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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트러블, 인정 투쟁의 관점에서 바라보다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7. 6. 6.




어제 두산아트센터인문학 강연 이현재 선생님 강의 젠더 트러블, 인정 투쟁의 관점에서 바라보다에 다녀왔다. 1시간 반 강연이 끝나고 질의 응답 시간에 아이고, 내가 왜 이러나?”라며 이현재 샘이 눈물을 닦으셨는데, 덩달아 울컥했다. 선생님이 독일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셨을 때 여성들에게조차 외면당했던 페미니즘이 근 2년간 리부트되었고, ‘두산아트센터에서 강연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미러링에 있어서는 한국이 독보적인 수준으로 행동력을 보였으니 이제 페미니즘을 배우려면 해외가 아니라 한국으로 와야 할 거다, 라는 자긍심(?). 그러니까 내 눈물은 끊어질 듯 근근이 명맥을 이어 온, 페미니즘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시니어 페미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에서 온 거다.


이현재 샘은 메갈리안과 페미니즘을 분리하려는 시도에 반대하며 바로 그 과함이 있었기에 페미니즘이 부활할 수 있었다는 사실, 동시에 근래 소셜미디어에서 불붙은 (아주 단순화하자면) ‘보지 대 게이논쟁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셨다. 아마 그 자체로 위로 받은 사람이 있었을 듯. 나 역시 공부와 경험의 내공을 실어 페미니즘의 방향을 집어주는 시니어 페미의 존재 자체로 위로 받았으니 말이다. 실제 청중 중 한 명이 시스젠더 퀴어로서 요즘 전개되는 논쟁에 상처받았는데, 오늘 말씀 감사하다는 류의 발언을 하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나는 질의응답 시간에 별다른 할말이나 궁금한 점이 없었는데, 전적으로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강의는 크게 두 섹션 1) 페미니즘 리부트의 배경과 의의, 2) 인정 이론으로 살펴본 페미니즘 운동의 방향으로 이뤄졌다. 악셀 호네트, 주디스 버틀러, 낸시 프레이저 등의 담론이 엮어 나왔지만, 이 중 낸시 프레이저의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서’에서 나온 인정 이론이 주로 다뤄졌다.   

 

- 페미니즘은 인정 투쟁이며, 인정은 정체성 인정을 넘어 기존의 정체성을 해체하는 운동이다.

- 악셀 호네트 혐오는 타자의 긍정적 자기이해를 손상하는 무시다”, 인정 투쟁의 방향: 당장 내가 인정받는 것을 넘어, 타자의 권리를 해치지 않을 것, 새로운 권한의 확대와 더 많은 사회 구성원의 포함을 의미한다.  

- 우리는 과연 제대로 된 인정투쟁을 하고 있는가페미니즘 역시 정체성 물화(reification)의 위험이 있다. (낸시 프레이저), 물화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못한 채 자기 정체성의 변화를 꾀하지 못 하거나, 내부 차이를 도외시 할 가능성, 분리주의나 집단 고립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 페미니즘의 방향은 젠더 이분법을 뒤흔드는 해체주의적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요즘 '젠더 카스트'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결국 남녀의 생물학적 섹스에 기반한 집단 분리를 주장한다. (수드라와 불가촉 천민(?)의 최하위 계층은 생물학적 여성이고, 성소수자 방패가 있든 없든 생물학적 남성은 이들 위에 존재하는 계층임) 그러나 젠더 이분법을 해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으면 젠더 카스트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페미니스트는 누구와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 현안에 따라 사안별로 논의하고 연대하되, 페미니즘은 남성 성소수자는 물론이고 남성 페미니스트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연대를 고민해야 한다. 페미니즘 운동은 성소수자와 여성 모두의 권리확장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 이 전선 안에서 내부 비판 가능(가령 뽈록이들 같은 게이의 여성비하).

- 페미니즘의 운동 전략은 각 집단 별로 교차성을 늘일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나라 바꾸는 계집: 이분법적 위계를 흔들고 정체성을 해체하는 사례, 이러한 사례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


영화감독 이송희일 님께서 페이스북에 남긴 짧은 문장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페미니즘의 철학과 감성을 한 마디로 압축한 문장이므로.  


저를 '똥꼬충'이라 부르며 생물학적 한남으로 일반화해서 비난하는 자칭 페미니스트들. 전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들과 굳이 어울리진 않겠지만, 만약 당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면, 옆에서 함께 비를 맞겠어요. 그게 제가 알고 있는 페미니즘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