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19 젠더 트러블, 인정 투쟁의 관점에서 바라보다 어제 ‘두산아트센터’ 인문학 강연 이현재 선생님 강의 ‘젠더 트러블, 인정 투쟁의 관점에서 바라보다’에 다녀왔다. 1시간 반 강연이 끝나고 질의 응답 시간에 “아이고, 내가 왜 이러나?”라며 이현재 샘이 눈물을 닦으셨는데, 덩달아 울컥했다. 선생님이 독일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셨을 때 여성들에게조차 외면당했던 페미니즘이 근 2년간 ‘리부트’되었고, ‘두산아트센터’에서 강연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미러링에 있어서는 한국이 독보적인 수준으로 ‘행동력’을 보였으니 이제 페미니즘을 배우려면 해외가 아니라 한국으로 와야 할 거다, 라는 자긍심(?). 그러니까 내 눈물은 끊어질 듯 근근이 명맥을 이어 온, 페미니즘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시니어 페미’들에 대한 감.. 2017. 6. 6. [한국일보 삶과 문화] 몸에 갇힌 존재들 몸에 갇힌 존재들_한국일보 22017.2.21 삶과 문화 글 http://www.hankookilbo.com/v/a447038ac3d542169162316171c1630a "몸에 갇힌 존재가 사회에 갇힌 존재로 전환되는 순간 몸은 자아를 벗어나 타인과 사회와 연대하는 플랫폼이 된다. 마치 어떤 고통들이 그러하듯. 신체라는 공유할 수 없는 외로운 물리적 세계를 빠져 나와 다른 생명의 목소리와 감정을 자기화하는 것, 나는 그것이 희망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더 많이, 더 깊게 몸에 갇힌 존재들이 자기를 드러내기를 바란다. 이란에서 지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여성을 위해 전세계 여성들이 이란 대사관 앞에서 맨 가슴을 드러내고 ‘피멘(Femen)’ 시위를 했듯이 말이다." 사진 출처.. 2017. 2. 21. [페미니즘] 혁명하는 여자들! 제목만으로도 너는 콜 혁명하는 여자들(sisters of the revolution)이라니!제목만으로도 너는 콜 J 나는야 베트남 사파(Sapa)에서도 ‘Sisters Sapa’ 간판을 보자마자 가격 비교고 뭐고 업체 정보고 뭐고 바로 결제할 정도로 ‘시스터’ 중독자인 것을. 그 좋아하는 BL계에서도 SF나 판타지 장르는 안 읽는다만 너는 제목에 시스터와 혁명까지 들어있는데 내 어찌 건너뛰리. 그리하여 페미니즘 SF소설 선집인 을 읽게 되었다. 그러고는 이 책을 통해 SF소설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어슐러 르 귄의 말처럼 ‘SF는 현실을 다시 곱씹어보는 일종의 사고실험’에 적합한 장르다! 이를 이 책의 번역자 신해경 씨는 “사회적 약자로서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꿈꾸는 여성들의 상상과 고민”이 SF 소.. 2016. 12. 1. [페미니즘]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어떤 애도와 싸움의 기록 (아래 페이지는 이북 Ebook) 경향신문 사회부 사건팀, 나무연필 펴냄 몇 개월 전에 일어났던 일을 추모의 포스트잇을 기록한 책을 읽으며, 복기한다. 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슬픈 세상이다. 추모와 애도와 분노와 결심과 미안함이 뒤섞여 있는 말들 사이에서, 나도 다시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기억하고, 무엇보다도 마음을 뾰족하게 벼렸다. 여성이고 약자라는 이유로 화장실에서 살해당하지 않는 세상, 원하는 누구라도 새벽녘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지 하는 마음. 마치 오프라인 판 트윗처럼 포스트잇에 짧게 담긴 말들은 군더더기를 쳐낸 마음의 응어리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많은 기사와 칼럼과 성명서들의 핵.. 2016. 11. 24. [페미니즘] 아마도 올해의 가장 명랑한 페미니즘 이야기 진짜 여자가 되는 법: 영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괴짜 칼럼니스트의 여자 생태보고서 (케이틀린 모란 Caitlin Moran) 페미니즘이 다시, 핫하다. 근 20년간 이토록 멋지고 전복적인 여성주의가 왜 자기중심적이고 꼰대 같고 시대에 뒤처진 고린내 나는 취급을 받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다음 날 영화 을 보며 눈물을 흘렀을 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미제라블’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길라임'씨도, 트럼프 씨도 대통령이 되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못 일어나랴) 내가 대학 등록금을 내고 건진 것은 페미니즘 교지를 통해 만난, 페미니즘에 경도된 멋진 여자들의 네트워크였다. 