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안식월으로 유럽에서 헐렁하게 보내고 있을 때 국내에서 들려온 가장 기뻤던 소식은 씻어내는 화장품(스크럽, 샴푸, 바디워시 등) 내 미세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명시한 화장품 법 개정, 그리고 가장 찝찝했던 것은 마흔 생애동안 사용한 페트병보다 5개월 간 여행하면서 버린 생수병이 더 많으리라는 예감이었다.
우리 집은 4층인데 바로 옆집은 여름에도, 겨울에도 생수를 물류창고(?)처럼 쌓아두신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이 처음 하는 말이
"아니, 엘레베이터도 없는 빌라 4층까지 (실은 4.5층)
이 생수병을 짊어지고 오시니라 택배 기사들 허리 나가겠다. ㅠ.ㅠ"
이 생수병에 들어있는 노동력, 자원 소비, 쓰레기 처리를 생각해보면 ㄷ ㄷ ㄷ
개기름 흐르지만 기름종이는 안 들고 다녀도 텀블러는 늘 가방에 챙겨다니고, 간지나는 얇은 클러치 가방을 텀블러 때문에 포기하고, 고속도로 휴게실이든, 병원이든, 한강 공원이든 내 사랑하는 텀블러에 정수기(아리수) 물을 담아 먹고, 카페에서도 '내 컵 할인' 받으며 텀블러에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는 일상. 그러니 평소에 페트병을 버릴 일이 흔치 않다. 가끔 식혜랑 콩국물 사 먹을 때 버리긴 하지만, 탄산음료는 거의 안 먹고 물이나 커피 등 일상적으로 먹는 음료에 페트병을 안 쓰니, 애니웨이.
그런데 장기 해외여행을 하면서 부주의하게도 이 생각을 못했네 그랴. 에어비앤비 숙소나 게스트하우스에 정수기가 놓여있을 줄 알고 평소 들고다니던 스댕 텀블러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컵만 있으면 식수를 쉽게 구할 수 있으리라 착각했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이 나라들 모두 스웨덴처럼 '아리수' 수질 이상의 수돗물이라 마셔도 된다는 보장도 없고, 중간에 아프리카 모로코도 들르고, 어떤 곳은 음용하지 말라고 대놓고 써놓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숙소를 잡은 후 생수병을 사다 날랐다.
때는 여름. 하루에도 몇 병씩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 놈의 유러피언 카페들은 얼음을 절대 헤프게 주지 않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메뉴 자체가 없는 로컬 카페가 많다. 어쩌다 있는 아이스 음료에는 얼음을 딱 3개 넣어준다. 아, 이 뜨거운 인간들... 7월 말에 스페인 세비야에 있을 때 40도의 기온을 견디고자 얼음을 자박자박하게 넣어주는 스타벅스를 들락거렸다. (에어컨 없는 야외 로컬 카페와는 달리 에어컨도 빵빵 ㅠ.ㅜ 나는야 쾌적하고 씨헌한 대한민국 서울의 지하철 환경 탓에 인내심을 내다버린 닝겐.) 세비야에 스벅이 4개 정도 있는데 세계 어디에서도 동일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글로벌 브랜드답게 4개 지점 모두 텀블러 가득 얼음을 넣어주었다.
그래서 여행에서 돌아와 필터가 달린 보블(Bobble)을 구입했다. 보블 역시 플라스틱 물병이지만 수돗물을 넣으면 활성탄 필터가 물을 정수해주므로 생수를 사먹고 페트병을 버릴 일이 없다. 상하수도가 없는 오지를 여행하지만 않는다면 여행하면서 수돗물을 쉽고 간편하게 정수해 먹으며 생수 값도 아끼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필터가 달린 휴대용 물통은 많이 나와 있으나 크고 무겁거나 필터 교체비와 제품 자체의 값이 비싼 경우가 많다. 보블은 무게도 가볍고 용량도 550ml로 넉넉하고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해 모양도 산뜻하다. 무엇보다 활성탄 필터가 5,000원 정도로 필터 교체비가 괜찮다. 필터는 약 3개월 간, 300회 사용(150L)이 가능하다. (나, 시방 홈쇼핑 호스트 빙의된 거니?)
