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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사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숍들, 오브젝트의 향연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11. 20.

여기, 두 오브젝트-사물이 있다. 하나는 일상의 물건, 하나는 오브젝트.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라는 책 제목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공익 활동에는 한계가 있고, 착한 '쇼핑'으로 세상을 바꿔낼 수 있다는 생각도 자위적이다. 기업이 아니라 비영리와 사회적 조직, 정치의 영역이 세상이 더 이상 마이너스가 되기 않도록 버텨야하고, 쇼핑이 아니라 소비를 줄이는 근본적인 삶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시민보다는 소비자의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소비의 외피를 둘러쓴 착한 선택들이 더 쉽게 다가온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 조금쯤은, 혹은 천천히 시장에 균열을 낸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시대에 쇼핑의 행위를 통해 힘을 발휘하는 뭉근한 진지전이랄까. ㅎㅎ  

 


일상의 물건    www.everyday-object.kr


녹색연합 브로슈어 및 소식지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꿔온 일상의 실천 스튜디오가 만든 온라인 쇼핑몰이다. 사회적 가치에 관한 메시지가 담긴 상품들을 '일상의 실천'의 관점으로 선별하고 소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며, 일정 금액이 연계된 비영리 단체들로 기부된다. 여성환경연대 텀블러와 여성건강다이어리 입점을 의뢰한 경험상, 상품 사진과 배송까지 책임지며 일반 쇼핑몰에 비해 수수료마저 저렴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물론 '일상의 실천'의 관점에 부합하는 오브젝트만 플랫폼에 올라갈 수 있다.




촘촘하게 짜여진 '그냥' 파우치, 흔한 일상의 물건일 뿐이다.

하지만 실버복지센터의 어르신들과 젊은 디자이너들이 함께 만나 손뜨개 작업을 해서

시니어들와 소규모 스튜디오는 일자리를 얻고 수익금의 일부는 보육에 전달되어 아이들을 키운다면?

그럼 하나의 실천이 담긴, 관계가 담긴 '일상의 물건'이 된다.




10가지 꽃 압화의 디자인이 담겨있는 데코레이션 페이퍼 북이다.

포장지로 이용해도 좋고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두어도 좋다. 팬시한 노트북일 뿐이다.



페이퍼 북의 디자인은 미술치료를 받으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눌러 만든 작품을 모티브로 했다.

플로리스트로 활약하신 할머니들의 이름 앞에는 '고인'의 고 자가 붙는다.

그들의 작품이 모티브가 된 상품의 수익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복지와 위안부 역사관 건립에 사용된다.

팬시한 데코레이션 북에는 잊지 말아야 할 여성들의 아픈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데코레이션 북을 만드는 재생지는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되었고

나무심기, 탄소배출권 구입 등으로 생산에 사용된 탄소를 모두 상쇄하였다.

<희움 클래식 데코레이션 북>에는 깨알같은 일상의 실천이 담겼다.




흔히 볼 수 있는 버려지는 '비니루'의 한 장면이다. 정말이지 한 줌 모자랄 것 없는 일상의 물건.



이 '비니루'의 값은 800원이며, 이름은 '날아다니는 화장실'이다.

버려지는 한갓 비니루이지만, 위생 시설 없는 강제 퇴거 시설에 사는 케냐인들, 특히 여성들에게는 필수품이다.
공중화장실이 15분 거리에 있고 것마저 사용료가 비싸서 부담이 되는 삶이란.

밤이면 성폭행을 당하거나 납치될까 두려워 '날아다니는 화장실'에 볼 일을 보고

아무 데나 던져버려야 하는 곳에서 사는 삶이란.

내가 '구입'하는 800원의 화장실에는 이런 삶이 담겨있다.

나의 쇼핑은 이런 삶을 부여한 무자비한 케냐 정부의 강제 철거 정책에 항의하는,

'용산참사'의 시대를 보았던 '비 케냐인'의 투표다.  



