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유언장1 생일날 아침, 찬란한 유언장 쓰기 어느 날 갑자기 죽을 거 같지 않던 나른한 하루, 딱 이 정도면 더도 덜도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한 겨울 휴가, 그리고 따뜻한 방콕의 길거리였다. 어디선가 차가 나타나 길을 건너던 나를 박았고 말도 밥도 낯선 태국의 병원에서 수술을 2번 받고 휠체어를 타고 귀국했다. 여행할 때 거리에서 먹던 태국 음식은 그렇게나 맛만 좋더만, 병원 밥 맛없다는 만국 공통의 진실에 따라 입맛도 없고 한국말로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는 병상에서 나는 유언장 생각을 골똘하게 했드랬다. 사진: 모모 호스피스 병동의 고여있는 시간 속에서 인생을 차분히 정리할 거라는 기대도 막역한 거였다. 영양분과 미네랄과 진통제를 엄마의 탯줄처럼 연결된 링겔을 통해 피 속으로 공급받는 건강 상태로는, 태아가 엄마 뱃 속에서 어떤 원초적 의지 외에 .. 2013. 10.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