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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Info

[살림이야기] 독성 없이 살림 끝!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6. 8. 2.

2016년 7월달 살림이야기 기고 글 <친환경 도시살이> 




독성 없이 “살림 끝!”


글 고금숙 _ 만화 홀링


건강하면서도 힘들이지 않고 깨끗하게 살림하고 싶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는 법. 온갖 합성세제로 생활은 간편해지고 세균은 없어졌지만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 등 자가면역 질환이 늘어나고 물과 토양은 오염되고 있다. 이제 친환경 세제로 적당히 깨끗하고, 충분히 건강하게 살면 어떨까.

 

거품도 향도 없음 어때


오랜만에 대형 마트에 들렀다.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가는 망원시장과 생협에 없는 물건을 찾으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이럴 수가, 대형 마트의 탈을 쓴 친환경 매장인 줄 알았다! ‘옥시 사태’ 이후 대형 마트는 진열대에서 합성세제를 내리고 친환경 매장에서나 주로 취급하던 투박한 세제를 보란 듯이 올렸다. 대표적인 친환경 세제인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가 위풍당당하게 주류 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전자제품 얼리어답터는 아니지만 친환경 세제라면 내가 얼리어답터 아니겠는가. 이미 10년도 전에 생협에서 파는 물비누나 가루 세제, 다목적 세정제를 쓰다가 좀 더 싸면서도 지구와 내 몸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세제를 찾아 나섰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선택한 게 바로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폐식용유 비누다. 이 4총사를 적절히 조합해 변기와 창틀 청소, 면생리대 빨래까지 모든 살림을 끝냈다. 10㎏ 이상 대용량으로 구입해 놓고 쓰니 가격도 참 싸고, 계속 같은 용기에 덜어 쓰니 버리는 플라스틱 용기도 줄었다. 덤으로 욕실 선반은 단순한 삶 운운하는 책 표지로 써도 될 만큼 비어 갔다. 에헤라디야.


그런데 풍성한 거품도 없고 향긋한 향도 없고 뽀드득한 상쾌함도 없는 세제를 얼마만큼 인내할 수 있을까? 집안일 중 빨래와 청소를 도맡은 룸메이트를 전격적으로 인터뷰했다. 환경 활동가와 살아야 하는 운명을 감내하며 시중의 세탁 세제, 섬유유연제, 욕실 세제, 유리 세정제, 변기 세척제 등을 일절 포기해야만 했던 룸메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일부 블로그에서 베이킹소다와 구연산만으로도 모든 때가 빠지듯 말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빨래의 경우 세탁 세제에 비해 때가 덜 빠진다.” 그에 대한 내 항변. “그건 우리가 아낀다고 찬물로 세탁해서 그런 거야. 베이킹소다는 따뜻한 물에 써야 세척력이 좋다고!”


사실 친환경 세제는 락스처럼 타일과 실리콘에 낀 까만곰팡이나 베개에 누렇게 찌든 머리 기름을 단번에 지우지 못한다. 빨래를 해도, 청소를 해도 도통 기분 좋은 ‘샤랄라’ 향기를 풍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전에 합성세제만을 써 왔던 룸메이트의 결론은 “세탁기에 세 종류의 세제를 넣는 게 좀 귀찮을 뿐 나름대로 쓸 만하다”는 평이다. 우리는 친환경 세제가 범접할 수 없는 강력한 상대는 락스와 ‘아스토니쉬’ 정도라고 동의했다. 락스의 성분인 치아염소산나트륨은 산소계 표백제와 함께 쓸 경우 유독한 염소가스가 나오고, 아스토니쉬에 들어 있는 2-부톡시에탄올은 생식독성물질로 캐나다에서는 스프레이형 외의 세제에 6% 이하만을 허용한다. 때가 잘 빠지는 만큼 치러야 할 대가가 있는 법. 특히 스프레이형 세제를 조심해야 한다. 유럽 10개국 3천500명을 대상으로 9년간 조사한 연구는 일주일에 한 번 스프레이형 청소 세제를 사용하는 경우 천식에 걸릴 가능성이 30~50%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사용하는 세제 가짓수가 많을수록, 더 자주 사용할수록 천식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베이킹소다는 때를 씻어 내고 바다를 중화하는 작용을 한다. 식초나 구연산은남은 때를 녹이고 유해 세균을 적당히 없앤다. 세탁할 때는 과탄산소다, 베이킹소다, 구연산을 3:2:1 비율로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가루를 녹인 다음 세탁물을 두 시간 정도 불린다. 따뜻한 물을 사용하면 때가 훨씬 잘 빠진다.

 


세균 죽이는 성분이 다른 건 안 죽일까


우리네 문명이 정한 깨끗함의 기준이 99% 항균과 인공 향이라면 친환경 세제로는 ‘친환경 세제 할머니’가 와도 기준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다. 신종플루의 유행에 힘입어 병원에서 소독용으로 쓰던 트리클로산이 온갖 항균 제품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손을 씻을 때 항균 비누나 일반 비누나 별 차이가 없다. 공들여 싹싹 씻으면 유해 세균 대부분이 사라진다. 오히려 항균 제품은 유해 세균은 물론 우리 몸에 붙어사는 ‘원주민 세균’까지 모두 죽인다.


우리 몸은 세포와 미생물이 조화롭게 공생하면서 건강을 유지한다. 99% 항균을 내세운 온갖 세제들로 생활은 간편해지고 주변은 청결해졌지만 그 대가로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 등의 자가면역 질환이 늘어났다. 시구를 빌려 말하자면 “과도한 청결은 병인 양하노라.”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도 균을 죽이는 성분이 목숨을 앗아갔다. 항균 성분은 우리 몸을 거쳐 강과 바다, 토양으로 흘러간다. 트리클로산은 하수처리장을 통과할 때 75%가 잔류하고, 물과 햇빛을 만나면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되어 물을 오염시킨다.


베이킹소다는 때를 씻어 내고 바다를 중화하는 작용을 한다. 식초나 구연산은 베이킹소다를 보완해 남은 때를 녹이고 유해 세균을 적당히 없앤다. 그러니 이 축복받은 건강하고 간소하고 저렴한 대안을 충분히 누리길. 방법은 간단하다. 베이킹소다와 비누로 때를 빼고 구연산 물로 헹군다. 세탁할 때는 과탄산소다, 베이킹소다, 구연산을 3:2:1 비율로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가루를 녹인 다음 세탁물을 두 시간 정도 불린다. 때가 잘 빠지지 않는 부분에는 베이킹소다와 물을 3:1 비율로 섞은 반죽을 붙여 놓고 하루 정도 묵혔다가 구연산으로 헹군다. 따뜻한 물을 사용하면 때가 훨씬 잘 빠진다.

 

 


↘ 고금숙 님은 도시에서 ‘에코에코’하게 살아가기를 꿈꾸는 철딱서니 없는 비혼입니다.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에서 일하며, 《망원동 에코하우스》를 펴냈습니다.

↘ 홀링 님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카스테라 속 외딴방(holling60.blog.me)에 그림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