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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워크나인의 걷기, 평화를 생각하다.

by 불친절한 금자씨 2009. 12. 30.

벌써 몇 주 전 일요일, (기억도 가물가물) 
'워크나인'이 한반도 반쪽을 온전히 걸어 서울에 입성한 기념으로 홍대 근처 '오백'에서 잔치가 열렸다. 
워크나인은 일본의 평화헌법 9조를 지키는 자발적 모임으로 한국인인 나도 들어본 적 없는 곳까지 샅샅이, 발바닥 정성을 다해, 도중에 학교를
그만두고 함께 걸은 한국인 학생도
함께, 이렇게 알음알음 서로 모여 공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순전히 걸어서 서울에 도착했다.
그들이 함께 모여 '짝짝짝'하기 위해 이 날 잔치를 마련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에코로운 것은 무엇일까요?  
지구를 이롭게 하는 7가지 물건은?" 류의 질문에 
보통 자전거, 손수건, 텀블러, 부채, 등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아날로그' 아이템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날,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에코로운 것 중 하나는 평화,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일한 행동 중 전쟁만큼 비양심적으로, 잔혹하게, 무식하게, 쓰잘데기없이, 난폭하게 
물자를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장르도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이윤율 창출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전쟁이 시작된다, 고 한다.
토다 키요시의 <평화학과 환경학>에서도 "전쟁은 최대한의 환경파괴 범죄"라고 하지 않은가.  
그런 전쟁이 없는 상태,가 바로 평화의 필요조건이다.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 개발에 반대하던 60-70년대의 반전운동 역시 그렇다.
원자력 발전소와 핵무기 관련 시설 주변을 반전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들이 손에 손을 잡고 에워싸고 있는 사진은, 마치 잘 만들어진 '지식채널 e' 편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평화헌법 9조를 '걸어서' 일깨워준 워크나인, 짝짝짝

함께 걷지는 못했고 (겨울이지 아니한가...)
그 대신 방구들 전기장판에 누워 귤을 까먹음시롱
<도시 걷기의 인문학: 파리를 생각하다>를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워크나인'의 걷기를 생각했다.

"걷는 사람에게 절망은 없다. 그가 정말 걷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과 말싸움을 벌이지 않고, 자신의 불운을 한탄하지 않고, 
자신의 세속적 가치를 올리기 위해 뒤돌아서지 않고 계속해서 걷는다면" 

-자크 레다 (위의 책 p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