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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day

태국병원 현지조사 답사기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1. 4. 12.


휴가차 놀러간 태국에서 하루만에 교통사고가 나서
억하심정이 되어 병원에 누워있던 나날들, 아흑~ 
(휴가보다는 치앙마이가 나오는 영화 '수영장'이나 들입다 볼 것을 그랬다.)
기브스한 다리는 아스팔트, 시멘트, 마징가 z의 무쇠팔처럼 나를 누르고
그렇다고 옆으로 눕지도 못하고 갈비뼈까지 다쳐 맘대로 발딱 앉지도 못하고
가만히 가만히
요가자세로 치자면 '송장자세'로 누워 소변줄을 차고 바라본 태국병원.
문화인류학자라면 아마 현지조사하는 기분이었겠지?, 쯤의 생각과  
('쯤의 생각'보다는 자기 최면과 착각과 되도않는 위로)
혼자 뻘쭘하지 않을 작정으로 이것저것 비교해보았다. 

태국병원과 한국병원의 차이점  (순전히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근거함 -_-)

1.텔레비가 없다. 에어컨이 없다. 
캐나다의 애드버스터즈가 진행하는 '일주일간 텔레비 끄기' 같은 캠페인은 여기서 연중 고잉온 ㅎㅎ
병실에는 텔레비가 없었다.!! 
아아, 조오타!!!

2. 레알 빈티지, 원목 목발
한국은 가벼운 알루미늄 목발을 사용하는 반면 태국은 '원목' 목발을 사용한다.
쪼큼 무겁지만 완전 레알 빈티지!  
흰 기브스에 친구들이 매직펜으로 뭐라고 블라블라 써 주는 빈티지는
이 클래식한 원목 빈티지에는 따라오지 못할 터! 
 


3. NO 간병인, NO 보호자용 베드
저녁 8시 이후에는 보호자가 병원에 머물 수 없는데 영유아 보호자만 애기 환자랑 같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대학병원에 으레 놓여있는 보호자용의 낮고 좁은 침대는 절대 찾아볼 수 없다. 
나처럼 해외에서 덩그라니 간병인 없이 지내는 사람도,
돌봐주는 가족이나 지인이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오는 현지인도,
아침과 저녁, 방문객이 제한되면 모두 공평하게 간호사 언니의 돌봄을 누린다.
밥을 못 씹는 중병환자를 위해 주사기에 미음을 넣어 일일이 떠 먹여주는 것도 간호사 샘이고
아침마다 커튼을 치고 씻겨주는 것도 간호사 샘이고
못 걷는 환자의 배변을 처리해주는 것도 간호사 샘이다.
간병의 가부터 하까지 모두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경험, 진보진영의 건강보험 하나로에 집어넣고 싶다규!

 

                                                                                                  주사기로 미음을 떠먹이고 있는 간호사 샘

4. bless for king!
왕님의 젊은 사진이 병원 침상마다 주렁주렁~
제일 처음엔 무슨 '유희왕' 스티커가 붙어있나, 하는 불경스러운 착각을 했었더랬지. -_-;;;
공항마다 몇년 째 long life king 이더니 병원에도 우리의 왕 님이 떡하고 바라보고 계셨다. 
내 침대에도 우리 왕님이!! 날 바라보고 있다!!!

 

5. 드레싱에 삼십분!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드레싱 하는데 얼마나 꼼꼼하고 성실하게 해 주는지
소독솜의 한올한올이 느껴질 만큼 상처부위를 천천히, 조심히 소독하면서
일분마다 얼굴을 들어 눈을 맞추며 '페인? pain?'하고 물어본다.
"전혀요!"
한국에 왔더니 다음 환자~하는 소리가 시작되자마자
내 다리에 박힌 철심이 돌다리인지 두드려보는 겪으로다가 솜으로 팡팡, 하면서 두들기면서 드레싱을 해 줬다.
속도도 힘도 대단했지만 간호사 언니들이 친절하기는 매 한가지. ㅎㅎ
그러나 전혀 안 아프지는 않았다규. -_-;;;

6. 스댕 배변기
수술 후 소변줄을 차고 있는 3일간 뼈 잘 붙으려면 잘 먹어야 했음에도 식사량을 조절했다.
아무리 간호사 언니들이 사랑스럽다해도 화장실은 내 발로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소변줄을 빼는 그 날까지, 워커를 짚고 어설프게 화장실에 내 발로 걸어가는 그 순간까지,
배변기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후일담. -_-;;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배변기와 오줌통이 모두 플라스틱이통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뽀대는 스댕이 좀 더 나는 듯하다.
노후를 위한 배변기는 태국에서 사는 것을 강추함. 

   
그래도
여자들의 로망,  BL 소설을 가져다주는 손길은 여기밖에 없구나.
이토록 센스있는 친구들은 여기밖에 없구나.
하는 감동의 도가니를 맹글어준 내 친구들의 *축 귀환* 선물!
한국 병원에 누워 환자들과 눈 마주칠 틈도 없이 빠져들었다는~ 
(해피엔딩으로만 엄선해 온 알흠다운 BL물에 푸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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