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력 아날로그의 낭만_페트병 스피커
비전력 물건들은 예상 외로 낭만적이다. 에너지 중에서도 가장 절박하게, 원전 반대 시위에서 ‘팔뚝질’하는 심정으로 전기를 아끼고 싶었는데, 겪어보니 나처럼 감성 메마른 사람에게도 어필하는 아날로그의 매력이 분명, 있다. 절수, 단열재, 창호 공사는 ‘이 정도 불편쯤이야’, ‘이 정도 돈은 더 써야지’라는 각오를 다지고 에너지 절감의 대차대조표를 그리는, 지극히 실용적인 과정이었다. 낭만 좋아하고 자빠졌네, 낭만이나 잉여, 장식 같은 것은 도무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집안 구석구석 에너지 절약 요새화, 새 자재 구입시 삼고초려, 가능한 선택지들의 시뮬레이션만이 머리 속에서 버퍼링 되고 다운되다가 다시 버퍼링 되고는 했다. 싱크대 헹굼 물을 받아내고, 왕겨 숯 단열재를 사다 쟁이고, 당최 취향이 아닌 방문을..
2015.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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