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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이케야가 아닌, 손수 만든 가구의 아름다움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7. 1.

방콕 '메가방나'의 이케야에 들렸다가

아니 한국에는 왜 이렇게 큰 이케야 매장이 한 군데도 없는거지? 라며 억울해했었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욕실용 수건걸이나 문고리만도 100가지가 넘고

도자기 싱크대, 오픈형 싱크대, 나무 싱크대 등 온갖 싱크대만도 100가지가 넘을 거 같았다.

동네 구멍가게만 가보다가 생전 처음으로 대형마트 둘러본 기분이었다.

이쯤돼야 문고리도 다르고 전기 스위치 모양도 다르고 싱크대도 다른, 집 DIY가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세계 모든 집에 어디선 본 듯한 이케야 가구가 하나 쯤은 차 있으니

이건 내 취향으로 직접 만드는 DIY가 아니라 조립용으로만 파는 이케야의 가구를 조립하는

전세계 공통 취향의 이케야 DIY가 되겠다.


<<한국의 떠오르는 디자이너 가구전 New Wave: The Furniture and the Emerging desingers>>이 열렸다.

내가 좋아하는 미술관 사이즈가 대림과 금호 미술관 크기인데, 금호 미술관에서 열린다기에 총총걸음으로 방문했다.

아마도 이케야 가구로 집을 채우는,

나름 집을 꾸미고 싶은데 돈은 별로 없고 그렇다고 혼자 페인트칠 하고 가구도 만들 고수의 깜냥은 안 되는

필부필녀의 심정에서 '다른' 가구가 보고 싶었을 거임.




삼청동 가는 길에 자리잡은 3층짜리 금호미술관




탁자 위에 올려진 새 모양의 연필꽂이

나무 질갑이 그대로 살아있는 열대의 나무 새

(연필꽂이 사진은 Matter & Matter의 홈페이지에서 퍼 옴)



삼인용 쇼파의 가격은 약 156만원 (홈페이지에서 찾아봤다!)

디자이너 가구라고 하니 가격이 비쌀거야,라고 선뜻 생각하지만

손맛과 나무 맛이 살아있는 가죽 쇼파의 가격이 156만원이면 못 살 만큼 비싸지는 않다.

만약 혼수 장만이라도 하는 기회가 내 인생에 와버리면 ㅋㅋ

아주 매터앤매터 매장에 들려서 이 쇼파와 테이블을 사 쟁이고 말 것이여.





이런 나무 곁이 알알이 살아있는 의자를 보면

암만 잘 팔렸다해도 필립스탁의 루이고스트 플라스틱 의자가 조잡해보일 지경.




뒷 배경에 깔린 동영상에는 MATTER & MATTER의 가구가 만들어지는 과정,
브랜드 이야기가 '무인양품'스타일의 동영상으로 깔린다.

매터앤매터의 가구는 인도네시아의 헌 집, 선박 등에서 뜯어낸 목재를 재사용해

현지에서 수공예로 만들어진다.


홈페이지 matterandmatter.com




매터앤매터의 가구가 되기 전,

버려지는 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민승 작가의 사진 '가구팔자'







버려지는 재개발 건물의 속살 모습

가구 팔자,

가구처럼 도시의 언저리에 살다가 버려지는 우리의 팔자.



학교 의자 school chair





사이즈별로 의자를 만드는 과정

엉덩이가 놓일 곡선에 맞춰 의자를 설계하는 과정




세상에서 제일 가벼운 의자의 부속품을 하나씩 나열한 조립도

발사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는 무게 1.28kg이 나간다.




전시된 의자에 직접 앉아 의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작년에 핀율 의자전이 열렸는데 그 의자전도 좋았지만

이번에는 만들어지는 과정, 가구 이야기, 직접 그 의자에 앉아 동영상을 보는 자유로운 시간이

훨씬 친숙하고 아기자기했다.





이광호 디자이너의 스케치와

그 스케치들이 물질을 입고 현실에서 체현된 모습




이광호 디자이너의 작품

PVC 전선, 건초더미를 꼬아 만든 의자와 조명




스툴 2개


동판에 칠보를 칠해 만든 오리엔탈 느낌이 풍기는 가구



Eine Kleine Furniture의 사용자의 삶과 공간에 맞춘 가구





미싱 작업을 하는 서영희 씨 작업대 스케치와

작업대가 실제로 쓰이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



미싱과 연결되는 작업대 아래 콘센트 선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도구들과 작업 과정과 일정을 적어놓은 칠판


이케야가 아닌, 손수 만든 가구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직접 앉아보는 전시였다.

게다가 티켓을 끊으면 "마음껏 사진 찍으세요."라는 친절한 멘트까지. :)

신진 디자이너들 작품에서 '지속가능성'과 오래도록 두고두고 애껴 쓰는 가구들의 진정성을 보았다.

할머니가 물려주신 가구나 가방을 자랑스레 내보이는 외쿡애들 보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가구들 장만하면 자식은 없어도 내가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총총 남겨두고 싶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