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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세계 최고의 화장품 사용량…‘에코 화장’ 어때요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2. 14.

여성신문에 기고한 글.

일 끝나고 와서 저녁먹고 원고 쓰는데 몸이 천근만근했지만

사진도 찍어주시고 여성신문 측에 나름 걈샤 ㅎㅎ  

 

세계 최고의 화장품 사용량…‘에코 화장’ 어때요

 

라벨 대부분이 영어 화학명
그래도 성분 꼼꼼히 살펴야
쉬운 성분이 많을수록 안전

 

 

▲ 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여성 고객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화장품 라벨 전성분표시제가 시행 중이므로 라벨을 꼼꼼히 살피면 안전한 화장품을 고를 수 있다.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세계에서 가장 화장을 많이 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가부키의 전통이 있고 갸루 화장을 하는 일본? 갓난아이 엉덩이에 바르듯 성인의 얼굴에도 파우더를 듬뿍 바르는 동남아시아? 놀랍지만 한국 여성들의 화장품 사용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한국 여성의 91.4%가 화장을 하고 화장품 사용량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라는 보고가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30대 한국 여성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5만원어치 이상 화장품을 구매하고, 15개 화장품을 사용한다. ‘화장품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이라는 책은 ‘당신이 한 번도 화장을 해본 적이 없고, 자연 제품만 구입한다 해도, 설령 당신이 남성이라 할지라도, 이 내용은 당신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라고 경고한다. 남자와 어린이, 할머니까지 거의 모든 사람이 평생 바르는 화장품은 안전할까.

 

합성성분이 나오기 전까지 화장품의 주성분은 물과 기름이었다. 직접 화장품을 만들려면 물과 기름을 난황이나 레시틴, 올리브 유화 왁스 등의 유화제로 섞은 후 취향에 맞게 허브오일이나 기능성 첨가물을 넣으면 된다. 일반적인 화장품은 발음하기도 어려운 낯선 화학성분으로 만들어진다. 화장품 회사들은 석유로 만든 합성계면활성제와 합성수지(합성폴리머)를 적극 이용해 제품을 만든다.

 

화장품 성분처럼 소비재에 포함된 산업화학물질은 의약품이나 살충제라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광범위하고 값비싼 검사의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 식품류에 직접 첨가되는 것을 제외하면 상업적으로 쓰이는 어떤 화학물질도 건강, 안전검사, 인체의 노출 정도를 모니터링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화장품 성분 1만500가지 중 11%만이 식품의약국이 아닌 화장품 ‘업계’ 안전위원회의 검사를 거친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별다른 안전성 검사 없이 성분 등록이 가능하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단체인 환경실무그룹은 2005년 ‘스킨 딥’ 보고서를 통해 화장품 성분 중 3분의 1은 암 유발과 관련된 물질을 최소한 한 가지 포함하고 있으며, 45%는 생식기관이나 유아 발육에 해가 되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60%는 체내에서 에스트로겐 역할을 하거나 호르몬을 파괴하는 화학물질, 즉 환경호르몬을 포함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우리도 화장품 성분을 라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2008년 10월부터 화장품에 들어간 모든 성분을 의무적으로 라벨에 기재해야 하는 전성분표시제가 실시됐다. 그런데 라벨 속 성분의 대부분이 영어 화학명으로 돼 있어 라벨에 적힌 성분을 ‘그 어떤 베스트셀러보다 더 열심히 들여다본다’고 해도 마치 로제타스톤을 해독하는 듯한 느낌만 들 뿐이다.

 

그럴 때는 성분을 꼼꼼히 살피며 우리가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물, 기름, 첨가물, 천연 추출물 등의 성분을 골라낸다. 예를 들어 정제수, 동백오일, 라벤더 에센셜 오일 등은 찾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성분보다 쉬운 성분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표시된 성분의 앞쪽에 위치할수록 안전한 화장품일 가능성이 높다. 전성분표시제에서는 많이 들어가는 성분일수록 앞쪽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보니 제품 이름이 우리말로 된 생활협동조합 화장품을 구입하게 되고 친구들과 취미생활 하듯 간단한 화장품은 만들어보기도 한다.

 

만약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 성분이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성분의 건강 정보가 궁금하다면 여성환경연대가 준비 중인 안전한 화장품 사전 ‘톡톡’(www.toktok.or.kr)에서 7000여 개의 성분을 검색해볼 수 있다. 화장품 성분명을 검색창에 넣으면 안전(0~2점), 보통(3~6점), 위험(7~10점) 세 단계로 건강 정보가 표시되어 한눈에 위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위험에 해당하는 성분은 빨간색으로 표시해 유해성을 강조한다. 발암 가능성, 발달 및 생식 독성 여부, 내분비계 교란 위험 등 건강 정보가 망라돼 있다.

 

환경오염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유해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화장품 성분을 관리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다. 가령 신화학물질 관리법인 유럽의 리치 법안 중 화장품 관련 조항이나 캘리포니아의 안전한 화장품법 등이 그렇다.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존슨앤존슨은 지난해 프탈레이트, 트리클로산, 일부 파라벤 등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성분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질세라 올해 초 생활용품 다국적기업인 피앤지도 자사의 세탁세제에서 일사다이옥신을 생성하는 성분을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과는 그동안 생물학적 재생산을 위협하는 유해화학물질을 거부하면서 다른 삶의 방식을 조직해온 여성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뉴욕의 사랑의운하에 버려진 유독성 화학 폐기물에 항의한 운동이나 호주에서 독성물질을 반대하는 네트워크 참석자의 85~90%가 모두 여성이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화장품을 포함해 유해물질 반대 운동이  보신주의가 아니라 생명에 대한 공감, 지구에 대한 염치, ‘즐거운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마음으로 뭉친 여성들의 활동으로 채워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