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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ble

우리 밀로 채워진 동네 빵집과 홍대 빵집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10. 1.

동네에 조금씩 작은 빵집이 다시금 생겨나고 있어서 기쁘다. 며칠 전 망원동 대림아파트 2차 앞에 있는 유기농 동네 빵집을 새로 발견하고는 룸메와 처묵처묵하는 즐거움에 퇴근 시간을 소진하고 있다. 망원동 사는 내가 서점에서 '망원동 브라더스'를 발견했을 때보다 훨씬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즐거움이었다.


어릴 적 맛집 투어를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아니, 사는 재미가 그케 없는겨?'라고 생각했드랬다. 내가 인생의 묘미를 몰랐던거지. ㅎㅎ 동네를 산책하다가 맛있고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은 가게들을 찾는 기쁨이 쏠쏠하다.

그러다가 국내산 밀을 사용하는 맛난 빵집 2개를 발견했다. 하나는 성미산 마을에 위치한 진짜 동네 빵집이고, 다른 하나는 용산 효창공원 앞에 생겼다가 어느 새 홍대에 지점을 낸 럭셔리(?)한 빵집이다. 바로 키다리 아저씨네와 우스블랑이다.



키다리 아저씨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293-9

찾아가기   지하철 6호선 망원역 1번출구 3분 직진 -> 망원우체국 사거리에서 우회전 -> 다시 5분 직진하다 나오는 신호등 앞1층에 있어요. (성미산 마을 공동체의 유명한 카페 '작은 나무' 바로 길 건너편)

전화          02 6489 4200

영업          연중 무휴, 밤 10:30 까지 영업 (11시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_-)




우스 블랑 (상수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93-111

찾아가기   지하철 6호선 상수역 1번출구 2분 직진 -> 중국집 동천홍 앞에서 좌회전 해서 골목으로 들어가기 -> 골목 안으로 1분만 걸어들어가면 1층 창문에 곰이 그려진 우스 블랑이 보여요. (거기서 직진하다가 다시 좌회전 하면 홍대의 유명 빵집인 '퍼블리크'도 나와요. 근처에 '브레드 05'도 있음. 여기야 말로 '빵빵빵 드 서울'일세 그랴)

지도          http://www.noblesse.com/v3/LifeStyle/Restaurant.do?dispatch=view&id=28289

전화          02 3144 1977

영업          일~월요일,10:00~20:00



값싼 미국산 밀이 밀려 들어오면서 우리 밀을 키우는 농가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아보카도나 망고처럼 이 땅에서 못 키우는 작물도 아닌데, 경제력에 밀려 포기한 밀 농사의 명맥을 이어 여전히 꽂꽂하게 이 땅에서 밀을 키우는 농가, 그리고 되도록 소 발자국과 농약, 방부제의 사용을 줄이고 싶은 마음으로 우리 밀 빵집을 기꺼이 찾게 된다.


우리 밀은 가을에 파종해 추운 시기에 자라기 때문에 농약을 칠 필요가 없다. 집에서 직접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데, 조금만 날이 선선해져도 벌레나 구더기가 생기지 않는다. 여름에는... 쩜쩜쩜. 아무리 밀봉에 신경을 써도 벌레의 생명력을 막을 길이 없다. 그러니 추운 시기에 자라나는 국내산 밀이 건강할 수 밖에 없음을 머리가 아니라 구더기를 직접 처치한 이 몸이 이해한다. 녹차 중에서도 추운 계절을 지나 가장 먼저 난 새싹을 우린 우전차가 최고 고급이지 않은가. 건강한 밀으로 만든 빵을 고맙고 행복한 마음으로 먹는다.  

 




성미산 마을에 위치한 키다리 아저씨네 빵집은 테이블은 2개 정도 있어서 잠깐 앉아서 먹고 갈 수도 있다. 매장 카운터 앞에 자리잡은 우리밀 밀가루의 향연. 국산 천일염과 우유, 생크림을 사용하고 첨가제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성미산 공동체에서 이 빵집 생겼을 때 동네 차원에서 즐거워했다는 소문이 솔솔 들린다.








하루 전에 케이크를 예약하면 주문대로 만들어주신다. 여름이 다 가서 아쉽지만 간결하고 달지 않으면서도 손맛 느껴지는 팥빙수도 빼놓을 수 없다. 가격은 동네 빵집치고는 싼 편은 아니지만, 국내산 밀가루와 건강한 재료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가격이다. 겉 멋만 잔뜩 낸 고급스런 빵집에 비하면 싼 편이고 말이지.







우스 블랑은 아주 우연히 발견한 빵집이다. 다니는 해금 학원이 효창공원 역에 있는데 학원 가다가 맛나보이는 빵집을 보여서 감격하고 말았다능! 그런데 본점이 번창하였는지 상수역 근처에 이렇게 가게가 새로 오픈했다. '백곰'이란 뜻의 불어 이름을 사용하는 빵집답게 유러피안 빵집 분위기가 송송 풍기며 홍대 5대 빵집 중 2개가 근처에 있어서 가히 '빵빵빵 드 홍대'거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밀을 사용하는 정직한 빵집임을 가게 앞에 적어놓았다.





빵집의 부엌이 유리문을 통해 훤히 내다보인다. 그리고 가게 뒤편에는 작은 야외 공간이 있어 겨울이 오기 전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마지막 가을 바람을 솔솔 즐기며 빵을 처묵처묵할 수 있다.

 




팥빙수는 오천원 혹은 육천원 정도였고, 여름의 끝을 붙잡고 야외에서 팥빙수를 먹었다. 통통한 마카다미아 넛이 입에 씹힌다. 빵값은 비싼 편이지만 특이하고 맛난 빵을 먹을 수 있고 게다가 그냥 빵집이 아니라 베이커리 카페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 1층에 위치한 폴paul 같은 빵집에 비하면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야외에서 먹는 맛난 빵이 주는 행복함이란.


우리 밀을 쓰는 맛난 음식이 많아져서 우리 밀도 키우고 우리 콩도 키우고 우리 잡곡도 키우는 농가가 다양하게 되살아나면 좋겠다. 현재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0% 정도인데 이는 쌀 자급 100%에 가려진 꼼수이다. 밀의 자급도는 1.1%, 옥수수는 0.8%이다. 언제까지고 자동차나 휴대폰을 팔아서 농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치 안 시켜주면 좋겠다. 지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