만약 여성주의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의 대학시절은 어항 속 금붕어 똥만큼이나 시시.. 2016. 11. 18. 모로코, 바르셀로나, 그리고 라이프스타일로서의 민주주의 웬만해서는 돈에 쪼들릴 수밖에 없는 유럽을 돌아다니다 물가가 싼 나라에 오면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 에어컨이 빵빵 터지는 카페에 들어온 것처럼 숨통이 좀 트인다. 특히 북유럽 지역은 물 한잔 시키기도 무서운데 오죽하면 미국 여행작가(얼마 전 영국 시민권을 땄다고 하니 이제 영국작가이기도 하려나?) 빌 브라이슨이 에서 노르웨이에서 숙박비를 계산하려면 은행 ATM에서 돈을 뽑아 리어카에 실어와야 한다고 농을 치지 않았던가. 하물며 미국만큼 잘 사는 나라도 아니고, 게다가 한국에서도 저임금 생활자인 나는 어쩌라고. 그래서 유럽에서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로 내려갔을 때 뜨거운 햇살과 해변을 찾아 스페인 남부에 모여든 그 바글바글하던 관광객들이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여기도 아름다운 해변에 일광욕하기 부담스.. 2016. 8. 23. [한국일보 삶과 문화] 노브라 노프라블럼 한국일보 2016년 8월 16일 (화) [삶과 문화] 칼럼 기고 노브라 노프라블럼 뜨거운 여름철 보건복지부가 ‘핫’하다. 서울시 청년수당을 틀어막아 복지의 반전을 보여주더니 태평양처럼 넓은 오지랖으로 아름다운 가슴까지 뻗어나갔다. 불과 얼마 전까지 복지부가 운영하는 ‘국가건강정보포털’에는 여성의 유방 사이즈, 유두 사이의 거리, 유륜의 직경 등을 그린 모식도와 “가슴은 남편에게 애정을 나눠주는 곳” “제 2의 성기”라는 설명, 그리고 유방 성형술 안내가 실려있었다. 나는 이크종 작가가 “국가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꼬추의 모식도’를 보면서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은 ‘빡침’을 달래려 했다. 그런데 며칠 전 한 사건을 겪고는 조용히 분을 삭이지 않기로 했다. 함께 저녁을 먹다가 말갛고 어린.. 2016. 8. 17. [살림이야기] 난 소중하니까 | 건강 브래지어와 대안 생리대를 난 소중하니까 | 건강 브래지어와 대안 생리대를 글 고금숙 _ 만화 홀링 몸을 조이는 브래지어와 땀이 차는 생리대는 안 그래도 더운 여름날 더위를 보태는 천덕꾸러기. 좀 더 편하고 시원한 대안은 없는지 궁리해 보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여성의 몸은 그 자체로 완전하다는 것. 일부러 모양을 만들 필요도, 더럽다며 감출 이유도 없다. 여성이 자기 몸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게 정답! 헐렁해야 시원하다 지금 나는 한국을 떠나 여행 중인데, 자유롭게 옷 입는 여자들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조신하게 억눌려 왔는지 감이 왔다. 나 역시 옷이 얇은 여름철에는 할 수 없이 브래지어를 착용했지만(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원피스 안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바람이 통하는 헐렁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하나라도.. 2016. 8. 15. [삶과 문화] '핑크택스'에 반대한다 한국일보 2016. 5. 2 삶과 문화 칼럼 핑크색을 좋아하세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처럼 뜬금없지만, 요즘 인터넷에서 핑크가 뜨겁다. 해외에서는 분개한 여성들이 일제히 ‘핑크택스’라는 해시태그(#pinktax)를 달고 소셜네트워크를 달궜다. ‘핑크택스’란 여성용 물건에 더 비싼 가격이 매겨진 것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불해야 하는 웃돈이라 할 수 있다. 작년 말 뉴욕시 소비자보호국은 24개의 온ㆍ오프라인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80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용이 비싼 제품이 42%, 가격이 같은 것은 40%, 남성용이 비싼 제품은 18%뿐이었다. 이어 영국 언론들도 제조업체, 성능과 규격이 같은 제품을 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무려 여성용 제품이 남성용보다 최대 2배까지 .. 2016. 5. 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