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을 깨기로 마음 먹은 밤
오늘 밤, 남들 보기에는 알량하지만
사보험 하나 없는 내 삶이 실날같이 의지하고 있는 인생의 정박지,
적금을 깨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일 주민등록증과 통장을 들고 **은행에 보무도 당당히 들어가 6개월 간 붓고 있던 적금을 깨겠지.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가 마포구 안에서 사부작사부작 각자 진행되었던 공동체 경제를
하나로 꾀어내기 위해 만든 세미나에서 하승수 샘의 강의를 듣고 나서였다.
한 강씩 개별로도 참여가 가능하니, 지금이라도 고고씽~
프로그램 보기
http://www.peoplehouse.net/bbs/board.php?bo_table=board&wr_id=11962
마을에서 순환되는 돈, 역이자세를 물고 쇠퇴해가는 돈
사실 나는 마을에서 돈이 돌도록 동네 카페와 빵집, 가게를 통해
얼굴이 있는 거래를 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어느새, 스타벅스 망원점에서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는 나를 발견했드랬다.
카페 주인장의 숨결과 취향이 느껴지는 특색있는 동네 카페를 사랑하는 동시에,
교토에서도, 방콕에서도, 토론토에서도 고향 들녁처럼 익숙한 스벅에서 커피를 마셔야 마음이 안정되고는 했다.
스타벅스의 자본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무기 자금으로 쓰인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들었소만,
이 되바라진 취향은 편안하고도 안락한 대자본의 공간에 안주하고는 했다.
구공탄 굴뚝 연기에 향수를 느끼는 성북동 비둘기라도 된 심정으로
스타벅스를 찾는 나를 미워하고는 했으나,
스타벅스 커피값의 100배는 되는 돈을 달마다 꼬박꼬박 은행에 적립할 때는
인생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암, 잘 하고 있어! 건빠레!!
일반 은행에 쌓여있는 내 적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도 묻지 않았고,
돈에 이자가 붙는 것도 당연히 여겼다.
간혹 국민연금 기금이 수익성 좋은 투자라는 명목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개발에 사용된다는 소문에 히껍하기는 했지만,
뭐 개미 코딱지 같은 내 돈이야.
오늘 강의가 바로 그런 내 생각을 퍼뜩 깨주었다.
모든 것은 쇠퇴하고 소멸되고 늙어가다가 결국은 사라지고 썩는다.
오직 돈만이 세월이 갈수록 이자를 불리며 가치가 커진다.
그러니 돈과 맞짱을 뜰 수 있는 대상이 없을 수밖에.
돈에 역이자세를 적용해 세월이 갈수록 가치가 조금씩 사라지게 만들자!
비상식적이라고 비웃겠지만,
중세 시대에는 고리대금업을 하는 유대인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며
감히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받으면 지옥불에 떨어진다고 믿기도 했었다.
정부가 은행을 소유하고 이자 없이 필요한 돈을 찍어낸다면? 와이 낫?
그리하여 이자가 붙지 않는 돈,
무이자로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순환되는 돈,
오히려 순환하지 않고 가지고 있으면 가치가 떨어지는 돈을 상상하게 된다.
스웨덴의 JAK협동조합은 은행은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조합원들이 출자한 돈을 바탕으로
무이자로 돈을 대여해주면서 거의 2,000억원의 자본을 굴린다.
이자의 개념이 아니라 협동조합을 운영하기 위한 행정운영 경비로 빌린 돈에 약간 더해서 반환하면 된다.
또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공공재를 생산하고 이자를 얹어서 갚는 형태가 아니라,
주가 소유한 은행에서 복지와 시 운영에 필요한 돈을 찍어내는 곳도 있다.
이자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north Dakota주인데, Bank of North Dakota 사이트는 '.gov'로 끝난다.
정부 기관이라는 뜻!
<인구쇼크>란 책에서는 이자가 붙지 않는 돈을 찍어내는 시스템을 다음처럼 설명한다.
"은행이 회수하는 대출금보다 빌려주는 돈이 더 적어지기 시작한다면,
경제에 도는 돈의 액수가 줄어들 것이고 빚을 갚기가 불가능해집니다.
