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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비듬을 털어낼 때마다 인도네시아의 오랑우탄이 죽어간다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4. 3. 6.

초콜릿에서 오랑우탄 손가락이 나온다면?

달달한 초콜릿을 한 입 베어문 순간 오랑우탄 손가락이 빠직, 하고 씹힌다. 정말정말 맛있는 만두집이 알고 봤더니 만두속을 인육을 다져 만들더라는 공포영화 이야기만큼 오싹하다. 초콜릿은 응당 카카오 버터로 만들어질 것 같지만 실은 많은 초콜릿들이 카카오 버터 대신 팜유를 사용한다. 팜유는 상온에서 고체 상태라 녹지 않고 잘 부패하지도 않으며, 가장 크게는 카카오 버터에 비해 약 10배 싸다. 패스트패션 뒤에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화재로 죽은 1,000명의 여공들이 있고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눈물이 있다면, 팜유가 들어간 제품 뒤에는 엄마 잃은 아기 오랑우탄의 눈물이 있다. 가격표는 핏값을 반영하지 않는다.






네슬레 초콜렛 키켓이 오랑우탄의 서식지인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밀어내고 '죽음의 팜유' 농장에서 재료를 사오자 그린피스는 이 동영상을 통해 네슬러의 최고경영자에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팜유를 사용하라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커피 브레이크 시간? 초콜릿이 필요해?



네슬레 키켓을 꺼내먹는 오후의 직장인



초콜릿에는 오랑우탄의 목숨이 들어있다고.

이 캠페인으로 네슬레는 더 이상 '죽음의 팜유'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팜유처럼 오지랖 넓게 여기저기 쓰임새가 많은 기름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식물성 기름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다. 부엌 선반의 포도씨유, 올리브유, 콩기름, 해바라기씨유 모두 그렇다. 그러나 팜유와 코코넛 오일은 돼지 비계가 허옇게 끼어있는 것처럼 상온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한다. 아마 집에서 가성소다와 팜유로 비누를 만들어 본 사람은 직접 겪어봤으리. 핸드메이드 비누를 만들 때 페트병에 든 팜유가 단단히 굳어 있어 팔팔 끓는 물에 중탕해서 잠시 액체로 만든 다음에야 사용이 가능하다. 잘 부패하지 않아 기름 쩔은 내가 나지 않고 보습력이 좋아 집어 먹을 때 손에 기름이 묻는 거의 모든 스낵류, 라면, 초콜릿에서부터 삼푸, 비누, 로션, 크림 등에 두루 쓰인다. 과자 먹고 나서 라벨 성분표시에서 '팜올레인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 세계 식물성 유지의 약 59%를 팜유가 차지할 거라고 한다.




이번 차례는 피앤지(P&G)의 '헤드앤숄더'라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비듬샴다. 에 들어간 팜유도 오랑우탄과 코끼리, 호랑이가 서식하는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을 처참하게 밀어내고 단작으로 생산된 기름이다. 우리는 머리를 비듬없이 풍성하게 하는 댓가로 열대우림을 빡빡 대머리로 만들고 있다.


그렇다. 아시아의 아마존인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이 밀리고 있다. 매년 서울시의 7~8배에 이르는 면적의 열대우림이 팜유 농장으로 변한다.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원시림을 불로 까맣게 태워 완전히 사그라들게 만든 후 야자유를 심는다. 원시림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도 어마어마하다. 생산공장이 별로 없는 인도네시아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이다. 원시림이 팜유로 단작화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 타감작용, 생태계 다양성 감소, 농약의 사용, 단일 수종의 병약성이 문제가 된다. 쫓겨나고 목숨을 잃는 생명에는 오랑우탄, 코끼리, 호랑이 뿐 아니라 원시림과 함께 살아온 소수민족과 원주민도 포함된다.



말레이어로 숲의 사람이란 뜻의 '오랑우탄' 새끼들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어미를 잃고 새끼들만 구출되었다.


도시에서 크고 자라 귀농을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우리 언니가 몸이 아프자 눈이 '파래지는' 곳만 찾았다. 멋진 광경이 없어도 그저 나무와 숲이 푸르게 우거진 곳이면 된다고 했다. 이미 나을 가망이 없었기 때문에 맑은 공기를 쐬거나 건강에 좋아서 찾은 것이 아니었다. 아파서 그런지 녹색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했는데, <나는 반대한다>는 책에 김정욱 교수님이 똑같은 글을 적어 놓으셔서 울컥했드랬다. 인간이 결국 갈 곳이 자연인데 이 자연을 모두 없애버리고 우리는 어디에 위로받고 살까.




헤드앤숄더에 들어가는 팜유를 공급하는 회사가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밀어버린 원시림의 모습



벌목된 원시림의 나무가 황무지에서 죽어간다.



고독한 나무 한 그루.

팜유 농장을 위해 개간된 원시림에 위태롭게 남아있는 나무가 마치 성냥팔이 소녀가 들고 있는 성냥개비처럼 앙상하다.




식품회사, 화장품 회사, 생활용품 회사 님들아~


팜유를 써야 한다면 부디 원시림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팜유를 생산하는 농장에서 구입해주세요.

RSPO 마크를 단 팜유를 구입하시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그렇게 해 달라고 회사에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피앤지에 '죽음의 팜유' 사용을 그만두고 지속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라고 서명하는 그린피스 사이트

이미 20만명이 서명하였습니다. 조이너스? :)

http://dirtysecret.greenpeace.org/en-EN





참고: http://www.gcn.or.kr/community/issue_photo_view.php?pk_seq=56768&sc_board_seq=13&sc_week_flag=1

사진 출처: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http://www.greenpeace.org/international/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