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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자전거] penny in your pants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5. 7. 10.

책 내용 만큼이나 매력적이었던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의 책 날개에 나온 저자의 자기소개. 


“학교 근처에 집을 한 채 얻어 걸어서 출퇴근하는 기쁨을 대가로 

엄청나게 막대한 지위 재화를 지불하면서 살고 있다.”


토론토 대학의 ‘조지프 히스’ 교수였다. 

나 역시 자전거로 30~40분 걸리는 통근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지위 재화를 뜯어 먹고 있지만, 

자전거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 길,

제주도 '섭지코지'의 텅텅 빈 언덕에서나 볼 수 있는 

그 넓은 하늘을 한강에서 보고 있자면 절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였다. 






"가장 좋은 것들은 얼마나 싼가. 

숲, 바람, 새소리, 융단처럼 푹신한 잔디와 신선한 공기는 모두 공짜 아닌가. 

이럴 때 신은 얼마나 자애롭고 공평한지 

당장 교회나 절에 들어가 묵상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벤츠는 못 사도 휘파람 불며 자전거는 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말이다.”  


백영옥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중에서



그런데 쫄쫄이 바지와 헬맷으로 무장하지 않고 

오로지 '출근용 복장', 즉 시폰 브라우스와 주름 치마, 팔랑팔랑한 원피스 등으로 

(+진주 귀걸이 총총) 

일관한 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어느 날 아침, 

나를 스쳐 지나가던 할아버지 한 분께서 "아주 빤스 보이겄네"라고 소리를 지르셨다.


뭐, '소머즈 눈'이라도 달지 않는 한 그렇게 쉽지 보이지 않습니다, 라고 

치맛단을 들어 안에 입은 반바지를 보여줄까 하는 오기기 일었지만

지각이 아슬아슬한 판이므로 패스. 

아 글고 웃통 벗어 제끼고 여름에 자전거 타는 남자들도 있는데

저도 미학적 민폐만 아니라면 빤스 보이는 것 쯤이야 신경도 안 쓰니까

보이면 저한테 알리지 말고 걍 보고 마세요, 보고하실 필요는 없어요.

 

도통 천왕성 정도는 보이는 망원경과 투시 카메라가 있지 않는 한 

내 치마와 반바지 속 빤스를 볼래야 볼 수도 없지만! 

꼭 이렇게 참견을 하시고 훈계를 하시고 가르치려 드시는 중노년층 양반층을 위해 

간단하게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다.


Penny in your pants!


동전과 고무줄이면 

치마를 입고도 

눈치 안 보고 자전거 탈 수 있어요.




출처: http://pennyinyourpants.co.uk/ 


영국의 멋진 언니들이 반바지와 레깅스 따위 없이도 

동전과 고무줄을 이용해 치마만 입고 자전거 타는 법을 소개했다.

게다가 이 언니들, 동전과 고무줄이 좀 후줄그레 보이는지 

제품을 개발해서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고 활동할 수 있는 활동에 지원한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자전거 팀을 후원한다. 레알 사이클 시크!  


치마를 입고서 편하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방법, 짠! 


1. 오백 원짜리 동전을 꺼낸다.

2. 동전을 치마 밑에 끼우고 치마로 동전을 싸듯 동그랗게 감싼다.

3. 고무줄로 묶는다. 동전이 천으로 둘러싸인 버튼처럼 보이면 된다. 

4. 치마에 가랑이 생겨 ‘임시 바지’가 되므로 마음껏 자전거를 탄다. 

   

동전과 고무줄이 궁상스럽다면, 

코펜하겐의 한 여성이 남긴 어록을 모토로 삼아보자.  


“드레스를 입은 채 자전거 페달을 밟는 건 노출의 위험이 있어서 더 근사하지 않나요? 

내 속옷이 보일지 말지는 바람이 정할 테니까.” 


-김경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