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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ble

고향이 있는 삶의 풍경이 담긴 택배 박스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11. 12.

내게는 손수 농사를 지어서 바리바리 먹거리를 싸주는 엄마는 없지만, 막 기냥 확 기냥 시골 정감이 팍팍 풍기는 택배 상자를 보내주는 사람들이 있다. 첫번 째는 취미이자 특징이 백화점 '귀경'이신, 농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우리 엄마. 전라도의 젓국 넘치는 김치와 배추에 싸 먹는 양념된 멸치젓, 토하젓 같은 서울에서 찾기 힘든 음식들을 철 따라 보내주신다. 엘레베이터 없는 건물의 꼭대기 집인 우리 집까지 그 무거운 상자를 들고온 택배 아저씨께 미안할 정도로, 종이 상자가 찢어질 만큼 가득 보내주신다. (심지어 고맙다가 부담스럽기도 한다규 -_-;; 오메 울 엄마는 손이 왜케 큰겨;; 이웃집, 직장, 친구들과 나눠도 남는당께;;)


그리고 시골에서 농사짓는 여성환경연대의 전 활동가들이 보내준 농산물이다. 귀하고 맛나고 고마워서 택배 상자가 험블해 보일 지경이다. 울 아빠는 고향인 구례에 가면 이 집 저 집 들어가서 인사하고 맛난 된장과 청국장, 김치 등 온갖 전라도 토속 먹거리와 공짜 밥상을 '엄니들'로부터 당연하게 공수해오는데 나는 그게 좀 부러웠다. 아 저것이 고향이 있는 삶의 풍경이구나, 싶었다. 공짜는 아니지만 무경운, 무화학비료, 무제초제, 손농사를 기본으로 청년들이 귀농하여 일 년을 정성들여 지은 농산물이 택배 박스에 담겨 문 앞에 놓여 있는 광경이 마치 고향이 있는 삶의 풍경만 같았다.


치자는 나와 함께 같은 팀에서 3년 정도 일하다가 땅끝 마을 해남으로 친구 2명과 개 한 마리와 함께 내려갔다. 겪어보면 빵 터지는 유머 코드가 있는 매력적인 녀석인데 쓱 보기에는 무뚝뚝하고 비인정스러워 보인다. ㅋㅋ 여기서도 잘 살고 거기 가서도 잘 살 거 같은, 신경줄이 쇠심줄처럼 질겨서 건강한 그녀가 단호박과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다. 작년 여름 미니 단호박도 너무 너무 맛있었는데, 초겨울에 맛 본 호박 고구마도 기가 막힌다. 아직 난방을 안 해서 집이 좀 춥지만 고구마를 구워 먹으면 썰렁한 방의 추위까지 잊어버릴 삼매경에 빠진다. ㅎㅎ


미세마을을 방문하고 싶은 분들은 '다음 카페 미세마을' 게시판에 글을 남겨 예약을 한 다음 '선그라스'를 끼고 완전 멋을 부린 후 미세 마을에서 당도하여 자가용 창문을 스르륵 내린 다음 '젊은 애들이 농사 짓는 곳 좀 알려주세요'라고 하시라. 치자가 그러는데 어르신들이 '때깔나 보이는' 친구들이 찾아오면 보는 눈이 달라진단다.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꼬락서니로 오면 절대 안 된다면서 '광주'에서 좋은 차 렌트해서 꼭 선그리를 끼고 마을에 도착하라고 팁을 주었다. ㅎㅎ (운전을 못 하는데 어쩌란 말이냐 ㅠ.ㅠ) 


아래는 미세마을의 '젊은 것'들이 농사지어 파는 호박 고구마의 정보이다. 다음 카페 '미세 마을'에서 퍼 왔다.  


지난 봄, 우리는 땅끝으로 가는 송지면 금강리의 한 밭에 서 있었습니다.

1400평 남짓한 밭은 초보 농부들에게는 한숨이 나올만큼 드넓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탁 트인 시야로 맞은편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주변을 둘러싼 대밭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습니다.

우리는 그 밭에서 고구마를 심을 생각보다 친구들을 불러 이 멋진 풍경을 보며 함께 놀자는 생각을 먼저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5월에는 4박 5일간 고구마밭에서 텐트를 치고

친구들과 함께 고구마를 심고, 밥을 먹고, 낮잠을 자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흘러

우리는 다시 친구들을 불러 고구마를 수확하는 잔치를 열었습니다.

