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준비를 할 때마다 노이로제에 걸린다.
우리의 행사는 정녕 '기우제'가 아닌가!
야외 행사나, 하다못해 기자회견만 해도 비가 쏟아진다.
(6월에는 행사가 없었고, 그리고 가뭄이 작렬하였다.
고의로 없는 행사라도 만들어내할까, 고민하는 사이 7월 장마가 왔다.)
이제는 체념하사 '그 분의 기도발은 영험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말았으나,
교훈을 체득하지 못하고
비가 오면 절대 할 수 없는 행사를 기획하고 말았다.
이름하야 한석봉도 울고갈 물붓 100번 쓰기 퍼포먼스!
아이디어는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했다.
아니!
이건 뭐 종이도, 찌라시도, 플랑카드도 필요없는 것 아닌가!
그저 땅바닥과 물과 큰 붓이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응?? 비오면 어쩔건데??)
게다가 중국의 '물붓 어른신' 왈 운동과 소일거리가 되어요.
(팔뚝질 말고 본연의 의미인 physical activity)
분필처럼 지우기 힘들지 않고
강정시위처럼 삼성물산에 페인트 뿌려 '사유재산 침해'로 벌금을 받을 일도 없고
무엇보다 자원과 에너지도 안 쓰고 , 성한 몸과 글씨만 알면 되는 거 아닌가!
(이번 퍼포먼스에서는 씨네큐브 앞에 흐르는 분수대에서 떨어지는 물을 재활용했다.)
그저 시지프스를 노동을 반복하는 고뇌하는 인간처럼
이 놈의 햇빛과 바람이 글자를 지우기 전에 끊임없이 물을 칠하고 칠하면 되얐다.
화창한 날, 비가 안 온다는 그 날!
비폭력의 절정 '꺼져, 고리! 물붓 100번 쓰기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
물붓 말고 큰 빗자루를 준비해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으로 갔다.
퍼포먼스 끝나면 이 빗자루를 들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쳐들어가
강창순 위원장과 안전위원회를 쓸어버리고 싶다는 의기까지 불태웠으나 (영화 '빵과 장미'처럼!)
점심을 거른 관계로 퍼포먼스가 끝나자마자 밥집으로 달려갔다. (영화가 아니니까요.-_-;;)
몇 번의 탈핵시위를 통해 파악한 원자력 안전위원회 앞 유동 직딩들의 인구학적 사정에 따르면
점심시간에 직원카드를 목에 걸고 테이크 아웃 커피를 쪽쪽 들이마시며
MCM 지갑 쯤으로 얼굴에 작렬하는 햇빛을 가려주는 직장인들은
찌라시, 서명, 참여 등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sunshine state의 노래 day job에서 나온바
6시가 땡! 되면 내 방값을 충당해줄 칸막이 안의 자리를 박차고 다른 삶을 살기를 염원하는데
직장생활에서 단 한순간, 내가 나로 지낼 수 있는 점심시간을 침해받는 것이 어찌 좋으랴.
그냥 테이크아웃 커피를 쪽쪽 마시면서, 밥집에서 나오다가, 직장 동료와 잡담하면서
쓰윽 눈으로만 훑어봐도 뭔 말인지 알 수 있도록
행동은 비폭력적으로, 문구는 폭력적으로 준비하였다.
"꺼져, 고리"
노후하고 위험한 고리 1호기 발전소는 이제 그만,
고리 핵발전소의 불을 이 물로 시원하게 꺼버리자는 4자 성어.
아래는 퍼포먼스를 기획한 치자가 작성한 활동 후기.
나의 후기는
시지프스의 노동을 행한 댓가로 다음 날 자고 일어나면
엉덩이와 허벅지가 쑤시며 말근육으로 변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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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탈핵 카페가 영업? 중인 거 아시죠?
사무국 활동가들이 오늘 탈핵 카페 영업 지원에 나섰습니다.
날씨도 후텁지근 더운데 뭐 시원한 거 없을까 고민하다가 두둥~
고리 1호기가 시원~하게 꺼지기를 염원하는 '꺼져, 고리' 물붓으로 100번 쓰기 퍼포먼스!
빗자루만한 붓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으니까
붓 대신 3500원 주고 산 빗자루와 물을 담을 양푼을 싸들고 광화문으로 출발~
바로 시작해봅시다!
삼매경에 빠져 쓰다보니 꺼져가 껴져가 되어버렸네요. ;;
위에 노란 망토는 ㄲ 샘. 원전 마크를 몸으로 구현해주셨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행위예술!
점심 시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진행한 물붓(빗자루) 퍼포먼스 즐겁게 마쳤습니다.
고리 1호기 요딴 식으로 계속 밀고 나가면
나중에 해바라기 청소용역을 결성해서 원자력위원회에 청소 좀 해주러 갈까 봐요. ㅋ
고리 1호기 폐쇄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려요.
14일 출발하는 탈핵버스에도 많이많이 신청 해주시고요. 고마해라 쫌 고리 1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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