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과천에 다녀왔다.
그리고 과천이 시민운동의 활발한 곳이라고 오래 전 기사로 읽은 사실을, 먹고 마시는 와중에 스르륵 체감할 수 있었다.
아들이 과천무지개학교(대안학교)에 입학하면서 그 주변으로 거처를 옮긴 혜진이 우리를 초대해 풀 코스로 안내해주었다. 오래 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들을 집에 초대해 점심 상을 차려주면서, 그녀는 거실 벽에 커다랗게 ‘언니들, 환영합니다’라고 붙여놓았었다. 새로 옮긴 혜진네 집으로 가면서 그 따뜻한 환대가 떠올랐다.
사랑스럽다.
여성환경연대에서 일할 때 쌈박한 퍼포먼스 아이디어를 던지던 그녀가, 직장을 떠난 이후로 우쿨렐레를 치고작곡을 하고 뜨개질을 하는 등 사부작사부작 생활의 기술을 몸에 쌓아왔다. 그리고 뜻이 맞는 동네 사람들과 모여협동조합 밥집을 차렸다. 카페+밥집+주점을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공간 숟가락. 숟가락은 모든 재료를 생협의 친환경,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지만, ‘걸어서 가는 동네 밥집’을 내세우는 만큼 일반 백반 집 가격 7,000원에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아침 9시~오후 4시에는 차와 브런치, 점심을 먹을 수 있고 저녁 5:30~8:30에는 오늘의 밥상과 추억의 도시락이 메뉴로 나온다. 화, 목요일에는 혜진의 이모가 직접 담고 빚은 청주와 막걸리, 금요일엔 ‘자야포차’에서 주점을 연다. 아이들이 바닥에서 놀 수 있도록 좌식 공간도 있고, 분리된 공간으로 한 쪽에 복층이 마련되어 있다. 가게는 군더더기 없이 원목으로 심플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니혼진’ 무지 분위기 풍이다. 심야식당보다는 댄디하고 단정하고 넓은 모습이랄까.
샵앱샵 형태로 수제잼, 생강차, 양말인형, 액세서리, 나무도마, 건강 빵, 꽃 등이 가게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다.
영업시간
월~금요일 (토, 일요일 휴무) 09~16시 / 17:30~20:30 / 19:30~01 (화, 목, 금)
주소 과천시 공원마을길 12 지하 1층(가보면 지상 1층 같음)
공간 대여 가능
공간 숟가락을 찍고 페미니즘 책 컬렉션을 선보이는, 게다가 에코페미니즘 책을 모아놓은! ‘여우책방’으로 옮겼다. 여우책방이야말로 샵앤샵과 공유공간의 모범적 사례인데, 임대료 부담을 덜기 위해 오후부터 문을 여는‘별주막’ 공간 한 켠을 사용한다. 막걸리 전문 주막인지라 오픈 시간은 느지막한 오후 3시, 그 전에는 공간이 쉰다. 여유책방 운영자들은 주막이 쉬는 시간에 책방을 열고 커피를 팔고 간혹 낮술 막걸리와 안주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별주막 대신 장사를 하기도 한다. 여우책방 운영진이 일을 접고 집에 간 밤 시간에 들른 책방 손님이나 주막 손님은 별주막 직원에게 책을 구입할 수 있다. 책방과 술집은 악어와 악어 새처럼 오손도손 공생하는 중이다.
‘여우책방' 운영자 중 한 분이신 홍지숲 님 :)
'코땀'의 면생리대와 면 융 커피필터도 팔고 있어요.
페미니즘 책들
손으로 짓는 삶
옷걸이로 만든 독서대
전국의 내로라 하는 막걸리가 즐비하게 구비되어 있지만 별주막에서 제조한 ‘꿀 막걸리’를 강추한다. 싱싱한 해산물 안주는 모두 있고, 채식 두부김치와 멍게가 담긴 물을 재활용해서 끓인 멍게 라면도 별미다.
과천 나들이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처묵처묵’으로 끝났다. 집에 돌아오는 길, 부른 배만큼이나 뿌듯한 마음.:) 부디 오래오래 잘 살아남아 몇 년 후 다시 과천에 갔을 때에도 들릴 수 있기를.
멍게가 들어있는 멍게 냄새 충만한 라면
김치는 한 일 년 묵힌 거 장독대에서 꺼낸 거 같아요.
(김치만 있어도 밥 먹을 거 같다능)
부산의 그 유명하다는 금정산성 막걸리도 있어요.
경기도 과천시 별양상가1로 37 신라상가 B1
02-504-7016
운영시간: 평일, 토요일 15:00~01:00 / 일요일 14: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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