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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Info

니들이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노빠꾸다... 이젠 투쟁이야!

by 불친절한 금자씨 2022. 4. 21.

'프로 어택러'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버린 이 팔자. 플라스틱 어택, 플라스틱 컵어택, 빨대 어택, 브리타 어택, 화장품 포장재 어택, 빵칼 어택,  그리고 이번에는 인수위 플라스틱 어택. 크고 작은 어택들을 직접 벌이거나 쓰레기를 모아 참가하면서 '어택 내공'이 쌓여가고 있지만, 내향형 성향이 꽤 되는 인간으로서 아무리 해도 어택은 늘 새롭고 늘 모르겠고 늘 부담되고 성공할지 실패할지 늘 두렵다. 

 

대통령직인수위를 대상으로 한 이번 어택은 기업이나 업계가 아니라, 정치권을 향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부담스럽고 무거울 것 같았다. 오늘 낮 기자회견 겸 플라스틱 어택을 마친 후 한 줄 총평: "그 어떤 어택보다 힘이 뻐렁치던, 가만히 놓아두는 어택".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득달같이 그 근처 카페에서 사후 보도자료를 쓰며 서울환경연합 박정음 활동가에게 "우리 이것만 다 끝내면 정말 끝!  요 며칠 정말 정신 없었죠?"라고 했다. 그건 나한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박정음 활동가는 "이렇게 정신 없는 거면 괜찮아요. 정신은 없지만 너무 재밌잖아요"란다. 이 예쁜 것을 보쇼. ㅎㅎ

 

그 어떤 어택보다 가만히 놓아둘 수 있었다. 그건 제로 웨이스트 가게 모임 '도모도모', 서울환경연합, 쓰줍인, 알짜, 알맹상점 동지들, 네이버 제로 웨이스트 홈카페, 쓰없세꿈 방, 정치하는엄마들, 쓰레기덕질 등 모두 자기 일처럼 나서서 어택을 이뤄갔기 때문이다. 같이 실무를 할 사람을 모집하고 인터넷 커뮤니티 '빠띠'에 '인수위 어택' 방을 만들었다. 카카오 오픈챗팅방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되 자료는 인수위 어택 빠띠에 차곡차곡 모았다. 줌에서 모여 인터넷 실무 회의를 하고 정보를 가공하고 인포그래프를 만들고 성명서, 기자회견 보도자료, 서명 캠페인 글, 집회신고, 피켓 제작, 인형 탈 대여, 프랜차이즈 카페 전화, 연대 모임 모으기, 홍보, 발언자 연락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각자 할 수 있는 만큼씩 나눠 맡았다.

 

 

그래서 기자회견 시작 전 기자가 별로 안 와도 우리끼리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른 기분은 아직까지 실감한 적 없지만, 가지회견을 잡아놓고 기자가 오기 전부터 배부른 기분은 알 것만 같다. 물론 기자님들, 많이 와주셔서 흐미, 고맙습니다요!!

 

집회 때 사용한 피켓은 쓰줍인들이, 그리고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직접 하나씩 종이박스를 찢어서 손으로 써오셨다.

 

쓰줍인 느린나무 님은 폐현수막을 이어 붙여 지름 170센치에 이르는 거대 원 모양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 지구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주셨다. 원래는 지구본 모양의 공을 빌리려 했지만 못 빌려서 새로 사지 않고 폐현수막으로 만든 것이다. 가족이 코로나에 걸려 함께 기자회견에 참여하지는 못 하셨지만, 그의 아티스트 손길이 없었다면 이번 어택은 지구 없는 지구의 날 기자회견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정말 이 분 미술관에 모셔야 함....