서울에서, 광주에서, 영덕에서, 나배도에서

친구들은 이 먼 땅끝 해남까지 와서 10여일간의 구마구마 에오라를 함께 해 주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모두 일상으로 복귀하고,

우리에게는 함께 땀흘리고, 떠들고, 달빛 아래에서 노래하던 추억과

창고 가득 고구마가 남았습니다.

이 고구마를 팔아야 미세마을은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음악이 들어주는 이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듯이

글이 독자와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의미가 완성되듯이

우리의 고구마도 먹어주는 이가 있어야 힘들게 땅속에서 견딘 시간이 의미있을 것입니다.


부디 당신이 우리의 고구마를 맛있게 먹어주기를.


thanks to:
고구마를 심고 김매고 수확하는 데에 도움주신 분들
-곤, 소나, 미나, 달팽이쌤, 한결, 현지, 이삭, 숲속, 조르바, 김재형 선생님, 혜윤,
은희, 지윤, 진명, 로키, 칸페이, 오바니, 혜경, 홍시, 김정지현, 재희, 민빈,

한수용 이장님&부인, 여수에서 오신 어머님들, 수정, 수진

(혹시 빠진 사람이 있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길..;;)

 

special thanks to:
미세마을 고구마를 사드실 당신!





 디스 이즈 치자



<고구마 재배정보>

제초제와 퇴비는 하지 않았고, 비닐멀칭을 하였습니다.

여름에 벌레가 고구마잎을 다 먹어치울 기세였기에 친환경 벌레약을 1회 살포하였습니다.

고라니와 멧돼지 피해는 없었지만 구르는 재주만 있는 줄 알았던 굼벵이가 고구마를 꽤 먹었습니다.

호박고구마는 수확하고 2주 정도의 숙성기간을 거쳤습니다.


<고구마 주문 및 문의>
010-2224-3879(혜성)
010-9281-7805(와이)
-일하느라 전화를 못 받을 수도 있어요. 되도록 문자로 부탁드립니다.

 

<가격(호박고구마)>
5kg-20,000원/10kg-35,000원/20kg-65,000원(택배비 포함)

 

<입금계좌>
농협 352-0574-2341-73 김혜리

-받는 이와 입금자가 다를 시에는 미리 연락바랍니다.





현미 쌀과 곱게 다린 보약 같은 차, 방망이 만드는 노인처럼 손수 나무를 깍아 만든 수저와 젓가락을 선보이는 젊은 부부 농부 페달과 하얼, 페달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여성환경연대에 들어와 대안생활팀에서 일하면서 다채로운 연애와 성대 묘사로 우리를 쓰러지게 하였다. 우리의 '있슈 도사'가 사주를 봤는데 도화살 넘친다고 한다. ㅋㅋ 그럴 것이여. 그런 그녀가 도화살과 넘치는 페로몬을 꽃과 풀에게 일념하는 듯 하다. 전기도, 상하수도 시설도, 가스도 안 들어오고 가장 가까운 이웃이 1km 전방에 사는 장흥 산골에서 고것들 둘이 낮이면 낮이고, 밤이면 밤마다 아주 잘 살고 있다. 휴대폰 마저 태양광 충전기로 충전해 하루에 2시간 정도 바짝 사용한다. '좌충우돌 젊은 부부의 뼛 속까지 비전력 귀농 생활'을 주제로 사람책, 홍대다리텃밭, 성미산 마을 토크쇼에서 강연도 한다. 부부의 완전 닭 나오는 소식은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inhyeong.bag 에서 확인!




     

이번에 올라온 현미쌀은 청년 열 명이 모여 처음으로 쌀 농사를 지은 결과물이다. 80대 노인에게서 비닐도 없고 못자리도 없는 시절 논에 직파를 해서 모를 키우던 방법을 전수받았다. 제초제 없이 왕우렁이의 왕성한 식탐을 동력 삼아 벼를 키웠고, 전기 에너지와 석유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건조 기계를 거부하고 가을 햇볕에 탈곡한 벼를 말려렸다. 사진이 증명하듯 컴바인이 아니라 낫을 들고 벼를 베었다. 손농사로, 몸으로 지은, 기계를 안 쓴 순박한 쌀이다. 그래서 이름하야 '열씨미'




'열씨미'의 생육과정과 소개를 적은 편지를 받았다. 물론 현미쌀도 함께.:) 손농사라 약간 비싸다. 1kg에 5,000원. 그치만 그보다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주문은 페달의 페이스북에서 메세지를 날리면 된다. 마르쉐@에서 나무 수저와 젓가락도 판매하니 그들의 행보가 궁금한 사람은 직접 만나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