그러면 월세, 주택담보대출금, 대출금을 체납하게 되지요. 사업도 망하고요.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실업이 만연합니다.
지금의 통화 체계에서는 무한한 성장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 통화 체제의 본질 자체야말로 우리가 기필코 바꿔야 할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간단해요.
수 세기 동안 경제학자들이 주장 대로 바꾸면 됩니다.
은행에게 돈을 만들어 낼 권리를 주지 않는 겁니다…
그 권리를 정부에 돌려주는 것이죠.
주 정부나 지방정부, 재생에너지 시스템 같은 핵심 산업을 위해
돈을 만들어 무이자로 대출 해 줄 수도 있고요.
무이자이니 그 돈은 갚아도 사라지지 않아요.
따라서 통화 공급량이 계속 늘어나는 일도 일어나지 않지요.” 420~421쪽
그리하여, 공동체 은행으로 고고씽!
오오! 멋지지 않은가.
그래서 이자가 붙는 돈에 굴리는 '악마의 맷돌'에 대항해
무이자로 공동체를 위해 돈이 순환되는 곳에 돈을 맡기기로 했다.
다행히 이미 모델을 만들어가는 곳들이 있다.
내가 아는 곳은 바로 공동체 은행 빈고!
그리고... 상품화되어서는 안 되는 것을 제자리로 돌리자!
: 토지와 천연자원의 공유화와 기본소득
오늘 강의에서는 화폐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토지 공개념과 기본소득도 나왔다.
화폐를 개혁하고,
상품이 될 수 없는 토지를 공공재로 만들고,
임금노동을 노동자가 레알 선택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도입하자!
그렇게 새로 경제의 판을 짜자!
토지 공유재는 이미 땅값이 많이 오른 도시에서 불가능해 보이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보유한 땅이 전국토의 30%정도 된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건물은 사고 팔되 토지는 공유재로 묻어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용산 미군기지 반환되면 그 땅 어쩔 건데?
개발해서 땅 투기 하도록 팔지만 않는다면 바로 그 땅들이 공유재가 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시가 90%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토지는 장기간 대여해준다.
물론 건물은 사고 팔 수 있는데 건물이야 시간이 가면 낡고 헐기 마련.
집값 상승의 기반은 땅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를 공유재로 다루면, 집값을 잡으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공유재산의 가치는 커진다.
이런 식으로 토지를 공동체가 소유하면서
공공주거를 만드는 것을 공동체토지신탁(CLT; Community Land Trust)이라고 한다.
기본소득은 이대로는 더이상 임노동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충분히 일자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현실 앞에서 빠르게 공감을 얻고 있다.
다만, 재원 마련을 어쩔 건데, 가 가장 논란이 된다.
경제적 문제라기 보다 정치적 문제라서 해결책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기본소득 책들을 보면 줄줄줄 유창하게 나옵니다요~),
오늘 하승수 샘이 제안하신 사례가 보기에 좋았드라.
캐나다의 브로티시 콜롬비아주는 2008년부터 탄소를 많이 배출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에 탄소세를 매긴다.
탄소세가 생기면 생산 원가가 상승해 물가가 뛰니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걷은 탄소세를 세금공제 형식으로 시민들에게 배당해준다.
마치 기본소득처럼 말이다.
담배세 걷어서 건강기금 만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제는 개인적 선택을 넘어 시스템을 야금야금 바꿔나갈 때,
하승수 선생님의 서평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를 읽으시면 더 좋아요.
-> 센스있게 첨부파일로 올려놓았습니다.:)
대안공간, 우리동네 나무그늘
오늘의 강의는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혐동조합 마을 카페 '우리동네 나무그늘'에서 열렸다.
망원동 집에서 저녁을 차려 먹고 자전거 씽씽 내달려 간 나무그늘.
우리 집과 가까운 거리에 있지는 않지만 동네에서 애정애정 받아서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해내길!
소규모 세미나, 강의, 공연 등을 열 때는 나무그늘을 기억해주세요. :)
우리동네 나무그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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