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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Edit video

할매는 궁금하다! 그래서 우리는 비전력 실천일기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8. 12.

휴가 때 고향에 갔더니 울엄마가 난생 처음으로 에어컨을 장만하셨드랬다.

아들내미가 에어컨 없는 부모님 집에서 땀을 뻘뻘 흘리다가 도저히 못 있겠다면서 저녁만 먹고

쌩~하니 자기 집으로 복귀하자 마음의 상처를 입으시고 그 길로 에어컨을 거실 하나, 방 하나 두 대나 장만하셨다!

언젠가부터 에어컨이 생활 필수품으로 여겨지면서 집집마다 에어컨을 달기 시작했다.

나도 이번에 이사 올 때 전주인께서 쓰던 에어컨을 설치비만 받고 넘겨주신다고 했는데

"전 원래 에어컨 없이 살아요"라고 거절하자 "거 참 어떻게 살라고 그러냐"라며 참으로 짠하다는 표정을 하셨다.


그런데 며칠 간 1평 짜리 코딱지만한 에어컨이라도 살까하는 마음이 살짝꿍 들었었다.

'땀은 땀이로되 잠은 잠이로다'를 온몸으로 실천하며 세상 모르고 자는 나와는 달리

내 룸메는 밤마다 거실과 방을 왔다갔다하다 새벽에 찬물로 샤워를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오메, 짠한그!


그러다가 여름철 전력난, 전기공급 비상 등이 검색어 순위 상위에 자리잡은 것을 보고

전기 공급 부족하니 원자력 발전소 짓자고 할까봐 에어컨은 싹 접기로 했다.

전력부족은 일년 8,760 시간 중 피크타임 약 500시간에만 일어나고

그 답은 돈 잡아먹는 하마 원자력 발전소가 아니라 수요분산, 제한 송전, 분산형 대체에너지로 충분하다고 한다.
자랑스럽게도 (으쓱으쓱!)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에어컨 없이 잘 살고 있고, 벌써 말복이니 더위도 곧 가시리. ㅎㅎ

마침 여성환경연대 컨텐츠 팀 식구들과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나눔 문화의 소책자를 보고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에 마음으로 몸으로 함께 하고자 릴레이로 '나름 비전력 실천'을 해보기로 했다.


이번 여름에 우리가 돌아가면서 실천한 에고에고 에코라이프! 비전력 편.
먼저 나의 비전력 일기.





부엌에서 요리할 때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는데 스피커가 필요했다.

요리를 별로 즐기지 않지만 클래식을 틀어놓고 음식을 하다보면 뭔가 엘렝강스해지는 기분. ㅋㅋ

친구에게 받은 소형 포터블 스피커가 얼마나 전기를 먹겠느냐마는

속이 텅 비어있는 나무 사이의 진공을 타고 소리가 증폭되는 비전력 스피커는

전기 플러그 자체가 없고, 휴대폰 스피커의 기계음이 아날로그로 변환된다.

대나무 마디를 잘라 휴대폰을 끼울 수 있도록 구멍을 내서 만들기도 한다.



이사 선물로 네스카페 캡슐머신을 선물 받았다. (럭져리 쩔어~)

캡슐커피는 크리마가 보글보글 솟아오르고 목넘김이 좋아 커피 좋아라 하는 인간들에게 그만인데

전기도 많이 먹고 (열과 압력을 한번에 가하는데 그 에너지가 다 전기 아니겠삼?) 플라스틱 쓰레기도 나오는지라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먹는다.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사람이 아침에 커피 냄새를 맡을 때 살고 싶었다고 어느 책에 나와 있던데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릴 때마다 의식을 치르듯 경건한 마음마저 든다.



나의 비전력 커피 도구들



전기도 안 쓰고 공간도 안 잡아먹는, 필터형 정수기




전기를 쓰지 않는 기계형 수동 비데,

세면대 물과 연결되어 보일러를 틀면 온수도 나온다.


자전거 믹서기, 비전력 냉장고와 세탁기 등 아이디어는 많이 나와있지만

도시의 작은 집에 모셔 놓을 수 있고 날마다 일상생활에서 쓰임새가 있고 별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 위주로 모았다.

오히려 기계식이라 고장도 덜 나고 사용이나 설치도 간편하고 아날로그 감각으로 삶을 풍부하게 해 준다.

사진은 안 찍었지만 전기 청소기 대신 빗자루와 대걸레 사용도 강추!


이제부터 컨텐츠 팀 쌤 님의 비전력 실천




엘레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이 여름, 6층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는 비전력 실천.

나도 5층까지는 짐이 많지 않는 한 계단을 이용하는데

마포구립 서강도서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할 때 가장 뿌듯하다.




5층에 있는 도서관까지 올라가면 6,300 cal 만큼 열량이 소모된다.  마냥 고맙다. ㅎㅎ



그리고 오피스텔 에어컨을 틀다가 이번 기회에 에어컨 플러그를 뽑아버린 모모님.



에어컨을 안 트는 네거티브 전략에서 부채 이용의 파지지브 전략까지 ㅋㅋ (사진: 쌤 님)



이건 사무실에서 한 번씩 쓰는 방법인데 컨텐츠 팀 에코디케 님께서도 비전력 실천으로 추전하셨다.

바로 시원한 물에 발 담그기!



집에서 키우는 애플민트를 던져 넣는 센스까지! (사진 출처: 에코디케 님)


KTX 50% 할인에 맞추니라 한 달을 기다렸다가 다음주에 여성환경연대 사무국 모두 밀양에 내려간다.

우리의 비전력 실천이 얼마나 전기를 애꼈겠냐마는 밀양을 위한 마음으로 함께 했다는 것을.

그 마음들이 모여 밀양은 부디 '이기는 싸움'을 만들기를.


<할매는 궁금하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