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챙겨먹은 후
설겆이 하면서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서 노래를 부르며 (다음 생에 태어나면 기필코 카수가 되고싶어!)
가스레인지에 물을 끓인다.
물이 끓는 동안 설겆이를 끝내고
아침 첫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루 중 시간은
아침의 첫 커피를 카모메 식당에 나온 장면처럼 '코피 루악'하며 내릴 때와
잠들기 전 마리 여사의 책처럼 내 취향의 책을 읽다가 스르르 잠 들 때이다.
-> 쓰고보니 손발 오그라드는 소녀취향 -_-;;;;
이 소녀취향의 삶은 아침 10시 출근이 가능한 (박봉이지만 시간은 자유로운) 노동조건과
인간관계의 파탄을 각오하고 퇴근 후 혼자만의 자유시간 절대엄수로부터 얻은 쾌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좋은 시간에 종이 커피 필터를 쓰고 버리는 것이 영 거시기했다.
오랫동안 사용했더니 일본에서 사온 융 필터에 커피 기름이 쩔도록 코팅되어서
숫제 물을 부어도 필터가 안되고 지가 무슨 컵인냥 물을 담고 있을 뿐이었다.
윽, 웬지 겁나 드러워 보인다.
잘 안 빨고 그냥 커피 내리고 난 다음에 내버려뒀다가 마지못해 빨았다능
그래서 드리퍼에 맞는 사이즈로 직접 융 필터를 만들기로 했다.
융 천은 면생리대 안감으로 쓰고 남은 쪼가리 천을 이용했다.
패턴은 종이 필터를 천에 대고 그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주 쉽고 간단하지요잉?
시간은 나처럼 발로 바느질 하는 수준의 인간도 30분 쯤 걸린다.
쪼가리 천이라고 막 넣어놨더니 아주 주름이 자글자글
종이 필터를 천에 대고 그리던가, 바로 자르던가.
천은 두 장 겹처놓았다.
그리고 자를 때는 시접을 생각해 종이필터 모양보다 1~2 cm 크게 잘라야 한다.
자른 모양대로 앞 뒷판을 꿰매주면 된다.
홈질을 촘촘하게 하거나 반박음질로 하면 시간이 더 빠르다.
사진을 보면 용기를 얻겠지만, 저렇게 발로 해도 필터 기능은 문제 없다.
아흑, 만들고 보니 사이즈가 조금 작았다능;; 제길슨.
쪼가리 천이라 천 자체가 작아서 어쩔 수 없었음. 제약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융 천은 처음에 빨면 천 자체가 줄어드니, 생각보다 약간 크게 만들어야 한다.
완성!
커피 내려 마시면 융 천 색깔이 커피색으로 물들지만 기능에는 문제 없다.
빨아서 계속 사용가능하면 한 장의 커피필터도 버리지 않게 된다.
세제 같은 것으로 빨지 않고 그냥 물에 담궈 몇 번 흔들면 끝!
이제
핸드드립에는, (핸드메이드가 아니라) 발 메이드 커피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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