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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rsion38

베트남의 사파에서 투명인간이 되었다 생방송 인터뷰에 참여했던 교수도, 진행자인 앵커도 웃게 만든 ‘해맑던’ BBC 방송사고가 아시아 여성 ‘내니(보모)’ 논란으로 번졌다. 소셜네트워크 반응을 보면 대개 한국인들은 인터뷰 도중 ‘난입’한 어린 자녀들을 끌고 슬라이딩으로 사라진 아시아 여성을 보고 ‘한국여자와 결혼했구나’로 생각한 반면, 대다수 소수세계 백인들은 ‘보모’로 생각했다. CNN도 ‘보모’로 단정짓고 트윗을 했다가 급히 수정하기도 했다. 이후 BBC는 이 가족이 모두 등장하는 인터뷰를 내보냈다. BBC 동영상 캡처 화면 누군가 별 의도 없이 던진 돌을 맞고 개구리가 죽는다는 속담은 좀 ‘오바’스럽지만,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무심코 내뱉는 생각과 행동은 누군가를 상처 입힌다. 이런 일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퍼낸 4대강 바닥의 모래알.. 2017. 3. 17.
혼자 하는 여행, 함께 하는 여행 4개월의 여행을 친구와 함께 했다. 물론 같은 집에서 하루 두 끼를 함께 먹는 ‘식구(食口)’지만, 24시간 함께 붙어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여행 전부터 슬금슬금 들었다. 이건 ‘죽이 잘 맞고 아니고’와는 다른 문제다. 내 영혼에 24시간 내내 브래지어를 차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망할 놈의 브래지어를 해 본 없는 이성애자 남자는 모르겠지.) 오죽하면 라는 책이 나왔을꼬. 더군다나 나는 제목만 보고도 그 책을 지를 만큼 혼자 하는 여행을 사랑한다. ‘혼자가 아닌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가 그간의 여행을 통해 벼려온 감각이었다. 맥주의 잘 빠진 거품이나 커피의 풍성한 크레마처럼 여행의 백미는 ‘혼자’라는 것에 있다. 영혼의 브래지어를 풀고 오롯이 홀로, 오롯이 나체로. 의 저자 카트린 지타는 “혼자 여행.. 2017. 2. 21.
[모로코 메르주가] 다른 차원에 속한 세계, 사막 묵고 있던 숙소 파티마의 집을 통해 1박 2일의 사막투어를 떠나기로 했다. 메르주가는 사막을 유목하던 베르베르인들이 정착한 마을인 듯, 마을 주민들은 (모로코 어가 아닌) 베르베르어를 쓰고 베르베르 음식을 먹고 베르베르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외부인들의 관광에 기대 시늉만 하는 껍데기 유목생활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어쨌든 그렇게라도 사막에서 유목민 텐트와 낙타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 다행이랄까. (메르주가에서 만난 베르베르인들의 자식들은 정착지에서 학교 다니며 유목민 텐트는 관광을 위해서 유지하는 듯했다.) 정착한 베르베르인들은 사막의 시작이자 끝인 메르주가에 담을 쌓고 땅을 파고 물을 대서 안간힘을 써 가며 나무와 풀을 기른다. 생명 줄처럼 간절한 텃밭과 가든이 사막의 한쪽에 펼쳐져 있다. 간절함으로.. 2016. 12. 30.
[모로코 메르주가]파티마의 집_사막에서 수영하기 모로코 여행은 세 가지 코스로 나뉜다. 1) 마라케시-메르주가-페스로 이어지는 서사하라 사막투어2) 카사블랑카, 탕헤르, 에사위라 등으로 이어지는 지중해와 대서양 휴양 여행3) 베르베르인 마을을 찾아 다니는 중부 아틀란스 산지 여행. 세 코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딸기의 오들오들 매거진’에 잘 나와 있다. http://ttalgi21.khan.kr/4059 아는 척 했지만 여행이 끝난 뒤에 찾은 정보일 뿐, 여행 당시에는 ‘모로코 여행=사막투어’인줄만 알았다. 마라케시(Marakesh)에서 장장 12시간이 넘게 달리는 버스를 타고 사막이 시작되는 메르주가(Merzouga)에 내려 처음 든 생각은 이랬다. 버스 터미널에서 ‘백언니’들이 왜 에사위라(Essaouira)로 가는 버스에 우르르 탔는지 알겠다!.. 2016. 11. 29.