보블 클래식 (요즘 건 2만원인데 예전 모델은 15.000원이라 이걸로 샀음)
활성탄 필터
처음 구입한 후 1~2번 필터를 충분히 헹궈줄 것
(헹군 물은 알로에 화분에 물 주는 용도로 사용)
용량 550ml
재질| 재활용 페트, 폴리에틸렌
필터 교체시기는 2~3개월 한 번씩, 혹은 150L 정수 후 교체
여과능력| 수돗물의 염소 냄새 및 유기오염물질
나의 평소 필템 보냉 텀블러,
그리고 이제 여행 필템이 될 보블 필터 물병
저번 달에 친구들 4명과 강원도 속초에 여행갔을 때는 우리 집 정수기를 고스란히 들고가 숙소에 모셔두다 밤에 정수하고 낮에 정수된 물을 그대로 들고 나갔다. 여행 기간 동안 생수를 사 먹을 필요가 없어 나는 얼마나 뿌듯했던가. 처음에는 무슨 집 정수기를 통째로 들고 여행 가냐고 툴툴대던 내 룸메도 여행 가서 잘만 정수기 물을 퍼 자셨음. 이제는 내 전용 필터 물통 '보블'을 데려가야지. 우리 집 정수기나 보블이나 필터 교체도 간편하고 값도 싸고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오지게' 좋당께.
보블(휴대용)과 3M에서 나온 활성탄 정수기
이렇게 수돗물을 물병 후에 부어주기만 하면
아래 물병으로 빠르게 여과된 물이 모인다.
보블 크기의 (550ml 정도?) 물병 4개가 달려 있어
쏙 뽑아 마시고 쏙 집어 넣으면 된다.
밀폐력 짱! 세탁기에 넣고 돌려도 괜찮을 거임.
물통에 따로 옮겨 담을 필요 없이 바로 밖으로 들고 나가거나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
필터의 모습
필터 교체 방법이랄 것도 없음
수명이 다 된 필터를 빼내고 그 자리에 새 필터를 넣기만 하면 끝!
필터 중앙의 버튼을 눌러주면 필터 교체시기가 자동으로 표시된다.
중앙 버튼 부분의 빨간 색이 사용했다는 표시.
사용할수록 빨간 색이 커지고 진해진다.
흰색 부분이 빨간 색으로 변하면 필터를 교체하면 된다.
여름에는 약 3개월, 겨울에는 6개월 정도에 한 번씩 교체했다.
(필터는 약 2만원 정도)
관련 기사
네가 먹은 게 고등어라고 생각하니? 사실은 페트병 조각이야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63013324774679
급증하는 페트병 바다쓰레기…결국 우리 몸속으로
http://m.yna.co.kr/kr/contents/?cid=MYH20170701002800038
재활용하는 줄 알았는데…아이스 음료컵 '말로만 재활용'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275152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연간 30억 개의 플라스틱 컵이 사용되고 있고, 이 중 5% 미만의 일회용 컵만이 재활용되고 있다고 추정이 됩니다."
'Eco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모?왜뭐!] '문제는 마네킹이야' 무대 뒤 풍경 (4) | 2017.07.29 |
---|---|
플라스틱 비닐봉지의 변신은 무죄, 프론 프로젝트 (plarn project) (2) | 2017.07.20 |
우리는 쓰레기 없이 팔기로 했다! '더피커' (0) | 2017.06.23 |
양화대교에서 자전거로 행복하자고, 사이클핵! (2) | 2017.06.18 |
탕진잼의 완성, 세컨핸즈 샵 (2) | 2017.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