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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ble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내맘대로 지도2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8. 28.


오늘은 비 오는 날도 아닌데 왜 할머니 빈대떡이 먹고 싶은지 모르겠다.

그래서 휴가철 프로젝트인 '대망의 동네시장 지도 만들기'를 블로그에 올린 다음

그 상으로 할머니 빈대떡에 가기로 했다. (남들은 간헐적 단식하는 판에 난 간헐적 폭식이로구나...)


아침, 저녁으로 여름의 무더운 바람은 계절적 순환의 힘에 부쳐 밀려나고

동네산책만 해도 사는 것이 축복처럼 여겨지는 산들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댄다.

가을 배추를 심기 시작할 때가 바로 동네 산책하기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



월드컵시장 모습, 자 그럼 들려볼 만한 망원시장과 월드컵 시장 이야기 뒷편 갑니다요~


11. 하림닭고기

12. 허브컵 치킨


둘다 닭강정 집이다.

망원시장에는 서민의 먹거리 닭강정 집이 많은데

하림 닭고기 집과 그 맞은편 닭강정 집에는 '생크림 닭강정'을 비롯해 4가지 이상의 맛을 자랑하는 닭강정을 선보인다.

하지만 생크림 닭강정이라니!

시장에서 인기는 많은 듯 한데 우유에 밥 말아먹는 느끼한 기분이라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시장 지도를 만들며 고기 요리도 넣고 나도 고기를 좋아하지만

2번 먹을 거 1번 먹으려 노력하고 허벌라게 땡기지 않을 때에는 고기 말고 다른 메뉴를 선택하니 아직까지 맛은 못 봤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흔하게 보지 못하는 메뉴이니 생크림 닭강정도 지도에 넣는다.



허브 컵치킨네 닭강정은 양갠츈하고 닭강정 위에 치즈를 듬뿍 뿌려줘서 좋다.

치즈 더 뿌려달라고 하면 두말 필요없이 더 뿌려주신다.

밤 9시면 깜깜한 망원시장에서 11시가 넘도록 영업하고

밤늦게 문 닫을 즈음에 떨이를 살 때는 깎아주시기도 하신다.

작은 컵 1,000원

큰 컵 2,000원

큰 박스 (배달 통닭 박스) 7,000원

안 깍아주셔도 충분히 싸다.


13. 대원부산오뎅 (오뎅집에서 고추튀김은 꼭 먹어본다)

사진 찍으려 했는데 튀김 튀기시다가 딱 눈이 마주쳐 사진을 못 찍었다.

주인장 아저씨가 한 쪽에 귀걸이를 하고 계신 집으로,

이름은 부산오뎅인데 잔치국수, 식혜, 튀김, 떡볶이 등의 분식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특히 고추튀김 정말 실하다!

며칠 전 홍대 앞 튀김 전문집 '삭'에서 고추튀김을 먹다가 친구랑 동시에 말했다.

"딴 튀김은 몰라도 고추 튀김은 망원시장에 가야 쓰겄다."

오뎅집에서 오뎅만 먹으란 법 있나. 꼭 고추튀김 드세요. :) ㅎㅎ


14. 할머니 빈대떡



지도에 특별히 별 3개 그려놓은거 보이실까나.

나그네 파전, 종로 빈대떡, 원조 빈대떡 어쩌고 저쩌고 모두 할머니 앞에서는

미미네 새우튀김 앞에 선 일반 새우튀김 꼴이 되고 만다.

(아이참, 오늘 밤 미미네도 가고 잡네)

 부들부들 녹는 해물파전과 해물 빈대떡을 양파 간장에 콕 찍어 먹을 때란!

작년에 태국에서 태국식 빈대떡 허이텃을 먹는데 갑자기 할머니네가 생각나서 망원시장이 그립기까지 했드랬다.;;

(할머니, 오겡끼데쓰까?)

아아, 맛있는 할머니 해물 빈대떡과 해물파전.

지름을 두르고 새우, 홍합, 조개를 넣어서 노릇노룻 구워주실 때면 뱃 속에서 세라토닌이 분비되는 듯 하다.

가게 앞에 년 매출 6억이라고 텔레비전 방송 캡처 화면이 붙어있는데 

명절 전에는 온 동네 사람들이 여기에 전 사러 나온 듯 줄을 서 있다.

할머니는 가끔씩만 왕림하시고 할머니 아드님께서 대를 이어 뒤집게를 맡고 계시는 듯 하다.



블로그 하다가 포스팅 임시저장하고 자전거 타고 가서 해물파전 사왔다. (자정까지 운영)

이 집 반죽은 뭘로 하는지 해물파전이 에그타르트처럼 부드럽다.



글라스락을 들고가서 거기에 받아왔다.

(찬조 출현: 수박~수박에는 연유를 뿌려줘야 여름의 완성이지~)


15. 진양수산 + 남경야채



망원 시장이 백화점도 아니요, 관광 명소도 아닐진저

일본어와 영어 플랑카드를 두르고 해외진공포장 서비스까지 갖췄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망원시장의 진면모를 본 듯 하여, 해외 사대주의자인 내 지도에 빠뜨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최고 맛있는 김' 답게, 돌김이 바삭바삭하고 입에 착~ 붙는데

2,000원짜리 돌김 한 봉지만 사도 6등분으로 손으로 잘라 주시는 감동의 서비스를!

아래처럼 김 봉지를 손으로 접어 6등분으로 잘라 주신다.

이 감동에 빠져 내 다른 김 집은 아니 발길을 하게 되었다.



진양수산 바로 옆에 '남경 야채' 라는 가게가 있는데

제목과 달리 야채만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야채로 만든 반찬도 판다.

가지, 도라지, 고사리 무침, 고구마순 김치 등 나물 반찬이 맛있다.