한 바가지의 물과 라이터와 망치와 비니루.

일상의 물건들은 일상을 영위할 수 없는 폭력적 삶의 문맥을 보여준다.

이런 것들을 쇼핑해서 미안하지만, 쇼핑으로 온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다면.

(쇼퍼 홀릭이라도 되야 하는거임?)




그리고 브랜드샵 :) 비영리 단체들의 오브젝트가 선보인다.





오브젝트      http://www.insideobject.com/


홍대를 어슬렁 산책하는 길이었다. 간판에 왕만하게 '현명한 소비의 시작, 물물교환, 선반대여, 플리마켓' 어쩌고가 써진 큰 샵을 보았다. 홍대 상상마당처럼 아자자기하고 디자이너들의 깜찍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선물하기 좋은 물건들을 파는 곳인가보다 하고 지나쳤다. 상당히 빈티지 해 보였는데 중고물건도 취급하나보지, 라고만 생각했다. 어느 날 사람들이 가득 차 있길래 한 번 더 눈길을 주었는데 물물교환대라는 것이 보였다. 내가 안 쓰는 물건과 오브젝트 샵에 있는 물건을 맞바꿔가는 코너였다. 그제서야 쉽게 버려지는 낡은 것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수명이 긴 사물을 선보인다는 윈도우의 글씨가 반짝반짝 눈에 띄었다. 소비의 메카이자 땅값 비싼 홍대에 독립 아티스트들의 편집샵과 중고 플리마켓, 그리고 물물교환이 뽕짝된 '범주 밖의' 가게가 생겨났다. 의도는 좋지만 곧 망할 것 같다는 예감을 배신(?)하고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은 점점 불어나고 홍대를 넘어 삼청동에도, 온라인에도 샵이 생겼다.  



온라인 샵은 아티스트 작품과 오브젝트 자체 물건, 입점 상품 위주로 꾸며져 있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아름답고 실용적이고 원재료의 느낌이 살아있는, 의미있는 상품들이 많다.



예를 들어 인화지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관하던 봉투를 재활용한 멋드러진 클러치 백.

33만원에 판매된 질샌더의 '빵봉투' 클러치 백보다 더 멋드러지고 실용적인 아이템이다.



오브젝트 온라인 샵에서 판매 중인 세컨드 백.


내 가방 속은 항상 아수라 장이다. 특히 버스 타서 가방 안에서 지갑을 못 찾아 교통카드가 없어 쩔쩔맬 때, 가방이 밉다. 가방 안에는 흉기가 될 만큼 단단한 올 스댕 370밀리리터 텀블러와 장바구니와 도시락 반찬통과 손수건과 책과 오늘자 신문, 대안 생리대 1개 정도가 늘 상주해있다. 물론 이 덕에 일회용은 거의 안 쓰지만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싸오는 '지퍼백'이 필요할 때, 간혹 일회용 젓가락을 마주칠 때 가방 수납 공간이 효율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바로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디자인 했을 법한 세컨드 백을 발견했다. 텀블러 수납통과 각종 잡동사니 수납 공간이 분리되어 가방 속에서 길을 잃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겉감과 안감이 분리되어 장바구니가 필요하거나 여분의 가방이 필요할 때는 안감을 또 다른 가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오브젝트 오프라인 샵에는 재미난 사물 외에도 재미나고 의미있는 이벤트가 수시로 열린다. 쇼핑백 10개를 가져오면 오브젝트 양면노트로 바꿔갈 수 있거나, 자기가 안 쓰는 물건을 가져오면 그 물건과 같은 색깔을 가진 물건 중 원하는 것으로 골라갈 수 있는 물물교환대, 공병을 가져오면 1개 3,000원, 2개 7,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코너 등, 눈도 즐겁고 마음도 흥겹다. 나에게 새로운 물건을 돈의 매개 없이 고를 수 있다는 기쁨, 그리하여 죄책감 없이 쇼핑할 수 있는 신세계가 나를 들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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