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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House

난생 처음 대출받던 날: 서울시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8. 19.

20대 초반 카드 빚 100만원이 밀려서 카드사의 독촉전화를 받아 본 적이 있다.

지금도 돈 감각이 무뎌서 주머니에 100원이 있으며 100원을 쓰고, 1,000원이 있으면 1,000원을 쓰는데

그 때는 지금보다 더 어리벙벙하고 특히 돈에 대해서는 어리둥절 했었다.

4년 전 쯤인가, 4대강 공사 반대한다고 조계사 앞에 농성장 천막을 치고 단체들끼리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섰는데

우리 단체 차례가 오자 농성장에서 공부도 하자며(!!) 경제학자 홍기빈 선생님을 모신 적이 있다.

그 때 가장 감동 깊었던 말이 "전 지금까지 통장 잔고가 400만원이 넘어본 적이 없어요"였다.

(강의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그 말만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아무렴!!)

그 때 그는 캐나다 유학을 수료하고 돌아온 40대의 '아저씨'였다.

40대까지 통장잔고가 400만원을 넘은 적 없어도 저렇게 훌륭하게 공부하고 운동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나도 400만원을 자유 입출금 통장에 모셔본 적은 없지만 새삼 걱정할 일 없다, 게다가 난 30대 ㅋㅋ, 하고 안심이 되어드랬다.

어쨌든 나의 경제적 문맹과 무능에도 불구하고 카드사의 독촉전화가 어린 나이에 얼마나 무서웠던지

행여라도 돈 빌리면 '화차'꼴 된다는 생각에,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로 버티며 무난히! 살아올 수 있었다.


게다가 우연히 내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은행권 '논외'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내 상사이자 여성환경연대에서 제일 높은 ''인 우리 사무처장 0님하가

이사를 들고 나는 사이 계약일이 안 맞아 2주간 약 2,000만원의 돈이 잠시 잠깐 필요했는데

우리 월급으로는 대출이 안 되는 시츄에이션이라고, 은행 상담 경험을 털어놓았다. 

담보가 될 만한 물건을 뽑으라 해서 거의 20년 다 된 자동차를 이야기 했더니 '그건 담보 아냐'라고 거부당했던가.

난 자동차도 없고 자전거만 있는데 말이여. 아헹헹

그래서 평생 사금융만 손 대지 않으면 공적으로는 어디 빚 내줄 곳도 없는 한갓진 인생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난생 처음 제 1 금융권에서 서울시가 빌려주는 돈을 대출 받았다.

서울시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이라고 들어보셨을까잉.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집을 고치면 연 2% 이율으로 8년에 걸쳐 대출금을 갚을 수 있다.

문제는 서류 작성은 간단해보였는데 막상 써보니 의외로 준비할 사항이 만만찮았다.

세상에 공짜 없다더니.

하지만 공사 전에 미리 서류를 읽어서 '창호, 단열재, 보일러, LED 전등'에 어떤 자재를 쓸지 결정하고,

공사하시는 분께 필요한 자재 구입 시에 정확한 모델명과 인증서 혹은 시험성적서를 꼭 받아달라고 해서 챙겨두면

서류 작업이 훌훌~간단해진다.


내 경우에는 서울시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의 존재 자체를 몰라서

자재를 이미 구입한 후에야 필요한 서류를 뒤늦게 챙겼더니

업체마다 다시 연락하고 애걸복걸해서 팩스나 우편으로 서류를 받느니라 그게 힘들었다.

그러니까 자재 구입 당시 모델명과 인증서를 챙겨두고 에너지 고효율, 1등급 제품만 사용하면 서류 작성은 순탄대로!

'은행 논외권' 인자인 나도 대출을 받았으니 대출 심사 통과는 따놓은 당상!

(그래도 나는 현재 직장이 있고 4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이긴 한데...흠...

하지만 월급은 비정규직 수준에 4인 가족 최저임금에 못 미침.)


서울시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 대상자 : 에너지절약시설을 개선․설치하는 주택 소유주
  ○ 융자조건


  ○ 융자신청 : 2013. 1. 공고일 ∼ 12. 10일까지  ※ 융자규모 소진 시 종료

  ○ 문의: 서울특별시 녹색에너지과(전화 02 2133-3576, Fax 2115-7849) 또는 자치구 환경과(또는 지역경제과)

      -> 녹색에너지에 문의 전화도 해봤고, 내가 사는 마포구 환경과에 직접 방문해서 서류를 제출했다.

