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의 책 '동물해방'을
통해 오징어와 낙지 등 두족류가 고통을 첨예하게
느끼는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러나 나는 눈앞에 보이는 '체감 지식'에 현혹되는 미혹한 인간으로서 빨간 피를 흘리지 않는 오징어와 낙지의 고통에 자꾸 둔감해진다. 냉장고에 넣어둔 산 꼬막의 빨간 피가 비니루에 고여있을 때 충격을 받았을지언정, 여전히 두족류의 고통은 머리로만 이해된다. 오징어,
낙지,
쭈꾸미를 너무
너무 좋아하는 식성이 그에 한 몫 하기도 했다. 오징어볶음,
오징어채,
마른 오징어,
오징어 미나리
초무침, 연포탕,
낙지 볶음,
쭈꾸미 볶음!
아아 배고파. (사람아, 아 사람아~)
요리를 잘 하지 못하지만 한 가지 마법을 알고 있다. 웬만한 음식은 기름칠이 되면 그럴 듯 해진다는 거. 가지나 쑥 무침, 나물 무침 등은 양념이 기가 막혀야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어린이들!)이 젓가락이라도 대지만, 가지 튀김, 쑥 튀김으로 만들면 웬만해서는 다들 맛있게 먹는다. 기름에 볶거나 튀기면 입에 살살 맞는다. 그래서 잘 안 먹거나 싫어하는 재료를 시도할 때는 볶거나 튀기는 요리로 맛을 낸다.
옛날에는 기름이 귀해서 잔치 때나 전을 부치고 튀김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식이 많고 맛난 음식을 찾다보니 기름류를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다. 특히 기름에 볶을 때 재료가 타면 PAHs라는 발암물질이 나와 건강에 좋지 않다. 탄 음식 먹지 말라는 말을 새겨들어야 했던 것! PAHs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유해물질과 같은 성분이다. 볶거나 튀길 때 재료가 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또한 압착한 버진 올리브 오일, 생협 들기름 등 몸에 좋은 기름도 볶거나 튀기는 와중에 200도를 넘어가면 좋은 성분이 많이 파괴된다. 그러니 좋은 올리브유 사서 후라이 하는 데 쓰지 말고 샐러드에 살짝 넣어 생으로 먹고, 들기름도 나물 무침에 생으로 넣어 먹어야 좋다.
아이쿱 생협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이 '볶는' 이야기가 나왔다. 오징어채 볶음이 반찬으로 나와 이것도 기름으로 볶아서 이렇게 맛있다고 농담을 하자, 그건 오징어채 볶음이 아니라 오징어채 무침이라고 넌지시 알려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 때까지 나는 오징어채를 찌거나 삶는 방법은 생각도 못 해 봤다. 오징어채는 무조건 후라이팬에 볶아야 바삭한 밑반찬이 된다고만 알았는데, 그날 반찬으로 나온 오징어채 무침은 볶음 음식처럼 맛있었다. 설명을 안 해주셨다면 오징어채 볶음으로 알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오징어채를 삶아서 반찬으로 만드는 포스트 등장. ㅎㅎ 생협에서 마른 반찬 재료로 파는 뱅어포도 아래처럼 찜솥에 찐 다음 양념에 버무리면 된다. 기름에 볶지 않으니 건강에도 좋고 조리하기에도, 설거지 하기에도 손쉽다.:)
오징어채, 쥐포, 어묵, 게맛살, 젓갈류는 생협에서 판매되는 재료를 산다.
식재료 중 인공 조미료나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반찬용 오징어채나 쥐포를 사면서 성분구성을 보면 글루타민산나트륨(MSG)를 비롯해 향미증진제가 포진해있다.
이 제품의 경우 국산 오징어가 95%, 식염과 구연산, 감미료인 D-소르비톨이 들어있다.
찜솥이 무식하게 커서 일반 냄비에 물을 넣고 그 위에 체를 바치고 오징어채를 모셨다.
딱딱한 오징어채가 빳빳하게 살아있다.
이렇게 냄비 뚜껑을 닫고 물이 보글보글 끓은 다음 살펴보면
물은 보글보글 끓고 :)
오징어채가 소금이 절인 배추처럼 숨이 죽어있다.
다진 마늘도 생협에서 구입!
생협표 마늘, 맛가마 간장과 담양에서 온 밤꿀과 조청, 그리고 망고병에 들어있는 우리 엄마표 참기름을 넣고 섞는다.
양념 비율은 대략 간장과 설탕 1:1, 참기름 약간, 다진 마늘 약간이다.
(이건 간장 베이스 양념, 고추장 베이스 양념은 간장 대신 고추장으로 대신하면 된다.)
단 것을 싫어하면 설탕을 간장보다 조금 덜 넣어 비율을 조절한다.
양념 맛을 보니 달고 짜구나. ㅎㅎ 되얐다!
찜통에서 쪄진 오징어채를 양념에 투하!
양념이 오징어채에 잘 스며들도록 쓱쓱 비벼준다.
유리 반찬통에 가지런히 넣어준 다음 고소한 참깨를 뿌려 완성!
요리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요리 글이냐만은 오징어채를 기름에 안 볶고 맛나게 반찬을 할 수 있음을 널리 알리고 싶었달까. ㅎㅎ 이제 볶지 말고 찌는데 양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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