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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양화대교에서 자전거로 행복하자고, 사이클핵!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7. 6. 18.

 

유럽여행 일정을 한 달 줄여 그 시간을 동남아시아에 할애할 만큼 나는 열대우림의 뜨거운 기운을 사랑한다. 하지만 지난 해 안식월 여행의 마지막 장소로 동남아의 한 지역이 아니라 호주를 선택했다. 그저 자전거를 마음껏 타고 동네를 산책하는 일상을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타이 방콕, 베트남 하노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물론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사랑스럽게 자전거를 타던 발리에서마저도 길바닥에서 비명횡사할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자전거를 타기 힘들다. 자전거를 탈 줄만 알면 된다고 여겼는데 순진한 생각이었다. 사방에서 오토바이, , 인력거, 개와 사람이 튀어나오는 하노이에 오면 절로 깨닫게 된다.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는 깨끗한 물이 나오고 무선 인터넷이 잘 터지고 다정한 사람이 많은 환경만큼이나 크나큰 사회적자본이 필요하고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출퇴근할 때 다니는 양화대교 인도는 이 구조적 문제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자전거 도로는 아예 없고 인도와 차도만 있는데 양화대교 차도는 속도가 빠르고 차들이 위협적이라 자전거 라이더에게 차도는 너무 위험하다. 인도의 경우정말 그 크기가 ㄷ ㄷ ㄷ  보행자가 무심코 어깨를 바꿔 가방을 매는 등의 사소한 일에도 사고가 날 만큼 좁디 좁다. 내 양팔 보폭보다 좁아서 모르는 보행자끼리 나란히 가면 연인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폭이다. 그러니 자전거는 어쩌라. 내 주변에는 보행자 가방에 맞아서 자전거 타다 자빠진 사례, 뒤에서 추월하는 자전거 때문에 자전거 타다 앞으로 꼬꾸라진 사례 (바로 나!) 등이 많다. 자이언티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양화대교를 불렀지만, 우리 자전거 라이더들은 오늘도 무사히를 가슴에 새기며 양화대교를 건넌다.


양화대교 모습

스페인 세비야의 한 거리 모습 (열라 부럽구나...)


이런 문제에 대한 마포구청의 대응은 양화대교 자전거 탑승 금지이다. 그런데 한강을 자전거 끌고 걸어서 건넌다면 누가 자전거를 타겠냐고요. 한강 정말 넓다고요. 실제로 자출족인 내가 아침 저녁으로 살펴도 아무도 양화대교에서 자전거를 끌고 건너지 않는다. 그리고 자전거 끌고 가다 보행자를 만나면 인도가 워낙 좁아 터져서 비켜줄 곳도 없다. 차라리 자전거 타고 있으면 자전거 자리만 차지하지, 자전거에서 내려서 자전거랑 사람 자리를 나란히 차지하면, 닭 한 마리당 A4 한 장의 크기도 허용하지 않는 양계농장 밧데리 케이지처럼 외려 보행자 도로만 꽉 채운다. 그럼에도 자전거 라이더에게 죄책감만 심어주고!! 한 마디로 우리 관은 안전한 조처를 취했어, 니들이 어긴 거야라고 변명하기 위한 전시 행정. 아, 빡 친다. 이런 자세로 초미세먼지 만드는 낡은 타이어, 낡은 경유차 관리 좀 해주시라고요.   


양화대교에서 자전거 타다 한 보행자로부터 다리 위에서 타지 말고 

다리 위나 아래로 다니라는 '꾸사리'를 들은 적이 있다. 

저도 그러고 싶다고요, 

그런데 다리 위나 아래로 어떻게요?

이렇게 날개 달고 한강을 날라서 건널깝쇼?

자전거가 수륙양용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잠수교처럼 다리 아래 다리가 또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ㅠ.ㅠ 

 

전체 시민 3명 중 1명 이상, 교외 거주자를 빼면 2명 중 1명 이상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덴마크 코펜하겐의 경우 이미 100년 전 세계 최초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고, 이후 자동차 속도를 줄이고 자전거 전용 신호체계를 갖췄다.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4초 먼저 신호를 받아 길을 건너고, 시속 20㎞로 달릴 경우 도심에서 한 번도 빨간 불에 걸리지 않고 교차로를 건널 수 있다. 정책에 감동받기 쉽지 않은데, 눈이 내리면 자전거도로의 눈을 가장 먼저 치운다는 코펜하겐 시의 정책에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눈 오는 겨울, 양화대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친구들과 코펜하겐으로 자전거 치유 여행이라도 떠나야겠다.

 

이렇게 자나깨나 오매불망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전거를 타지 못하게 하는 구조 사이클 장벽을 무너뜨리는 사이클핵(Cycle Hack)’을 연다. 2017년부터는 서울도 참여한다! 사이클핵은 1) 평소 자전거를 타면서 겪는 소소한 장벽, 2) 큰 홈이 파인 도로, 계단 등 자전거 타기를 포기시키는 지리적 & 환경적 장벽, 3) 자전거 관련 사회기반시설과 커뮤니티 등 자전거 문화를 둘러싼 거시적 장벽, 이렇게 세 파트의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내고 그 중 훌륭한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는 시민 플랫폼이다.


사이클핵 안내 http://bikloud.tistory.com/269

십년후연구소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enyearsafter10

 

오오, 제발 양화대교 한 차도를 자전거 전용도로로 만들어주세요

그런 정책을 내면 자유한국당에서 내세운 마포구청장 후보라도 찍고 말 거야

단, 돼지 발정제 홍씨는 제외.

 



어디냐고 물어보는 말에

나 양화대교 "양화대교"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Zion.T <양화대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