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1 아픈 몸을 살다 인생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뽑자면, 누군가는 어린 시절이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아니다. 대체로, 지금 이 순간이 좋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만 싶은 순간이 간절하게 존재한다. 할 수만 있다면 여태까지 살아온 시간 중 가장 아프고 불행하고 슬펐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약 오 년 전, 지금 내 나이에 언니는 큰 병을 얻었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직장에 다녔는데, 하루 아침에 병원에서 죽을지도 모르는, 치명적인 병명을 들었다. 그 날로 단절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환자와 비환자의 삶으로 극적으로 변하는 것은 홍해가 갈라지는 것만큼 엄청난 일인 반면, 바닷물이 이집트 전사를 쓸어버리듯 삽시간에 일어났다. 죽음을 마주한 환자의 삶을 가까이서 겪어보지 못한 우리 가족은 어설퍼서, 얼떨결에.. 2017. 12.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