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어느 순간 삐끼들이 클럽 찌라시를 뿌릴 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홍대의 신촌화는 척척 인정사정없이, 카페베네의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리치몬드과자점 자리에 들어온 앤제리너스가 그 정점을 찍으며
언니들 보러 이제 딴데가라고 홍대역 초입에서부터 밀어내고 있다.
주말 아침 브런치 처묵처묵과 수다 명상을 통해
온 존재의 충만감과 코스모스적 합치감을 맛보는 우리들은
'서양골동양과자점' 포스가 풍기는 리치몬드과자점 성산점을 찾았다.
(마성의 게이, 어디갔어?
-> 모 여사의 의견에 따르면, 그들은 홍석천의 '마이'시리즈 레스토랑에서 노동하는 것 같다고 한다.
홍석천 가게에서 일하면 게이라는 근거없는 편견은 어디서 왔냐고 물어도 묵묵부답일 뿐.-_-;;;)
빵의 스타일과 찻잔의 금박장식은 물론 화장실 수도꼭지마저도 '리치'스러운 이곳의 브런치 가격은 5,000원.
허나 손님은 블랙퍼스트에 가까운 오전 8시~9:30에 진행되는 브런치 타임으로 자연선택된다.
정녕 빵이냐, 아침잠이냐를 두고 존재적 비애를 느끼며 이불을 박차고 나오신 형질만이 리치를 맛볼 수 있으니
적응과 진화의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빵과 치즈, 베이컨과 햄 / 쥬스와 우유 / 커피로 구성된 세트를 맛볼 수 있으며
카운터 마이크가 아니라 '마감합니다'를 직원이 직접 테이블을 방문하여 알려줄 때까지 양껏 퍼잡수는 영광을 누린다.
(느끼하지 않도록 토마토를 슬라이스로 썰어 락앤락 통에 싸가는 센스를 잊지 마시라!)
9:30분 전까지는 절대 처묵처묵에 집중하시라!
그리고 마감 직전 피자헛 샐러드 접시에 샐러드를 올리는 솜씨로 한껏 빵을 가져다놓고 수다를 시작한다.
(알고보니, 공식명칭이 블랙퍼스트 세트였다. 뜨악;; 나만 브런치세트로 알았던걸까.)
드높은 천장, 창문 밖으로 보이는 녹음.
호텔 조식뷔페 온 것처럼 설레다니, 나는 정녕 싼 녀자?
이 금박잔 어쩔껴.
구공탄 연기에 향수를 느끼며 돌 온기에 입을 닦는 성북동 비둘기처럼
유러피언 빵의 엘레강스에 된장질의 향수를 느끼며 금박잔의 커피에 입을 닦으며
토요일 아침을 보내자니,
이 곳은 정녕 무릉도원이란 말인가.
그러나 한번 빵맛을 보면,
양 손 가득 빵을 사들고 카운터에서 카드 긁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으니
이 무릉도원에도 지름신은 건재한다.
쏭쏭 슬라이스로 썰어간 나의 토마토.
진정한 리치몬드 블랙퍼스트 인이라면 아암~토마토 도시락 필참!
리치몬드과자점 성산본점
서울 마포구 성산동 114-5번지
전화번호 02-325-0222
홈페이지 http://www.richemo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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