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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etc.

9월의 제주, 9월의 강정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2. 9. 13.

제주에 다녀왔다.

잎이 다 떨어지고 난 가지에 아슬아슬 달려있는 감에서도,

야자수에 달린 열매가 탱자처럼 노랗게 익어가는 정취에도,

가을이 주렁주렁 익어있었다.

제주에도 가을이, 강정에도 가을이 왔다.






작년 가을, 귤이 노랗게 익어갈때 즈음 강정의 삼거리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인이 잡혀 들어가서 쓸쓸해하던, 그럼에도 입맛 맛은 고급이라 괴기반찬만 선호하던 중덕이랑 놀았다.

그리고 귤이 아직 노랗게 익기 전에 다시 강정에 와서 삼거리식당에서 또 밥을 먹었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강정마을이 아니라 강정천 앞에 있는 풍림리조트에 느긋하게 관광오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 때 공사장에 레미콘 차량이 들어닥치고 있으니 어여 빨리 공사장으로 달려오라는 사이렌이 마을 전체에 윙윙 울려퍼졌다.

썩어 문드러질 그 놈의 해군기지.

강정마을은 전쟁 중이다.

수시로 마을을 짖어대는 사이렌 소리 만으로도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되는. 


아직 덜 익은 녹색 귤이 농장 앞에 놓여있다. 10일 뒤면 노랗게 익은 귤이 주렁주렁 달리겠지.

이렇게 새파란 귤은 처음 먹었는데 신선함과 청량감이 귤이 색깔만큼 선명했다.

태풍에 밀려온 붉은발 말똥게, 삼거리 식당 반찬통에서 기거중이셨는데

식당 분위기에는 "곧 방사하겠...다" 라는 뉘앙스가 묻어있었다. ㅎㅎ

삼거리 식당 언니가 키우는 포비(?), 잔뜩 얼어서 포비와 조우하는 있슈의 표정 ㅋㅋ

왈왈, 난 중덕이가 아니라 화순이! (뉴페이스구나, 안뇽!)

화순이 엄마

그렁께, 지금 여기서 씨멘트는 최고의 쓰레기랑께요.


강정마을에서 차로 10여분 떨어진 중문 컨벤션 센터에서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고 있다.

강정마을 공식 부스는 거절되었고,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과거 한국은 무분별한 개발으로 자연을 파괴했지만 지금은~어쩌고 저쩌고, 이래저래~ 4대강 살리기 사업처럼

지속가능한 사업을 하면서 녹색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블라블라~ 어쩌고 저쩌고~"

엠비는 엠병의 MB가 아닐까. 엠병할.


아, 경찰차 님께서 대기하시고 세계자연보전총회(WCC) 회의장 앞에서 봉쇄당한채 기자회견을 했다.



외쿡인이 많은 국제행사다 보니 영어로 피켓 준비해간 센스.

X자 배너의 플랑카드 뒷면을 재활용한 피켓,

MB's Green Growth is Gross!

->언어유희(pun) 되시겠음, 나는 '영어가 되는걸까'에 스스로 감격해하고 말았다능. -_-;;

네, 그렇습니다요. IUCN도 지발 들어주세요.

강정은 컨벤션 센터에서 멀지도 않아요.

자연보전은 커녕 아파트 20층 높이의 초대형 시멘트 더미 케이슨이 태풍에 쓰러졌는데 지상으로 옮기지를 못해서

수중에서 폭파해야 한다고 하네요. 50년 태풍에도 끄덕없다고 해놓고서, 토건족은 꼭~이런다. 구라병. -_-;;



강정천 앞에 걸려있는 한땀한땀 바느질 한 플랑카드


해군기지 공사장이 한 쪽에 있지만 제주 제일이라는 '일강정'은 여전히 아름답다.

서귀포 식수의 80%를 공급하는 강정천은 물 때를 만나 굽이굽이 솟구쳐 바다로 이어진다.

두물머리 입구에서 두 강이 하나로 이어지는 모습을 처음봤고

강정천에서 강이 흐르다가 어느 순간 바다에 툭, 떨어지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건 산모가 해산을 한다는 것을 책으로 읽어서 아는 것과

조산원에서 누군가가 아이를 낳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과 같은 차이였다.

강이 흘러 바다로 간다, 를 직접 보니 자연의 한 존재로서 소박하게 서있는 내가 느껴지는 기분.




 



그러니, 강정 안녕. 

시멘트가 아닌 평화를, 샬롬.



문정현 신부님과 인증샷



No Naval Base in Jeju.

Call on the IUCN to listen to the cry of Gangjeong.

강정마을에서 2시간 30분 동안 평화롭게 걸어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리는 컨벤션 센터까지 왔다.

컨벤션 앞마당에는 세계자연보전총회 축하공연이 열려 아이돌들이 잔뜩 내려와 리허설 중이었다.

아이돌도 우리랑 함께 해, 우리도 니들 노래 좋아한다, 는 심정 알랑가.

강정을 후원하는 평화 목걸이를 사왔다.

코끼리의 꼬리에 평화가 매달려있다.

강정에 샬롬, 플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