[모로코 메르주가] 사막, 여행, 나 서사하라 사막이 시작되는 마을의 끝 ‘메르주가’에 도착했을 때야, 나는 뜨거운 것을 직접 느껴봐야 뜨거운 맛을 아는 우둔한 사람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청춘을 넘어서니 이제야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과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그러니까 나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것을 어느 정도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느꼈었는데. (아, 망할 놈의 이십 대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아니었다. 착각이었다. 사막에 오기 전까지는 나는 여름에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여름형 인간이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낮 온도가 45도~50도까지 올라가는 메르주가에서 6일을 보낸다는 말에도 ‘그러시던지’라고 응답했다. 여기 와서 비로서 내가 알던 여름의 범위.. 2016. 11. 19.
[스페인 세비야] 몸의 움직임을 예술로, 플라멩코 몸치인 나는 체육시간과 운동회가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수리영역 I 때문에 수능 점수를 말아먹었지만 달리기나 공놀이를 할 바에야 미적분을 푸는 것이 100배 더 좋았고, 엄마 뱃속에서부터 잘 움직이지 않는 태아로서 체육을 '디스'했을 거야, 라고 믿어왔다. 매년 국민학교 운동회 때마다 전교생이 학년별, 학급별로 100미터 달리기를 했는데, 그때마다 코피란 것이 좀 나봤으면 좋겠다고 빌었었다. 그러면 달리기에서 빠질 수 있을 테니까. 국민학교 6년 내내 나는 100미터 달리기에서 늘 한참 뒤진 꼴등이었다. 뭐 어때, 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못 만나서였는지, 내 몸이 '찐따'같다고 느꼈고 그래서 참으로 부끄러웠다. 고등학교 때 체육선생님은 학생들 앞에서 어떻게 그 (뚱뚱하지 않은) 몸으로 100미터를 25.. 2016. 11. 17.
[포르투갈 신트라] 찬물로 말갛게 씻은 듯한 기분이 드는 관광지 신트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페나(pena)성과 무어(mouros)성. 저 멀리 산 위에 보이는 알록달록한 성이 바로 페나성 미키마우스의 귀처럼 산 위에 동그랗게 솟아있는 두 개의 성을 스쳐 지나 나는 다른 관광지를 갔다. 하나는 신트라 시내에서 걸어갈 수 있는 ‘헤갈레이라 궁전(Quinta da Regaleira)’, 그리고 또 하나는 걸어서는 갈 수 없지만 (어차피 시티 버스 표 끊었다규!) 성 아시시 공동체가 살았다는 마을 ‘카푸초스(convent of the Capuchos)’. 사실 신트라에는 한적하게 수영하고 맛난 거 먹고 격하게 쉬러 왔다. 그런데 와 보니 한여름이고 나발이고 바닷물이 어찌나 찬지 현지인들도 바다는 놔두고 그 옆의 야외 수영장에서 노는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야심 차.. 2016. 11. 12.
[캄보디아 씨엠립] 잔인한 세상의 잔혹한 이야기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목록 20위 안에는 들 것 같아서 나도 한번 감행해봤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기! 나를 못 믿으시는 부모님과 부모님과 취향이라고는 도통 맞지가 않는 나란 딸이 만나니 자유여행이 순탄할 리 없을 듯. 그래서 부모님 이기는 자식 없다며 (효녀 코스프레!) 난생 처음 패키지 투어를 택했다. 처음에는 패키지 투어가 내키지 않아 부모님께 자유여행을 권했으나 들려오는 것은 콧방귀뿐이었다. 아주 야무지시고 똑똑하시게도 패키지 투어 가격을 알아보신 후 도대체 자유여행은 돈이 얼마나 필요한데, 프로그램은 뭔데, 이렇게 따지시는데 '내사마' 수가 있나. 나야 무료해서 죽을 만큼 카페서 죽치고 나서야 슬슬 관광지를 찾는 비효율적 여행자가 아니었던가. 물론 부모님 여행경비를 감당할 경제적 여력도 없다... 2016. 11. 9.
[포르투갈 리스본] 고요하고 차고 정갈한 미술관, CCB 포르투갈 여행자들마다 포르투갈을 칭송해댄 탓에 너무 기대가 컸던 걸까. 포르투에서 일주일, 리스본에서 일주일을 보내면서 나는 스스로 되묻고는 했다. 이곳이 내가 들었던 그 포르투가, 그 리스본이 맞는 거니? 내가 몰라서 아직까지 가보지 않은 끝내주는 장소가 있는 걸까? 그래서 하루는 프리워킹투어(free walking tour)에 참가했다. 아침 10시에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약 20여명의 그룹이 리스본의 골목골목을 거닐며, 포르투갈의 역사, 동상과 건축물의 이름과 의미, 맛집까지 알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유럽인 중 평균신장이 가장 작아 유럽의 ‘프로도’라고 불리는 민족은? 바로 포르투갈 사람들이라고 한다. 같은 라틴계인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들보다 평균 2~3cm 정도 작다. 물론 프리워킹투어에.. 2016.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