 

 

한번 쓰고 말 현수막은 안 만들고 싶었지만, 현수막이 빠지면 사진 한장으로 이번 플라스틱 어택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낼 수가 없어서 제작을 했다. 종이팩 재활용 기자회견 때 사용한 현수막은 광목천에 인쇄했는데, 종이팩 재활용 행사와 교육 때에도 계속 사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플라스틱 어택은 곧 인수위가 사라지면 또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천연소재보다는 에너지를 덜 쓰고 가벼운 합성수지 천을 이용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1907'에서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단에 현수막을 제작해주므로 그 서비스를 이용했고, 현수막에 재활용 천이라는 사실을 적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커피와 브런치, 떡볶이과 떡튀김 집, 비건 아이스크림을 거친 후 '자두(정명희)'님이 이 현수막을 가져가셨다. 그리고는 일회용이 되지 않도록 천천히 장바구니를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나눠준다고 하신다. 아니 이런 지독한 쓰레기 덕후들.... 알맹상점 인간들은 그 현수막 장바구니는 한정템이라며 상점에서 팔아야 한다고 주장. 

 

 

이번 기자회견에 사용한 일회용 컵은 모두 전국의 쓰줍인들이 18일에 걸쳐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일회용 컵만 추려낸 것들이다. 총 107번의 인증으로 599개의 일회용 컵을 모아 알맹상점에서 보내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일회용 컵들을 정말 값지게 일회용 컵 단속 유예를 한 인수위를 어택하는데 사용했다. 이렇게 쓸모 있게 쓰임을 다 한 일회용 컵도 드물 것이다. 

 

 

 

  

저 양복 씬을 연출하신 분들은 네이버 제로웨이스트홈카페의 놀숲님과 쓰줍인 리더 비키님이신데 둘 다 엄청난 연기파였다. 성명서를 읽는데 그 다음 순서인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 두 분이 한쪽에서 인형탈을 꺼냈다. 그러자 기자들이 그쪽으로 몰려갔다. 카메라를 들이대자마자 놀숲님은 윤석열 당선자의 '쩍벌'을 그대로 구현해내고야 말았다. 하지만 퍼포먼스가 끝나고 정작 본인은 윤석열 당선자는 160도 각도의 '쩍벌'인데 본인은 고작 100도만을 구현했다며 아쉬워했더랬다. 

 

 

이 두 여성 분이 입은 양복과 남자 구두들, 간판 없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건물을 위해 직접 간판을 만들어 짊어지고 오신 분은 정치하는엄마들의 정덕님이시다. 양복 두벌에 신사화 두 개, 그리고 간판... 무거운데 대중교통 타고 오셨다. 직접 간판 들고 서 계시는 가오...  

 

 

그리고 윤석열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인형탈은 기후솔루션에서 빌려서 사용했다. 그러니까 일회용이 아니라는 뜻. 제발 정치를 잘 하고 환경 규제도 제대로 해서 이 인형탈만은 일회용으로 쓰고 싶다. 어쨌든 기후솔루션의 기자회견을 보고 서울환경연합의 박정음 활동가가 빌려오셨다. 박정음 활동가는 보도자료 작성, 집회 신고, 인형 탈 빌려오기 등등 온갖 일을 척척 해냈다. 그리고 알맹상점 양래교, 이주은 공동대표, 캠페이너 자두님. 말해서 뭐해. 온갖 일을 역시 뒤에서 척척 해주셨다. 늘 고맙고 미안한 나의 동지들. 

 

그리고 짧은 시간 내에 연명해주신 301개의 제로웨이스트 가게들과 시민 모임들, 고맙습니다. 

