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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Info

집안으로 들어온 화학무기, 모기약에 대처하는 법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7. 12.


 

이 곳은 ‘아우슈비츠’야

여기는 곳곳이 아우슈비츠야. 예고도 없이 어느 한 순간 독가스가 살포되면 기절했다가 질식해 죽게 되지. 

독가스가 삽시간에 몸에 퍼져 중추 신경절을 공격하면, 우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마비된 채 죽는거야.

우리의 존재가 눈에 띄는 순간 그 자리에 독가스가 치익~하고 분사된단다.

게다가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모두 뱃 속에 자식을 밴 임산부야.

뱃 속의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아우슈비츠’의 위험을 감내하지만 보람도 없이 독가스의 한 방에 훅 가.


집안으로 기어들어온 화학무기

여름이 되면 모기와의 전쟁을 치른다.

모기의 입장에서는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아우슈비츠가 곳곳에 존재하는 전쟁통과 다름 없다.

전쟁 때 만들어진 화학무기 성분은 창고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독성을 약화해곤충을 잡는 살충제가 되어 

우리의 생활과 집안 곳곳을 점령하게 된다. 

바로 모기, 파리, 바퀴벌레를 잡는 가정용 살충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그런데 모기는 무조건 흡혈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피를 빨아먹는 모기는 단백질과 철분이 필요한 알을 품은 암컷 뿐이다.


 

지 새끼를 키우기 위한 눈물 겨운 밥벌이라고 연민의 정을 품어봤자,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모기의 존재감은 나를 미치게 한다.

내 잠을 깨운 너에게 아우슈비츠를 맛보게 하마! 복수의 칼을 뽑아 모기약을 뿌리고 만다.


 

 확실하게 모기를 죽인다니까요. 나도 죽여서 그렇지

모기약에 흔히 쓰이는 성분을 살펴보자. 

주로 독성이 덜한 피레스로이드(pyrathroid) 성분이 모기약에 쓰인다.

피레스로이드는 국화의 일종인 제충국에서 발견된 피레스린에 기초한 성분으로, 

뿌리는 모기약에는 주로 프탈트린, 퍼메트린, 디클로르보스가 쓰인다. 

국화에서 나온 성분이라니 곤충은 싫어해도 사람에게는 독성이 없겠네,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퍼메트린은 내분비계장애물질이자 발암가능성이 인정된 물질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의해 유독물로 지정돼 있으며

유럽연합은 2008년부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모기약을 살 때는 광고 홍보에 속지 말고, 뒷면에 표기된 성분을 살펴보아야 한다. 


디-(시스,트란스) 알레트린이나 디-(시스,트란스) 프탈레트린 등은 피레스로이드계 화합물로

국내에 시판되는 제품들에 사용되는 성분이다. 

이 중 알레트린은 2008년부터 유럽연합에서 금지된 성분으로, 

유해한 살충제 성분 목록 ‘PAN bad actor’에 올라있는 성분이다. 

 

    

                                                   <<모기약 중 판매량이 높은 '에프킬*' 제품의 경우, 알레트린의 한 종류인 디-시스/트란스알레트린이 함유되어 있다.>>

                                                  

최근 유해한 성분 덩어리인 살충제를 직접적으로 뿌리는 것이 아니라 

모기 기피제라고 모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용품이 많아지고 있다. 

뿌릴 수도 있고, 시계처럼 차고 다닐 수도 있는 형태로 나와 야외 활동을 할 때 편리하다. 

그러나 이 모기기피제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디에칠톨루아미드는 몸에는 편리한 성분이 아니다. 

중추신경과 뇌신경에 영향을 미쳐 식약청은 어린이 제품에 10% 미만을 함유해야 허가해주고, 

유럽연합에서는 유해성을 재평가하는 중이다. 

특히 디에칠톨루아미드 함유 제품은 플라스틱 안경테, 합성섬유 등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모기약에 들어있는 디에칠톨루아미드의 모습>>

 

그럼 어쩌란 말이냐

럼 모기에게 실컷 뜯기고 모기 침이 발라져 간지러운 피부를 박박 긁으란 말이더냐, 

라고 항변할 것 같다.

다행히 안전한 먹을거리와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생활협동조합에서

천연 모기 기피제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살 수 있다.

시중에 판매하는 살충제(기피제)처럼 읽어봐도 알랑가 모를 살충 성분이 아닌,

정제수, 발효알코올, 계피추출물, 측백정유(측백나무 잎에서 추출), 마늘추출물, 고삼추출물, 글리세린, 콩 레시틴, 

정향유(정향나무 잎에서 추출), 시어버터(카리테나무열매에서 추출), 잔탄검으로 이뤄져 있다.

 

 

효과가 의심된다고?

식약청에서 정향유 2% 이상이 모기 기피력이 있다고 인정했고

미국 식약청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한다. 

집에서 모기 기피제를 만들 때는

알코올 1/3에 허브에서 추출한 시트로넬라 에션셜 오일 20~30 방울을 넣고 잘 섞은 다음,

나머지 2/3을 정제수로 채우면 된다.

 사실 가장 효과가 가장 높은 방법은 모기장을 펴고 온 가족이 모여 옹기종기 자는 것! 


모기약 폐기과정에서 건질 건 고철 뿐

 세계대전을 통해 개발된 화학무기 성분이 시장에서 살기 남기 위해 살충제가 되었고, 

이 잡겠다고 지금은 금지된 DDT를 아이들 머리에 뿌리던 시절도 있었다. 

이 잡다가 아이들 잡을 뻔했다. 독성도 약해지고 자극적인 냄새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환기하지 않고 실내에서 모기약을 사용하면 아이들 건강에 유해할 수 있다. 

또 폐기 과정에서 남아있는 살충 성분이 지하수를 오염시키거나 미생물을 죽일 수도 있다.

뿌리는 모기약은 살충 성분이 물에 녹지 않아 액화석유가스에 담아 판매하는데, 

액화석유가스는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고 폐기시 폭발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제대로 폐기될 경우 건질 건 포장재인 철통 뿐. 

고철은 수거된 후 용광로에서 녹여 재활용 할 수 있다.

 

이 글은 샘터 7월호에 실린 글(필자_여성환경연대 금자)을 재수정하였습니다.

글 다듬기, 모기약 시장조사와 이미지 작업은 여성환경연대 김희원 인턴이 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