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xcursion

디즈 이즈 타이베이! 페미니즘 서점과 레즈비언 샵

by 금자 불친절한 금자씨 2017. 11. 9.


처음에 갔을 대만은 일본과 태국을 절반씩 섞어놓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시끌벅적한 대로를 조금만 벗어나 있는 고즈넉한 동네가 흡사 일본의 골목길 같았고, '이런 것을 만들다니!' 싶은 아기자기한 팬시 제품이 일본만큼 많았고, 길거리 음식이 널려있는 야시장은 방콕을 닮았다. 서울과는 닮은 듯하면서도 닮지 않은 느낌이었다

번째 타이베이에 갔을 , 나라에 살아도 좋을 같다고 생각했다. 미안하지만 일본과 태국의 경우 살고 싶지는 않다. 타이베이에는 그 도시를 지배하는 오래된 건물들의 군상처럼  가라앉은 공기가 떠다닌다. '가라앉았다'는 것은 나쁜 의미가 아니다. 우중충하거나 우울한 느낌이 아니라, 단정하고 소박한 댄디함이랄까. 애써 뽐내거나 내세우지  않은, 참빗으로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무채색 톤의 옷을 조화롭게 맞춰 입은, 자세히 보아야 댄디함을 눈치챌 있는. 홍콩과는 다른 색채의 도시. 

나는 2015년과 2017년에 타이베이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했었다. 무슨 '침묵시위'라도 하는 ... 코스튬은 화려하고 야하되, 행진 자체는 더할 나위없이 얌전했다 

그럼에도 타이베이는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인 코스모폴리탄 도시다. 인구는 2,300만명인데 아시아 최대 규모의 퀴어 퍼레이드가 열린다. 그보다 훨씬 많은 인구가 있는 한국이나 일본보다 더 많은 참여자가 퍼레이드에 나온다. 부채춤 치고 두드리고 십자가 들고 다니며 다른 존재들을 가없이 혐오하는 광신도들도 없다. 

그렇게 타이베이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시민들의 조직화된 시위로 공정률 90% 넘은 핵발전소를 이상 짓지 않기로 결단한다. 2017년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이 합법화되었다.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은 일을 야무지게 해내는 실용주의자 같다.   


길을 걷다 우연히 본 작은 가게에 걸린 '탈핵' 현수막

'No Nuke, No more 후쿠시마' 

길을 걷다 종종 '탈핵'을 걸어놓은 가게들을 만났다.


축하한다, 대만

가장 추운 온도가 영상 8 정도라 그게 가장 부러웠다.   

지금은 다른 이유로 당신들의 나라가 부럽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을 위한 가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조용히 놓여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페미니즘 책을 모아놓은 '페미 책방' FemBooks, 여성들을 위한 공연과 공간을 운영하는 '위치스 하우스' Witch's House (마녀의 집), 레즈비언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샵 '러브보트' Love Boat가 한 거리에 모여있다. 타이페이의 '삼청동'격인 융카제에서 그 가게들이 모여있는 골목까지, 특색있고 매력적인 가게들이 점점이 박혀있으니 산책하는 즐거움을 누리시라. 혼종의 문화가 담긴 음식점도 쏠쏠하다. 




여성들을 위한 공연과 공간 '위치스 하우스'(페미니즘 서점인 '여서점' 아래 층에 위치)  

- 구글맵에서 '대만  Witch's House'로 검색

- 커피류, 차류, 맥주와 와인, 안주, 스낵, 식사까지 모두 가능한 식당, 바, 공연장 

https://www.google.co.kr/maps/place/Witch+House/@25.0205388,121.5314803,17z/data=!3m1!4b1!4m5!3m4!1s0x3442a988ff1b685d:0x25aff7ea838136e7!8m2!3d25.020534!4d121.533669?hl=ko

입구와 전경

꽤 넓다.

내부모습: 인테리어는 브래지어로 콜!

페미니즘이나 여성 관련 각종 공연 포스터, 소식지, 브로슈어 등을 모아놓았다.

카페 안에는 작은 보드게임 공간이 따로 있다. 

밀크쉐이크를 시키자 유리빨대를 꽂아준다. 일회용 플라스틱 따위 매장에서 쓰지 않는 듯 

마녀는 결국 에코페미니스트?!




페미니즘 서점 '여서점' (바로 위에서 소개한 위치스 하우스의 2층에 위치)   

- 아쉽지만 중국어(대만어)에는 까막눈이라 어떤 종류의 책이 있는 줄 파악도 못 함. ㅠㅜ 돈이라도 쓰고 싶었으나 엽서와 면생리대 외에는 굿즈가 별로 없었음

- 어쨌든 페미니즘이 책방이 시내 중심가에, 20년 넘게 계속 운영된다는 자체가 감동! (고양이 주제의 삽들보다 더 감동이었으.)

버지니아 울프 님의 머리를 그린 듯한 포스

중화권에 생긴 최초의 페미니즘 서점으로 1994년 4월 17일 오픈!

