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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19

디즈 이즈 타이베이! 페미니즘 서점과 레즈비언 샵 처음에 갔을 때 대만은 일본과 태국을 절반씩 섞어놓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시끌벅적한 대로를 조금만 벗어나 있는 고즈넉한 동네가 흡사 일본의 골목길 같았고, '이런 것을 만들다니!' 싶은 아기자기한 팬시 제품이 일본만큼 많았고, 길거리 음식이 널려있는 야시장은 방콕을 닮았다. 서울과는 닮은 듯하면서도 닮지 않은 느낌이었다. 두 번째 타이베이에 갔을 때, 이 나라에 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미안하지만 일본과 태국의 경우 살고 싶지는 않다. 타이베이에는 그 도시를 지배하는 오래된 건물들의 군상처럼 착 가라앉은 공기가 떠다닌다. '가라앉았다'는 것은 나쁜 의미가 아니다. 우중충하거나 우울한 느낌이 아니라, 단정하고 소박한 댄디함이랄까. 애써 뽐내거나 내세우지 않은, 참빗으로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무채색.. 2017. 11. 9.
그녀의 책을 읽을 시간이 기다려진다, 리베카 솔닛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의 부제는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다. 그렇다. 나는 그녀의 글을 이 부제보다 더이상 간명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녀가 페미니즘, 문학, 예술, 평화, 환경에 대해 쓴 글들은 읽고 쓰고 생각하는 삶, 홀로 일어서는 삶, 그리고 그 '홀로'를 넘어, 타인이라는 '넘사벽'을 넘어, 자기 연민을 넘어, 다른 생명의 고통에 가닿으려 노력하는 연대에 관한 이야기였다. 초여름에 우에노 치즈코 강의가 열렸던 서울여성가족재단의 팀장께서 다음에는 누구를 초대할까, 하길래 주저 없이 대답했었다. "리베카 솔닛이요!" 나처럼 생각하는 눈 밝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다음이 되기도 전에 리베카 솔닛이 내한했다. 아쉽게도 그 주말에 일이 있어 가보지는 못했다. 하지.. 2017. 10. 11.
사랑은 사치일까? 사랑은 사치일까: 여유 없는 일상에서 자꾸만 감정이 생기는 당신에게 벨 훅스 저, 양지하 역 언젠가부터 사랑이니, 섹스니, 잠자리니, 남자니, 감정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종합 비타민제니, 오메가 쓰리니, 목 디스크니, 도수치료니 이런 이야기를 한다. (플러스: "걔네는 도대체 왜 그러니?"라는 어린 것들 뒷다마 까는 꼰대 대화) 슬쩍 동향을 보니 나보다 한 연배 위인 386 세대는 믿고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요양원 정보가 대화의 중심. 이미 충만한 관계에 안착한 사람은 바로 그래서, 이미 속을 파헤쳐놓는 사랑의 상처에 지긋지긋하게 데인 사람은 바로 그렇기에, 젊지 않은 우리는 더 이상 사랑 이야기를 안 한다. 벨 훅스의 사랑에 대한 페미니즘 책을 이토록 늦게 집은 든 까닭이다. 벨.. 2017. 8. 7.
[외모?왜뭐!] '문제는 마네킹이야' 무대 뒤 풍경 저번 주 주말 실태조사 결과 정리하고 보도자료 작성하니라, 살이 마르는 줄 알았다. 의류 사이즈 실태조사 1차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기자회견 날짜는 이미 잡혔고, 실제 인체를 본따 만드는 '커스텀 마네킹'은 해외 동영상을 봤을 뿐, 우리가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 아닌지는 월요일에 가서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보도자료 쓰랴, 기자회견용 피켓과 플랑 만들라, 인포그래픽 자료 만들라, 커스텀 마네킹 걱정하랴, 실로 직장인 10년차 인생 10년 만에 처음으로 밥 먹을 시간을 쪼개가며 일했다는 거 아닌감. 31개 의류 브랜드 사이즈 실태조사 결과가 담긴 보도자료 읽기 20170726 문제는마네킹이야 기자회견 보도자료 from 여성환경연대 마네킹 업체에 키 178센치에 허리 24인치의 일반 마네킹이 아닌, .. 2017.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