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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탈핵바캉스, 삼척을 가다.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2. 7. 19.

토요일 아침 8시,

부스스하게 잠이 덜 깨 ‘좀비’인 채로 종합운동장 역에서 탈핵희망버스를 탔다.

  믿겨지는가! 토요일 아침 8시!!

‘바캉스’도 이렇게 치열해야 하는가, 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시달리다가 

......한 이십분 늦게 도착했다.
나 처럼 꼭 늦는 인간들이 꼭 있다는 만국 공통의 법칙에 따라 40분이 지나서야 버스는 부릉부릉 출발!


글씨체가 난감하시다. ㅎㅎ


유럽에서 음식점에서 나온 폐기름으로 연료를 채워 그리스까지 여행하는 캠페인 'greasy to Greece' 프로젝트처럼

우리도 폐기름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타고 삼척도 가도 밀양도 가고 영덕도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냥 '탈핵 바캉스' 따위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핵발전소를 짓고 송전탑을 놓는 일 자체가 없어지면 탈핵 바캉스도 없을 테니까.

토요일은 소시민답게 느즈막하게 브런치를 먹고 주중에 못 다 읽은 책을 뒤적이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 좋겠다.

그야말로 '맹박시대'는 나의 로망인 '주말 된장녀'를 광우병으로, 4대강으로, 강정으로, 원전으로 싸그리 뭉개는구나. -_-;;



그래도 삼척가는 길에 들른 문막휴게실은 '중수도'를 이용해 화장실 변기물을 충당하고

따뜻한 물은 태양열을 활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기술이 있는데 말이야, 맨날 원전이래. -_-



  가는 길에 심지어 '학습까지' 오오!  (그렇지, 탈원전은 이 시대의 필수 교양!)

(그러나 실은, CD를 잘못 구워 버스에서 동영상을 틀지 못한 현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바캉스인데 휴게실에서 처묵처묵하고 버스에서는 디비 자고 싶당게~)


녹색당 당원께서 손수 쪄오신 옥수수와 감자를 먹고서 기운 번쩍!

제법 바캉스로구나 ㅋㅋ


그렇게 삼척이 먼 줄 몰랐고 (4시간이 걸린다규!!) 그렇게 큰 줄도 몰랐다.

역시 모르는 것 투성이!

행진하는데 도심이 화려하고 생각보다 커서 깜짝 놀랐다.


애니웨이,

맨 처음 도착한 장소는 세계에서 유일한 '원전백지화 기념탑'



내용은 이토록 장대하건만,

20년 전 원전반대 운동을 시작한 청년이 이제 50대가 되었는데,

아직도 삼척은 원전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그 '청년'은, 아니 '장년'은 다시 원전반대를 하는 현실에 울분을 토했다.

(차 위에 얹은 스피커에서 나온 BGM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평소에 즐겨들으시는 음악인가 보다.

장엄한 발언 후에는 갑자기 '아침이슬'로 BGM을 바꾸셨다능 ㅋㅋ)

 


<에너지정의행동> 이현석대표가 원전백지화기념탑 앞에 서 있다.

아까 그 장년 활동가께서 "요새 힘들어? 왜 살이 빠졌어??"라고 하셨지만

내 눈엔 여전히 곰돌이 포스의 이현석 대표

처음 기념탑을 설립할 때 삼척항에 그린피스가 뜨고 외신이 뜨고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ㄷ ㄷ ㄷ



기념탑 주변의 나무마다 노란 리본을 묶어주는 센스



나름 바캉스처럼 보일까요?

실은 춥고 비오는 해변가에서 집회시간인 5시까지 비만 맞고 있기 뻘쭘하여

궁여지책으로 로맨스를 불러왔다능;;  '모래사장에 글씨쓰고 나 잡아봐라 도망가기'놀이 시행

우리의 소원은 'NO NUKE', '탈핵'


여성환경연대 회원이자 환경재단 활동가,

줄리아 로버츠를 닯은 미소를 간직한 (자세히 보면 좀 다름;;) '줄리아'가 어데서 막대기를 주워왔다.

해경도 슬쩍 보고, 그 해경을 우리가 다 보고 있당~


진보신당 퍼포먼스

응? 우리는 암것도 안 준비했는데?

부지런하군;; 토요일 낮에만 갔어도 우리도 깨알같이 준비하고 나왔을 거시여, 암~


모래쌓기 놀이도 했어유~



아기다리고 기다리던 삼척 탈핵 집회와 콘써트

원전을 지으려는 꼼수를 피우는 삼척시장, 주민소환하자!

원전 찬성하는 정치인들에게 맛을 보여주세요!! 


비옷도 원전을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깔맞춤,

비가 와도 많은 지역분들이 나오셨어요.

특히 송전탑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밀양 분들 오셨는데 발언 듣으면서 울컥했어요.

나머지 서울인, 우리는 외부 불순세력?


농민의 포스 작렬

행진하다가 당당한 저 보무에 반해부렀네잉~



우리도 원전 반대!



삼차선 도로를 점령하고 온 도심을 행진한 적은?

있습니다! 삼척에서요!!

비록 비맞은 생쥐꼴로 추위와 비에 떨었지만

전기가 이렇게 먼 곳에서 송전탑을 거쳐 흘러들어오는 것을 온 몸으로 실감한 기분.

게다가 지역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보자

서울에서 어여 빨리 '원전 하나 줄이기'가 퍼져나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두 할머니 뒤에서 행진했는데 이분들, 서로 손 잡아주고 부축하시면서 끝까지 행진에 참여하셨다.




그나저나 삼척 주민들의 '시위 센스'는 어찌나 돋던지 서울에서 원정가서 배워왔달까.

대나무 꺽어 대창포스의 플랑카드 만들고

손 짝짝이 맞춰서 흔들고 뿌우뿌우 하는 뿔피리로 흥을 내고!

 

하지만 곳곳에 붙어있는 '일 잘하는 시장님, 사랑해요'라는 플랑카드를 보니

이 곳도 강정마을처럼 지역민들이 찬원전과 반원전으로 나뉘어 반목하고 갈등하면서

원전의 비용을 서울의 저 멀리서 치르고 있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다.



시장님 주민소환에 반대하고 원전으로 지역발전 하자는 플랑은 그래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건 뭥미? "불순세력 배척하고 똘똘 뭉쳐 부자되자"



비를 맞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똘똘 뭉쳐 부자되는 말이

원전 지어서 지역발전 하자는 말과 겹쳐서

귀에서, 마음에서 맴맴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