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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외모?왜뭐!] '문제는 마네킹이야' 무대 뒤 풍경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7. 7. 29.

     저번 주 주말 실태조사 결과 정리하고 보도자료 작성하니라, 살이 마르는 줄 알았다. 의류 사이즈 실태조사 1차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기자회견 날짜는 이미 잡혔고, 실제 인체를 본따 만드는 '커스텀 마네킹'은 해외 동영상을 봤을 뿐, 우리가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 아닌지는 월요일에 가서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보도자료 쓰랴, 기자회견용 피켓과 플랑 만들라, 인포그래픽 자료 만들라, 커스텀 마네킹 걱정하랴, 실로 직장인 10년차 인생 10년 만에 처음으로 밥 먹을 시간을 쪼개가며 일했다는 거 아닌감. 


31개 의류 브랜드 사이즈 실태조사 결과가 담긴 보도자료 읽기


     마네킹 업체에 키 178센치에 허리 24인치의 일반 마네킹이 아닌, 실제 여성의 표준체형을 구현한 마네킹 제작을 문의하자 금형 뜨는데만 700만원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헐. 좌절. 이후 여기 저기 알아봐도 뾰족한 방법이 없던 차 (그렇게 커스텀 마네킹 만들기가 어려울 줄 예상하지 못했다!) 디자이너 우유니게 님께서 아래 사이트의 마네킹 제작 모습을 보내주셨다. 

http://klyker.com/how-to-make-a-custom-sewing-mannequin/





     즉 테이프와 솜만으로도 몸에 맞는 커스텀 마네킹을 만들 수 있다! 우선 우유니게 님께서 자신의 다리 한 짝을 샘플로(?) 테이프를 붙여 이게 가능한지 실험해보셨다. 그리하여 월요일부터 우유니게 님과 활동가들이 붙어 '66100' 사무실을 점령한 채 밤 12시가 넘도록 커스텀 마네킹을 만들어냈다. 무려 3마리!

 



     옮기는 과정에서 우리의 '커스텀 마네킹'이 좀 망가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기자회견까지 잘 버텨주었다. 보수작업을 거쳐 8월 말에 있을 다다름네트워크 '필름파티'에서 짠, 다시 한번 사용될 예정이다. 그 즈음 고모리 프로덕션에서 작업한 커스텀 마네킹 제작 과정 동영상 (메이킹 필름)도 나온다.  

     

     기자회견을 잡으면 일주일 전부터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날씨를 확인한다. 종종 비가 내리는 여름에는 더욱 조마조마. 다행히도 햇빛 쨍쨍하다는 일기 예보. :) 그리하여 기자회견을 다음과 같이 진행했다. 나는 보도자료 뿌리고 기자들 명함 받고 전체 씬 점검하니라 정작 기자회견  안에는 들어가지도 못 했다. ㅎㅎ  

   



우리의 요구 4가지
1. 다양한 체형의 마네킹을 제작, 전시하라!
2. 포토샵 고지법을 제정하라!
3. 의류 선택권과 몸 다양성을 보장하라!
4. 우리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환경과 싸우자!

기자회견 사진 보기 

     '문제는 마네킹이야'는 기자회견 당일 방송과 지면 보도 총 77건을 찍었고, 네이버와 다음 메인 페이지에도 올랐다. '뚱뚱하고 못 생긴 페미년'들을 욕하는 악플에 힘(?) 입어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먹었다는 소문도 들렸다. 

     실은 이 기획은 '아름다운 재단'에서 일하는 열쭝 님께서 짜주셨다. 우리는 그분 뜻을 따라 실제로 이 기획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수족' 역할을 했달까. 주말에 일 좀 했다고 일이 진절머리 나는 나와는 달리, 낮에는 중간지원단체에서 시민단체들 지원하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다른 시민단체에게 재미있는 기획을 던져주고 자료를 찾고 관련 글을 쓰고, 휴가 때 기자회견 장소 답사까지 같이가주신 열쭝 님은 열쭝이 아니라 열정이여. 마지막에 보도결과 리스트를 보내고 캡처까지 떠 주는 정성은 또 뭐당가. 밤 12시까지 같이 마네킹 만든 우리 팀 활동가들, 모찌, 우유니게, 혜민, 김지양 씨 등 모두 모두. 그리하여 사무실에서 주말 내내 일했던 스트레스를 폭발시킨 나는 이번 휴가를 빌어 아무래도 마음수련을 해야 쓸란가 보다.

Special thanks to 열쭝 
 
     그러니까 겉으로 드러나기 보다 훠얼씬 많은 정성을 들였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공이 모였다는 결론. 해피엔딩(?)이라서 다행이야. 비 왔으면 커스텀 마네킹 속 솜들 어쩔 뻔 했당가. 아이고 상상만으로도 환장해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