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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Info

[살림이야기] 나답게 살고 죽기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6. 8. 2.

살림이야기 2016년 3월 기고글


[ 친환경 도시살이-친환경 건강 양생술 ]

나답게 살고 죽기

글 고금숙 _ 그림 홀링




건강은 이번 생애 내 힘만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우주의 힘이 작용하는 영역이다. 그러니 마음을 비우고 건강이 목표가 아니라 ‘나답게’ 살고 죽기 위한 자기 배려의 한 방법으로 ‘친환경 양생술’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 나도 모르게 이미 수많은 화학물질에 몸이 담금질되었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에 공을 들이기로 한다. 결국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의 과정이 겹겹이 쌓여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될 테니까.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 표지에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적혀 있다. 그 문구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카테터를 삽입하더라도 좋아하는 만화책을 즐길 수 있을 테지만 의료 장비의 도움 없이도 찐 고구마를 소화시킬 수 있을 때까지만 삶을 연명하고 싶다. 하지만 《혼불》의 최명희 작가 같은 분도 연명치료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정작 난소암에 걸리자 가능한 모든 치료에 필사적이었다고 하니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해 보기로 한다.


내가 해 온 환경운동은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을 꼬치꼬치 따지고 다시 묻고 이를 거절하면서 사람도, 지구도 건강하게 사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화장품의 프탈레이트, 영수증의 비스페놀A, 일회용 종이컵의 음료에 담긴 과불화화합물 등 유해화학물질이 이래저래 건강과 환경에 안 좋으니 우리 한번 바꿔 보자는 내용이다. 이런 식의 운동은 PCB와 DDT의 규제를 이끌었고, 그 결과 인체 내 축적량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6초마다 새로운 화학물질이 선보이고 4만 종이 넘는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현실에서 하나씩 겨우겨우 바뀌는 현실은 때론 개개인을 절망케 한다. 아이들의 아이큐를 떨어뜨리는 납을 휘발유에서 제거하는 데 10년 넘게 걸렸으니 말 다했다. 그러니 약삭빠른 자본주의는 몸에 쌓이는 화학물질에 대응하기 위해 더 좋은 제품을 더 많이 소비하라고 부추긴다. 깨알 같은 건강검진, 건강보조식품과 비타민제, 공기청정기와 사보험 등등을 소개한다.

 

당신의 GGT 수치는?


나는 이에 옹골차게 대항해 지구에 ‘임팩트’를 덜 남기고 더 적은 자원을 소비하면서도 건강하게 사는 ‘친환경 양생술’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첫째, 병원은 ‘종특’상 엄청난 에너지와 자원이 들어가는 곳이니 꼭 필요할 때에만 이용한다. 온 국민이 다 아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해 질병을 예방하고, 감기처럼 대수롭지 않은 병에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나는 4대강 공사 반대 노숙 농성 때도 생수로 양치질을 했는데 이게 다 예방의 생활화였다나 뭐래나. 


둘째, 건강검진은 단호하게 기초항목만 검사받는다. 갈수록 건강검진이 복잡해지면서 비싸지고 있는데, VIP를 위한 건강검진의 경우 1천만 원이 넘기도 한다. 그런데 비싼 건강검진에 들어있는 CT 촬영은 피폭 방사선 노출을 한껏 높인다. 《건강의 배신》에 따르면 45살의 피검사자 1만 명이 전신 CT 검사를 받을 경우 그중 8명이 피폭에 의한 암으로 사망하고, 75살까지 매년 전신 CT 검사를 받으면 190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또한 가슴 CT 한 번에 8mSv의 방사능에 노출되는데, 이는 연간 방사능 노출 기준량의 8배에 이른다. 따라서 CT를 찍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없다면 일반건강검진에서는 CT를 찍지 말자. 돈 들여서 방사선 쬐는 꼴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 백만 명 당 CT 기계 보급률이 세계 2위로 의료 방사선량이 늘어난 반면, 의료 방사선 노출 이력제를 실시하는 영국과 달리, 검진 때 누적된 방사선량을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니 알아서 의료 방사선 노출을 줄이는 수밖에! 


셋째, 건강검진 검진결과에 나온 감마 글루타민 전이효소(GGT)의 수치를 매의 눈으로 확인한다. GGT 수치는 보통 알코올성 간질환이나 지방간 등 ‘술병’ 난 사람에게 높게 나온다. 그러나 근래 나온 최고의 건강 책 《호메시스》에 따르면 GGT 수치로 비만·당뇨·고혈압·관상동맥질환·뇌졸중·암·총 사망률 등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GGT 수치가 정상 범위 내에 있다 해도 그렇다. 심지어 비만인 사람도 GGT 수치가 낮으면 당뇨 위험이 낮다. 외부에서 체내로 유입되는 유해물질이 늘어나면 이를 대사시키기 위해 GGT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물질 중 GGT와 관련된 물질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로, DDT와 같은 유기염소 농약들, 고엽제 성분이자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오는 다이옥신, 테플론 프라이팬과 고어텍스에 쓰이는 과불화화합물 등이 이에 속한다. GGT 수치는 내 몸이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알려준다.

 

뻔한 듯 안 뻔한 ‘약보다 먹을거리’


넷째, 정직하고 바르게, 땅심에 의지해 만든 먹을거리를 먹는다. 생협의 먹거리가 비싸다고들 하는데 기어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 좋은 토질에서 제대로 키운 채소는 필수 영양소인 미네랄이 풍부하다. 그리고 풀을 뜯어 먹고 자유롭게 돌아다닌 닭이 낳은 달걀이나 가축의 고기는 오메가6지방산 대비 오메가3지방산 함유율이 훨씬 높다. 엽산, 철분, 오메가 등 몸에 좋다는 미네랄 제제를 먹으면 된다고? 하나의 특정 성분만을 추출해 만든 보조제는 생명체가 제 스스로 밸런스를 맞춰 놓은 원기를 따라가지 못한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센트죄르지는 비타민C가 부족해 생기는 괴혈병을 비타민C의 성분인 아르코르브산만으로 치료하지 못하는 사실을 밝혀냈다. 오직 식품으로 섭취한 비타민C만이 다른 성분과의 상승작용을 통해 치료 효과가 나타났던 것이다. 화학구조가 똑같은 성분을 합성하거나 추출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생명체가 생을 유지하기 위해 맞춰 놓은 생명력의 황금비율은 구현하지 못한다. 그러니 약이라 여기며 생협 재료로 ‘집밥’을 만들어 드시라.


다섯째, 주식을 현미로 바꾸고 채소와 과일은 껍질째 먹는다. 일회용품 한 번 써 본 적 없을 북극곰의 혈액에서도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 펑펑 검출되니, 뭘 해도 우리 몸은 이미 수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화학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해독’이 중요한데, 이를 돕는 식품이 바로 껍질째 먹는 채소와 곡류이다. 삼시세끼를 현미를 바꾸기만 해도 해독작용에 큰 도움이 된다. 현미밥이 거칠어 꺼려진다면 부드러운 발아현미를 먹거나 압력솥을 이용하자. 또 농약 섭취로 인한 해보다 껍질째 먹는 건강상의 이익이 더 크므로 웬만해서는 껍질까지 몽땅 먹자. 마지막으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숨이 가빠질 정도로 운동하는 센스 발휘! 돈 쓰고 전기 쓰는 체육관 말고 자전거 타고 배드민턴 치고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친환경 운동을 권한다. 

 

 


 
























↘ 홀링 님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카스테라 속 외딴방(holling60.blog.me)에 그림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