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씨의 '다른 길' 전시에 다녀왔다.
아날로그 사진의 진정성과 사진보다 더 아스라한 글들을 넘어, 짜이를 마시는 인도 사진을 보고 갑자기 짜이티에 꽂혔다. 역시 나는 가슴뛰는 사진을 봐도 위장이 먼저 움직이는가. -_-;; 인도에 이상 한파가 닥쳐 거리마다 불을 피우고 모닥불에 사람들이 추위를 녹였던 때, 민소매 옷 입고 인도 여행 중이던 나는 짜이 티를 연거푸 3잔씩 마시며 서울로 당장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추위를 피해 2박 3일간 남쪽으로 튀어 도착한 고아에서 맛본 짜이는 이상하게도, 맛이 덜 했다. 가끔 그 때 추위에 덜덜 떨며 먹었던 짜이가 생각난다.
짜이티 만드는 방법을 찾았더니 카다몸과 정향, 계피, 티 맛살라 등 수입식품 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재료가 팝업창처럼 튀어나왔다. 한 번 사용하고 몇 달간 부엌 선반에서 먼지 뽀얗게 쌓이도록 손도 안 대는 식재료는 애시당초 집에 출입을 금하는지라, 집에 있거나 슈퍼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짜이티를 만들기로 했다. 함께 일하는 펭동이 사무실에서 타주는 짜이 레서피를 가져왔다. 여성환경연대에서 한 달간 인턴으로 일했던 정민씨가 사무실 떠나면 가장 생각날 거 같다고 뽑았던 펭동의 짜이티 말이다. :)
재료는 생강, 통계피, 설탕, 우유, 그리고 있는지조차 까먹었던 얼그레이 (홍차) 티백!
이렇게 준비하면 짜이에 들어가는 재료 준비 끝~
짜이 만드는 과정 중 가장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드는 순간은
바로 생강을 씻고 껍질 벗기기!! (아흑, 이 놈들은 인삼인감, 왜케 꾸불거려)
이것만 끝내면 우유 끓일 때 냄비에서 넘치지 않도록 휘저어 주는 일 이외에는 모두 일사천리이다.
냄비에 물을 자작하게 붓고 댕강댕강 썰은 생강을 생강생강 넣어주고
통계피도 2~3개 통통 넣어준 다음 푹푹 끓인다.
계피와 생강을 10분 이상 끓여 많이 우러나올수록 좋다.
야채 피클에 넣는 올리브 잎이 생각나 2~3개 잎을 넣어주었다.
월급말고 추석과 설날 받는 선물같은 느낌으로다가~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
얼그레이든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등 종류에 상관없이 집에 가지고 있는 홍차 티백이나 잎차를 우려낸다.
홍차, 통계피, 생강을 넣고 푹푹 끓이는 중인데, 수정과 만드는 냄새가 온 부엌에 퍼질 때까지 고잉 온!
홍차 티백 2개를 넣었더니 색깔이 연해서 3개를 투하했다.
블랙티처럼 까맣게 될 정도로 홍차를 넣어 우려준다.
그러고서는 설탕을 어마어마하게 투하! 맛을 보면서 '아~달다' 할 정도로 쏟아붓는데
그래야 나중에 우유를 넣어 끓여도 달콤한 맛이 남는다.
설탕을 넣고 우유를 남김없이 넣어주는데, 관건은 물보다 들어가는 우유 양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것!
우유를 넣고 작은 불에서 보글보글 끓이면 끝~
우유를 끓이면 우유 거품이 넘쳐서 가스레인지에 우유 홍수가 나므로 그냥 냅두지 말고 한 번씩 휘저어준다.
인도산 재료 없이 '다른 길'을 통해 만들었지만 나름 짜이 향이 입 안에, 집 안에 솔솔 풍긴다.
아, 인도 가고 싶어.
추위에 덜덜 떨며 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마시던 13년 전 그 짜이 맛은 아니지만
집에서 마시는 짜이는 마치 혜화동에서 인도 배낭연극 '인디아 블로그'를 보는 것처럼
지금 여기서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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