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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ble

식탁 언저리에 자리잡은 버섯친구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12. 12.

표고버섯은 아니 된다고 했던가.

유기농과 바른 먹거리를 유통하는 한살림, 행복중심생협 등의 국내산 표고버섯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표고버섯이 가장 심하기는 하지만 다른 버섯들도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버섯의 특성상 방사능을 축적하기 쉽다고 했던가. 아아 나는 핵발전소에서 나온 전기는 없어도 되지만, 버섯요리는 엄청엄청 좋아하단 말이닷! 핵발전소는 채식주의자들에게 사과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리하여 후쿠시마건 고리건 영광이건 버섯도 못 먹게 만드는 핵발전소를 마구마구 미워하던 중, 공덕역 '늘장'에서 '지구를 구하는 버섯 친구'를 영접하게 되었다.


버섯친구는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 찌꺼기를 이용해 집에서 쉽게 버섯을 기르는 키트이다.

커피 한 잔에서 커피가 차지하는 부분은 0.2%, 나머지는 커피 찌꺼기로 남는다. 커피 찌꺼기는 탈취와 기름기 제거 효과가 탁월해 싱크대나 스댕 냄비, 반찬통을 닦어도 좋고 냉장고에 넣어놔도 되지만, 땅에 묻으면 땅 속의 생물들을 잠 못들게 한다. 지렁이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통해 정분날 것도 아니고 말이쥐. 땅 속 생물들도 카페인 없는 '디카페인' 커피 찌꺼기를 만나고 싶으다, 하여 탄생한 작품이다. 카페에서 커피 찌꺼기를 수거해 버섯 키트의 양분으로 사용하면, 버섯이 지렁이를 힘들게 하는 카페인을 분해하여 자연 비료를 만들어낸다. 현재 고양지역 5개의 스타벅스에서 하루 50kg, 매월 1톤씩 커피 찌꺼기를 수거하여 버섯을 재배한 후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 찌꺼기 퇴비는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를 통해 지역텃밭과 학교텃밭에 공급하고 있다.




커피 찌꺼기 수거 인증샷! 오메오메, 수거하시는 분 욕 보시는구만잉~

이빨 꽉 깨물고 팔 근육은 팔딱 서 있으시겄다. ㄷ ㄷ ㄷ

사진 출처: http://0farmers.tistory.com/100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지구를 구하는 버섯 친구'를 4,500원에 구입하였다. 슈퍼에서 느타리 버섯 사 먹는 것이 더 싸다는 비판이 나오겠지만 겨울이라 텃밭도 쉬고 귀엽기도 하여 '애완 버섯'놀이를 해 보기로 했다. 버섯은 시원하고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며 직사광선과 강한 햇볕에 약하다. 집 안 구석, 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서도 키울 수 있겠다, 싶었다!




버섯 친구 안녕?



너의 자리는 식탁 언저리! 



포장을 뜯고 십자로 칼질을 했는데 이건 성형수술 직전에 얼굴에 쫙쫙 수술선 그어놓은 형국이라 히껍하게 되었다능;;



암 것도 안해줘도 버섯이 알아서 쑥쑥 자라요! 단, 스프레이로 하루에 3~4번 물만 뿌려주세요.

'진달래, 벌레야 괴롭히지마' 스프레이 통을 재사용하였어요. 농약과는 아무 상관없는 수돗물을 스프레이에 입하.



암 것도 안 해도 암시랑토 안혀~ 물만 뿌려줘~


 

3~4일 아무 성과 없어도 스프레이로 물만 뿌려주면서 냅둔다.



뽀얀 속살, 눈꽃송이처럼 올라오는 애기 느타리 버섯




이런 것을 생명의 신비라고 하는거쥐?





육아일기를 쓰는 기분이다.

우리 버섯돌이가 이만큼 컸어요~



청소년 버섯돌이




너무 커져서 좀 부담스러운 버섯돌이

오늘은 너를 뜯어 버섯 볶음밥을 해 잡수시겄다.



버섯을 다 뜯고 먹고 난 후 2차 재배를 위해 십자로 칼질 난 부분을 밑으로 해서 24시간 물에 담궈둔다.



버섯돌이가 자꾸 올라오니 그룻으로 눌러준다. 물에 푸욱~젖게 해야 한다.



24시간 후 버섯돌이를 물에서 구조하였으나 음식물 쓰레기 통에서 나온 모냥새로 나를 맞이함



구조한 버섯돌이를 상자에 다시 넣는다.



상자에서 뜯어낸 동그라미를 버리지 말고 간직해두었다가, 퍼즐 맞추듯 끼워서 4~5일 그늘에 가만히 둔다.

4~5일 후 냉장실에 넣어 반나절 이상 또 다시 냅둔다.

(오오! 인내의 느타리버섯 2차 재배!!)



5일간 물을 뿌려도 한 마리도 얼굴을 보이지 않아 2차 재배에 실패했다고 생각했었다.

커피 찌꺼기를 부셔 텃밭에 투하하려고 맘을 먹었지만 게을러 터져서 그대로 냅두었는데, 이거슨!!

이를 일러 전화위복과 고진감래라고 하는가.



눈꽃송이와 솜털처럼 자라기 시작한 애기 느타리 버섯들.



조금씩 자라고 있다. 2~3차 재배한 후 커피 찌꺼기는 텃밭에 거름으로 부셔서 뿌려주면 된다.


버섯친구를 구입하면 버섯 친구 관찰일기도 딸려 온다. 아이들 교육용으로 만들어거라 그림일기 칸이 있다.

아이들 교육용 PDF 파일은 http://0farmers.tistory.com/104 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시간이 가면 어린 느타리 버섯이 송송 솟아나는 것처럼, 시간이 가면 나라는 사람도 다시 송송 솟아나면 좋겠다.

방사능 피해를 입은 땅도, 바다도, 생명도, 송송 회복되면 좋겠다. (반감기가 너무 길잖아.... 그런 거 말고 ㅠ.ㅠ Plz)

우주의 불인 '핵분열'을 지구로 끌어와 생명을 해하고 이제는 오염되었다고 버섯도 고등어도 저어하다니.

버섯에게도 고등어에게도 미안하다. 송송 솟아나는 생명들에게 미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