          집주인들이 대개 나이가 좀 있으시다 보니 서류작성이 부담되어 정작 신청은 많이 안 하시는 듯.

          담당 공무원들께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니 부담없이 문의해도 될 듯 하다.   


자, 그럼 서울시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을 신청할 때의 A에서 Z까지! 


1. 파일로 첨부된 서류를 다운받는다. (서울시 주택에너지효율사업 신청서) 잘 읽어본다.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신청서.hwp


2. 공사업체가 사업자 등록번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업체의 사업자 등록증을 챙겨서 복사해 놓는다.

    (집을 셀프로 공사할 때에는 서울시에 따로 문의)


3. 공사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고 한 부를 복사해 놓는다.


4. 건출물 대장을 한 부 떼어놓는다. (동사무소나 인터넷 등기소에서 발부 가능)


5. 전년도 1년간 도시가스, 전기 사용내역을 발급받는다.

: 도시가스의 경우 고지서를 통해 자기네 동네를 관할하는 도시가스 회사명을 확인하고

(바로 확인하기 http://e-lifestory.tistory.com/210)

인터넷에서 그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가입하면 1년간 도시가량 사용량과 요금을 확인할 수 있다.

전기 사용내역도 검색창에 '전기 사용내역 조회'를 치면 사이트가 뜬다.

한국전력공사 사이버 지점 바로 가기 http://cyber.kepco.co.kr/kepco/main.do

여기서 회원가입하면 1년치를 볼 수는 있는데 증빙자료로 출력은 안 되었다.

그래서 한전에 전화해서 팩스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바로 팩스를 보내주었다.)


6.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한다.

인터넷에서 가입하기 귀찮으면

구청 환경과나 지역경제과에 주택에너지효율사업 신청서 제출 시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해달라고 하면 된다.
ecomileage.seoul.go.kr

 

7. 미리 어떤 자재를 쓸지, 어떻게 고칠지 계획을 세운다.

특히 '창호, 단열재, 보일러, LED 전등' 부분의 자재 구입

정확한 모델명, 인증서, 시험 성적서를 업체에 요구해서 물건 받을 때 반드시 챙겨놓는다.

예를 들어 우리집 거실 창호를 '윈채 발코니 창 1등급 유리'로 구입해서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서류 작성할 때 정확한 모델명을 몰라 홈페이지 들어가서 하나씩 삽질하며 뒤지고 다녔다.

(1등급 유리에 관해서는 설명이 나와 있지도 않았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필요한 인증서나 시험 성적서를 안 올려놓은 곳들도 있고

그래서 전화하면 본사에서는 구입한 대리점이랑 이야기하라고 하고

구입 완료 된 후 대리점에 전화하면 '생뚱맞고 귀찮게 뭔 인증서?'라는 투로 자기네에서 샀는지 하나씩 확인하는데

공사하시는 사장님이 구입하신 거니 정작 나는 그 정보를 몰라 어버버하게 된다.

그럼 다시 공사 사장님께 물어보거나 대리점에 전화해달라고 부탁해야 하고,

그러는 사이에 또 며칠이 가고, 이렇게 되니

처음부터 서류와 모델명만 잘 챙겨도 삽질할 일은 줄어든다.


8. 신청서와 구비 서류를 관할 구청에 제출하면

스나 우편으로 주택에너지효율사업 사업 융자 추천대상자 선정 결과가 날라든다.

: 제출할 서류-사업계획서, 공사계약서, 사업자등록증, 건축물대장, 전년도 1년간 전기 및 도시가스 사용내역


팩스로 받은 '융자 추천대상자 선정 결과 공문'


9. 서울시 공문을 들고 우리 은행 지점에 방문해 대출 신청서를 쓴다.

은행에서 하루 정도 걸려 심사를 하고 대출승낙서를 써 준다.

그 대출승락서와 서울시 공문을 가지고 서울보증보험에 가입한다.

(대출승락서에 우리은행 도장이 찍혀있는지 확인하세요.

전 은행 직원이 실수로 안 찍어주셔서 은행 다시 가서 찍어오는 삽질을...

은행을 그렇게 번질나게 드나든 적은 인생에서 처음이었음-_- 은행 들렀다가 출근하니라 10분씩 지각하던 나날이여.)


우리은행에서 발급받은 대출승낙 확인서


난 마포에 살아서 서울보증보험 마포지점에 문의했더니 '어버버'하시며 당췌 그건 뭐냐고 되질문해오셨다.