오래된 건물 2층에 위치한 서점, 누구나 올라올 수 있도록 계단에 이동장치를 설치해두었다. 

올라오는 계단 벽의 데코레이션은 깨알같이 고양이

페미니즘 도장 놀이

Support Gay Rights

대만의 레즈비언 잡지 최신호 LEZS

서점 전경, 꽤 넓고 한적하다.

돈을 쓰고 싶은데 이곳은 페미 굿즈가 거의 없고

중국어는 못 읽으니 책은 살 수 없고.

그래서 선물용으로 지른 엽서.

자고로 자전거 타고 브래지어 벗은 여자들이 쵝오

한 쪽에는 '대만 성평등교육협회 TGEEA'라는 단체의 사무실이 있다.

2004년부터 이 단체가 주축이 되어 공교육 내에서 성평등 교육을 가열차게 해 왔고,

그 결과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다. 

'아시아 스탠다드' 대만!




LGBTI (주로 레즈비언) 라이프스타일 샵 러브보트 LOVE BOAT 

- 구글맵에서 'taipei love boat shop'으로 검색

- 대만 프라이드 행진에 갈 때는 그저 이 샵만 들리면 된다. 아무 준비가 필요치 않아요. 웬만한 무지개(레인보우) 상징물은 죄다 갖추고 있고, 티셔츠, 속옷, 바이브레이터(손바닥에 시연도 해주신다!), 반려동물 옷, 생활소품 등등을 판매한다. 또한 커피 등의 음료와 타로상담, 그리고 '칼'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다. 말 그대로 라이프스타일 샵.

- 세계 각국의 레즈비언들이 성지순례하듯 이 숍에 들렀다 가는 것을 목격했다. 샵 매니저인 올리비아는 '러브보트'를 '레즈비언을 위한 도심 속 오아시스'라고 일컬었다. 과연! 대부분의 LGBTI 숍들이 게이 중심인 것과는 달리 이 곳은 결.단.코 레즈비언을 위한 샵. 타이베이에 가는 엘 언니들은 성지 순례하시라.   

https://www.google.co.kr/maps/place/LOVE+BOAT+SHOP+%E6%84%9B%E4%B9%8B%E8%88%B9%E5%95%A6%E5%95%A6%E6%99%82%E5%B0%9A%E6%A6%82%E5%BF%B5%E9%A4%A8/@25.0188249,121.5297377,17z/data=!4m5!3m4!1s0x3442a98c23c2d745:0x2b5cf66ec54da2b0!8m2!3d25.017843!4d121.529963?hl=ko


대만 국립대학 근처의 핫해 거리 1층 로드샵에 자리 잡은 러브보트 

온라인 물건 판매 www.lesloveboat.com

수많은 레인보우 소품들

반려동물 옷

타로와 역술(?)인지 사주인지 운세 상담을 받는 공간이 있다.

레인보우 어흥~ 

러브보트 숍 내에 따로 분리되어 있는 마사지 실 

미리 예약하면 전설의 '칼'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데 

정보를 몰라 10분간 체험하는 마사지만 받았다.

마사지라기보다는 기 수련과 혈액순환 운동(?) 같았는데

뭐랄까, 내 존재가 이 지구를 떠나 우주로 흘러들기까지 

10분밖에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다른 세상에 있다 온 기분이었다.




러브보트 샵 근처에 있는 'HIV+OK'를 써놓은 바

문 간에 멍멍이가 곤히 자고 있어서 들어가지는 않았다. 

너른 마당이 인상적인 진진 스토어 GinGin Store

각국의 LGBT 관련 만화, 소설, 영화, 잡지 등 콘텐츠 성과물을 모아 놓았다.

안에 작은 전시실(?)도 있는데, 

전시실 벽면에 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내부 사진 촬영 불가. 게이 콘텐츠 중심.


- 러브보트 샵의 간지 철철 매니저 올리비아의 인터뷰가 담긴 '렛세이' 블로그 포스트 글 

올리비아 님이 나한테 이 분이 남긴 방명록을 보여주시면 블로그 포스팅도 알려주셨다능. 

http://letssay_q.blog.me/220640945526%20%EC%B6%9C%EC%B2%98:%20http://june-19th.tistory.com/155%20[%EB%A7%A4%EC%9D%BC%EC%97%B0%EC%95%A0%20:%20%EC%97%B0%EC%95%A0%ED%95%98%EB%8A%94%20%EB%A0%88%EC%A6%88%EB%B9%84%EC%96%B8%EC%9D%98%20%EC%9D%BC%EA%B8%B0%EC%9E%A5]


'가구넷'이 대만 퍼레이드에 내건 현수막 구호는 "축하한다, 대만. 다음 차례는 한국이다." 였다. 

'아시아 스탠다드'로서 대만이 쭈욱 밀고 나가길. 

그리고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에 '러브 보트'가 와닿기를.


위에서 소개한 가게들이 대만 국립대학 근처 거리에 모여 있다.

작은 골목들과 팬시한 바와 가게들을 구경하며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댓글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