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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ble

음식물쓰레기에서 탄생한 수박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2. 9. 18.

옥상 스티로폼 텃밭 중 한 두개는 휴경기 겸 -_-;;;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용도로 내비둔다.

음식쓰레기 퇴비통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려면 반드시 뚜껑있는 고무다라이에 구멍을 뚫고

쌀겨와 흙과 톱밥 등을 뿌려줘야 하지만

난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아니야'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냥 빈 화분의 흙을 살짝 판 다음 음식 쓰레기를 넣곤 한다.

역시 뚜껑 안 달린 값을 한다고 흙을 조금만 파도

흙 색깔과 비슷하지만 벌레 특유의 꾸물꾸물한 움직임으로 자신의 존재양태를 각인시키는 온갖 곤충들이 나타난다.

물론 바퀴벌레가 제일 활발.

아아, 바퀴벌레 님아, 옥상텃밭에서 놀고 제발 집으로만 잠입하지 마세요, 라는 회유의 마음과 함께

꽃삽으로 즈려밟아주실 무렵, 나는 보고 말았다.

음식물쓰레기를 꾹꾹 눌러담아주던 화분에서 몽글몽글 솟아나던 새싹들을.

내가 먹은 콩나물과 참외씨와 수박씨와 호박씨와 오이씨 중 어느 한 씨앗의 발아. 

처음으로 직접 커피 볶으면서 타닥~하고 튀어오르는 크랙을 느꼈던 기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뿌듯함.:-)





뭔가 싶어 그대로 두었더니

덩굴이 생기더니

교토수박처럼 작은 애기 수박이 열렸다.

수박은 어렸을 때부터 줄무늬랑 꼭지랑 수박 그대로의 색깔을 원래 제것인냥 가지고 태어난다는 사실에 새삼 감동!  





이미 지난 여름을 뒤로 하고 가을에 열린 수박이 애처롭다. 

태풍이 몰고온 비에 어른 주먹만하게 큰 수박의 한 쪽이 썩어 문드러져간다.

작은 애들 속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한 마리를 따와 속을 보았다.


마치 하얀 방울토마토를 잘라 놓은 듯하다.

촘촘히 박힌 씨앗은 쥬키니 호박 같고.


당근과 함께


간지 종지에 쏘옥 안식!



음식물쓰레기통에서 탄생한 수박, 

내년에는 6월에 수박 먹고 음식물 쓰레기 통에 한가득 씨를 심어서 여름에 수박 빙수 해 먹어야지.

익지도 않은 작은 수박 하나가 자연의 순환을 오롯이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