 

 

오늘 기자회견 발언 하이라이트

 

4월 13일부터 시민 1003명의 설문조사 한 결과 시민 75.5%가 카페 음식점내에서 1회용품 사용금지에 대해 찬성했으며 환경부의 1회용품 함께 줄이기 로드맵에 대해 시행을 87.1%가 찬성했다. 박정음 활동가는 인수위원장의 발언과는 달리 대다수 시민들은 쓰레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일회용사용 규제를 지지하고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 박정음 자원순환활동가 

 

인수위가 규제를 하되 단속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불법주차를 해도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지난 2018년에도 1회용품을 매장에서 쓰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쓰레기덕질 회원들이 나서서 84개 매장을 조사한 결과  87% 매장에서 1회용 컵을 사용하거나 다회용컵을 아예 갖추지 않은 것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가 단속을 시작하면서 매장 내 1회용품 사용이 급감한 사례를 들며 단속의 효과에 대해서 말했다. 앞으로 단계적인 1회용품 규제가 예고되어 있는데 오히려 정부가  업체 자율적으로 하라는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라 말하며 인수위를 비판했다.
쓰레기덕질 고금숙 오거나이저 

 

 

시민 17,000명이 함께 하는 네이버 제로웨이스트홈카페 손세라 부운영자는 전국 프랜차이즈 105곳을 대상으로 1회용컵 사용 금지에 대한 프랜차이즈 매장의 준비상황을 묻는 조사에서 23곳이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유명 프랜차이즈는 응답을 하지 않았지만 이디야, 커피빈, 탐앤탐스, 엔젤리스 등 국내 브랜드 매장들은 이미 4월 1일 이전부터 동영상이나 방문교육으로 다회용 컵 사용에 대한 가맹점 교육을 실시했으며 매장 내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는 응답을 받았다고 했다. 일부 매장은 오히려 인수위의 발언으로 혼란이 가중되었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다.  
네이버 제로웨이스트홈카페 손세라 부운영자

 

2017년부터 1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카페를 연남동과 서촌에서 운영중인 얼스어스 길현희 대표는 1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아도 매출에 영향이 없고 코로나 기간에도 매장의 다회용 컵을 이용해서 감염된 사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2018년 1회용품 사용 규제 이전에 카페의 손님 중 1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언짢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규제 실시 이후 부터 가게의 규칙을 응원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줬던 사례를 말하며 정부의 규제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말했다. 또한 자영업자들이 규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으나 변화에 빠르게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얼스어스 길현희 대표

 

쓰레기를 줍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쓰줍인 박현지(비키) 리더는 아직 여름도 되기 전인데 18일 간 전국에서 599개의 테이크아웃 컵을 수거했다. 그는 길에서 쓰줍인들이 수거한 599개의 1회용 컵을 직접 가져와 기자회견 퍼포먼스에 사용했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1회용 컵의 편리함에 모두 중독된 현실에서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1회용 컵 사용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 중립을 외치면서 1회용품 규제를 푸는 것은 이에 역행하는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쓰줍인 박현지(비키) 리더

 

다회용 컵 수거 세척 서비스를 하는 트래쉬버스터즈의 곽재원 대표는 하루 1만 개 정도의 다회용 컵을 카페에 제공하고 있다. 다회용 컵과 1회용 컵의 미생물 테스트 결과 다회용  컵이 30배나 더 깨끗하다며 다회용 컵의 코로나 감염 우려는 비논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려 다회용 컵을 독려해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근거 없이 코로나를 핑계로 1회용 컵 사용을 권하는 현상을  비판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4월 1일 1회용 컵 사용 금지가 예고되자 다회용 컵 서비스 이용을 고민하던 100여 개 매장이 인수위의 발언으로 모든 예약을 취소했다며 인수위의 발언이 민간의 재사용 문화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스템을 바꿔 순환경제로 나가는 길에 정부가 나서기를 요청했다.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 대표

 

 

정말이지 이번 어택은 일을 미친 듯이 하면서도 오히려 힘이 뻐렁치는, 가만히 놓아두어도 서로가 서로를 채워 기자회견을 만든, 최고의 플라스틱 어택이 아니었을까. 마음이 동한다면, 아래 서명 참여!!

 

서명은 그로서리 제로 웨이스트 가게 '보틀앤스쿱'의 소피아님과 쓰레기덕질 오거나이저 최지님이 작성해주셨다.

 

ttps://www.campaigns.kr/campaigns/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