알고보니 서울시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은 서울보증보험 '양재지점'에서만 취급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양재까지 찾아갈 일은 아니고, 양재지점에 전화해서 담당자와 통화한 다음

사이버 서울보증보험에서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고 보증료를 납부하면 된다.

난 6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보험료가 약 13만원 정도 나왔다. (대출금의 110%의 약 2%정도를 보증금으로 낸다.)


10. 보험가입증서를 은행에 제출한다.

      곧 이어 공사를 시작하고 사업 완료 보고서를 작성해 은행과 관할 구청에 제출한다.

      (공사 전, 후의 사진을 깨알같이 찍어서 보고서에 붙여넣는다. 사진 찍는 거 잊지 마세요!)


11. 대출금이 지정한 통장으로 입금된다.
대출금은 8년에 걸쳐 1년에 4차례로 나누어 갚으면 된다.

600만원을 빌린 나의 경우, 3개월 한 번씩 원금을 이자를 포함해 약 18만원 정도 상환된다고 한다.

(아직 한 번도 대출금 상환일이 돌아오지는 않았어요~)


궁금한 사항은 언제든지 서울시에 문의하면 되는데,

구청에 문의할 때는 없던 유용한 정보가 서울시 녹색에너지과에서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제가 ~ 자재를 구입하는데요. 그거 일등급해야 해요? 삼등급 해야 해요?" 이런 질문부터 마이크로 태양광 시설 문의까지

다산 120처럼 친절히 답변해주신다.

나는 걍 알아서 쓰지 뭐~의 태도였는데 우리 집 단일 공사로는 제일 비싼!! 윈체 발코니 창 1등급 유리를 구입한 후에

서울시에 1등급과 3등급 유리에 대해 문의 전화했더니

서울시와 제휴 맺은 업체를 통해 창호를 바꾸면 10% 이상 할인해준다고 해서 목 잡고 쓰러졌다.

당췌 그런 정보는 공고나 신청서 작성 설명에 꼭 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

구입한 곳에 전화해 나도 서울시 주택에너지효율화 사업에 신청하는데 10% 할인받고 싶다고 암만 읍소해봐도

이미 구입한 물건에 대해서는 할인 혜택을 적용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단지 이틀 전에 구입했는데!!  정보가 돈이었다...

미리 서울시에 문의해 본 후 창호를 구입했으면 10% 이상을 할인받을 수 있었을 것을. (억세게도 운이 없구나...)

창호는 워낙 단가가 쎄서 10% 할인 받으면 변기 구입 자재값 정도를 충당할 수 있다. ㅠ.ㅠ

그러니 '찔찔해' 보이는 질문이라도 서울시에 전화해서 물어봐야 을 본다.


아래 2012년 신청서 작성 예시를 파일로 붙여놓았는데

예시에서처럼 벽 넓이까지는 못 재겠다는 생각이 들면 생략해도 대출받는데 지장은 없다.


내 경우 모델명을 정확히 기재했고 고효율이나 1등급 자재는 인증서를 제출하지 않고 모델명만 적었다.

(아래 사진을 참고해주세요.)

고효율이나 1등급이 아닌 경우에만 시험성적서를 구해서 별첨했고

단열한 천장이나 벽 넓이를 재지 않았지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천만원 이하 공사비 전액을 무이자로 출받방법도 있다.

(대출받는 방법 알려주고 부추기는 일수 아줌마가 된 기분이구료 -_-..)

사회적 기업 두꺼비 하우징 http://www.toadhousing.com 과 계약하고 집을 고칠 경우

무이자로 공사비빌릴 수 있고 1년인가 2년 이내에 상환하면 된다.

(나도 두꺼징 하우징에서 집 고치고 싶었는뎅! 그 이야기는 투 비 커티뉴드...)

단, 한 달에 무이자로 빌려줄 수 있는 한도액이 있으니 공사 대상자가 대출 신청을 많이 하면 떨어질 수도 있다.

서울시는 아직까지 주택에너지효율화 사업 대출금이 상당히 남아있다고 하니

집을 '에코 후렌들리하게'치실 분들은 좀 귀찮더라도 신청서를 작성해서 고고씽!

부디 새 집은 지을 때부터 에너지 효율적으로, 헌 집은 부수지 말고 틈틈이 에너지가 새지 않도록 잘 고쳐서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에 함께하는 착한 집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신청서예시(2012년).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