여기서 나물 몇 가지 사다가 고추장 비벼서 비빔밥 해 먹으면 여름에도 입맛이 살아난다.


16. 홍두깨 손칼국수



이미 한 수저 들고 나서 "아 이게 아니지"하고 수저 놓고 사진을 찍었다.

(깔끔한 모습이 아님을 이해해주세요.-_-)

꼭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리고 만다니께요.

특히 음식이 나오면 사진 따위는 모르쇠.





가게 앞에서 직접 국수를 손으로 뽑는다.

손맛 나는 손 칼국수의 가격이 2,500원. 잔치 국수는 무료 1,500원! 두둥!!

휴가 때 밥 하기 싫어 아침 일찍 홍두깨에서 손칼국수를 후루루 시켜 먹고 있는데

나 같은 사람들이 혼자씩 자리를 잡고 끼니를 만족스럽게 해결하고 있었다.

배추김치는 비록 중국산이지만, 김치를 리필해 주신다는 자체만으로도 그저 감읍드릴 뿐.



게다가 포장용기가 500원! 타격이 오는 가격이라 사람들이 자기 그룻을 싸들고 오는 교육적 효과를 발휘한다.

내가 식사를 하던 잠깐 사이, 3명 이상이 손수 집에서 그룻을 싸와 거기다 칼국수를 사 갔다.

오호라!

내 홍두깨 손칼국수 집에서 30분 간 모니터링을 해 본 결과, 

스타벅스도 자기컵 300원 할인에서 500원 할인으로 바꾸면 정녕 효과가 클 거 같다.

본죽같은 곳도 얼릉 동참하시길!


17. 예그린 식품 (핫바 2개에 1,000원)



예그린 식품은 실은 식품 도매점인데 여기서 핫바도 판다.  

핫바에도 도매 가격을 적용하는지, 바로 튀긴 핫바 2개를 1,000원에 판다.

시중가의 절반! 고추핫바, 야채핫바 등 종류도 4가지 정도 된다.

단, 나무 젓가락에 안 꽂아주고 비니루에 담아주셔서 바로 먹기 불편하다는 점, 소스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방금 기름에서 건져나온 뜨뜻한 핫바를 쪼큼 식혀서 집에서 꺼내 먹어도 좋다.

사서 바로 먹고 싶을 때는 나무 젓가락이나 꽂이를 지참할 것.


18. 마포축산 (해물맛, 매운맛, 불고기맛 떡갈비 3개 5,000원)




마포 축산에서는 해물맛, 매운맛, 불고기맛 떡갈비를 구워서 반조리상태로 판매한다.

1개에 2,000원, 3개에 5,000원인데

트럭 차에서 통닭구이 해주는 기계 같은 데에 반죽한 떡갈비를 넣어서 이렇게 조리해주신다.

반찬으로 바로 먹어도 되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후라이팬에 살짝 데워 먹으면 된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 밥 한끼에 떡갈비 한 개만 먹어도 배가 든든해진다.


19. 성미산 마을

이건 뭐시냐고. 망원시장 가게는 아니지만

시장 지도에 우리동네 공동체마을 성미산을 넣고 싶었다.

성미산 마을 사람들, 합정동 홈플러스 들어오기 전부터, 

망원시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산 자여 따르라~'가 투쟁스럽게 흘러나올 때부터

전통시장 살리자고 메세나폴리스 앞 집회에 참석하고 홈플러스 반대 플랑카드를 달고는 했었다.

나도 망원시장 구경과  더불어 성미산 마을 앞 두레생협에서 장도 보고

작은나무에서 커피도 마시고, 작은나무 맞은 편 키다리 아저씨 빵집에서 우리밀 빵도 사다 먹는다.

영화 '춤추는 혁명'의 성미산 마을이 망원시장 지척에 위치해 있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멋진 곳이니, 시장 지도 언저리에 살짝꿍 넣어보았다.


20. 참농 (생협의 셀렉트 샵)




유기농 매실 예약 플랑카드를 보았을 때 "생협 아닌데서 유기농을 뭘 믿고 사 먹어?"라고 매번 지나쳤는데

우연히 앞에 진열된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다 눈에 익은 생협 아이스크림이 보였다.

용기를 내서 안에 들어갔더니

...

이거이 바로 생협의 셀렉트 샵이 아니었는감.

생협 조합원비도 내지 않고, 두레생협, 아이쿱 생협 등 여러 생협의 물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니!

당췌 어떻게 다양한 유통의 생협 물품을 들여놓을 수 있는지 그 전말은 알 수 없으나

주인장 아저씨께서 생활한복을 입으시고 아무도 안 보는 국회TV에 채널을 맞춰놓은 것에서 짐작컨대

생협과 모종의 정신적이고도 정치적인 연결이 있는 듯 하다.

생협의 다양한 물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고 생협을 넘어 아이허브에서 볼 수 있는 제품도 간간히 찾아볼 수 있다.

로하스 족의 먹을거리 셀렉트 샵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망원시장 우수상점에도 선정되었던데, 망원 시장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나도 지도에 올렸다.



매주 3째주 화요일에는 문화예술장터인 '화개장터'도 열린다고 한다.




백화점 이벤트 매장에서 열리는 세일 코너처럼

망원시장에도 빈 가게를 빌려 며칠 동안만 싼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거기서 냉장고 바지를 사 입었다.

냉장고 바지는 더 싸기도 힘든, 3,000원이었다.

하루 입어보고 참말로 좋아 내 절친에게도 하나 선물했다.

망원시장은 먹을거리 뿐 아니라 올 여름 냉장고 패션도 선도하고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대형마트가 있는 동네보다 전통시장있는 마을을 꿈꾸기를 바라며,

내 맘대로 망원시장 버전 1.0은 여기서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