 곳이 없다는 통화를 했었다. 말 안 통하는 '진상' 손님에게 회사 원칙을 반복해서 말하는 콜센터 직원처럼 몇 번의 통화에서 나는 그 말을 계속 했었다. 결과는 우체국 당일택배를 붙인 다음 사후 통보. '그럼 맛있게 먹으면 될 거 아냐', 라는 내 룸메이트는 이 절망감의 요지 따위는 모를 것이.. 2017. 6.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