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 안녕.
자기가 여위에서 대자보를 쓸 때 나는 그 옆 여성주의 교지를 내던 방에서 뭉기적 교지를 만들고.
우리 나름 여성주의가 '핫'할 때 학교를 함께 다니던 '응답하라 1997'의 세대.
그 때 학교를 다녀서 좋은 친구들을, 삶의 파트너들을 만난 거 같아.
좋은 친구라기보다는, 마치 우리 사이처럼 친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저 '아는 사이'이지만
우리를 한 범주 안에 묶었던 여성주의, 강의실보다는 동아리방, 어린 정의감에 묻어있던 어떤 분노들, 가족 이야기들이
그저 '아는 여자' 사이를 겉도는 이야기 밖에 할 수 없는, 너무 많이 가버린 고등학교 친구들보다 더 신뢰하게 만들었어.
그런데도 학교를 졸업한지 10년 쯤이 넘어서자 이 범주를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은 드문드문해졌네.
6년 다니던 은행을 나와 비영리단체에서 1년을 보낸 키르케, 반가워.
업으로 삼지 않아도 우리 주변의 그녀들은 여전히 이 범주 안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지만
부모님에게서 안타까움과 실망과 경멸의 압력을 받으며 이 업계로 들어온 친구의 존재만으로도, 위로야.
(뭬냐, 이건 같이 죽어보자는 게냐. -_-;;)
기묘와 함께 성미산 책방으로 놀러갔지.
집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발걸음이 늦었어.
거기서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 매니저로 일하는 자기를 만났고.
언젠가 책방에서 식물을 키우는데 왜 키만 웃자라냐고 물어봤는데 이 놈들인가 봐.
여기저기 놓여있는 소품들에서 키르케 매너저의 냄새가 난다 나.
우리가 동종업계임을 보여주는 바로미터 '촛불켜는 가게' 간판이 보이네.
내가 책방을 둘러보자 자기가 '촛불켜는 가게' 간판 봤냐고 물어봐서 반가웠었어.
(당빵 눈에 띄었지. 나는 팔불출인가뵈~;;)
성미산책방의 책들
어린이 책 코너 (500원 코너도 보인다능:-)
누워서도 읽을 수 있어요.
나름 콜렉션까지 ㅋㅋ
마침 '응답하라 1997' 의 노래들 (자기 세대잖아. ㅎㅎ)
음반 CD들 공간
성미산 마을 서재와 그 안의 모습
마을 서재의 책들은 판매는 안되고 대여만 가능하다고 적혀있어.
LP판을 틀어놓고 들을 수 있는 공간이라니 호사스럽네 그랴. ㅎ
키르케는 유일하게 활동비를 받는 매니저,
그 외 모두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곳.
샵앤샵처럼 책방에 들어와있는 공익상품들.
그 날 자기 일 마치기를 기다리는 도중 생협과자 까먹으면서 책 고르는 여유란.
만화방에는 컵라면과 믹스커피가 있지만
성미산 책방에는 몸과 세상에 좋은 친환경 먹을거리, 공정무역 커피가 채비를 하고 있네.
아메리카노 인스턴트 공정무역 커피 '이퀄'이 나온 줄은 몰랐어. (카누는 알았는데 말이쥐;;)
자기가 성미산책방 매니저로 이제는 '아는 여자'에서 '동종업계 종사자'로 돌아눕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뭐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종종 만나요.
성미산책방에 가서 생협 과자 처묵처묵 하면서 어슬렁어슬렁 책 고를테니.
키르케도 나도, 여위방과 석순실에서 대자보 쓰고 교지 만들 때와 같은 느낌으로,
처음 느낌 그대로, 각자의 공간에서.
*아름다운 가게 성미산 책방
전화 02-392-6004
주소: 서울 마포구 망원2동 474-2 SK빌딩 2층
(6호선 마포구청역 5번출구로 나와 3분 정도 직진, 삼성디지털가전프라자 옆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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