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3

[스페이스 소] 동네에서 여행하는 기분의, 근사한 공간 동네에 멋진 공간이 생길수록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오는 감상에 빠질 수 있다. 별일 없이 동네를 산책하다발견한 의외의 공간이야말로 일상을 여행처럼 반짝이게 한다. 딱히 어여쁠 것도, 기억할 것도 없는 일상다반사에 일일이 감동 받는 여행자의 감상이 절로 솟아난달까. 게다가 수억 톤의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고, 그 덕에 죄책감에 시달릴 일도 없다. 지금 나는 보고 듣고 느끼는 족족 사진과 글로 남기고 싶어 환장하는 여행자처럼, '스페이스 소'의 철제 바에 앉아 포스팅을 쓴다. 동네는 고즈넉하고, 공간은 환상적이고, 딱히 할 일 없는 지극히 오랜만의 일요일과 혼자만의 오후. 달리 무얼 바라겠는가. 서교동의 오밀조밀한 다세대 빌라와 큼지막한 단독주택들 사이에 새로 생긴 '스페이스 소'는 1,.. 2017. 12. 3.
[모로코 메르주가] 사막, 여행, 나 서사하라 사막이 시작되는 마을의 끝 ‘메르주가’에 도착했을 때야, 나는 뜨거운 것을 직접 느껴봐야 뜨거운 맛을 아는 우둔한 사람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청춘을 넘어서니 이제야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과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그러니까 나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것을 어느 정도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느꼈었는데. (아, 망할 놈의 이십 대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아니었다. 착각이었다. 사막에 오기 전까지는 나는 여름에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여름형 인간이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낮 온도가 45도~50도까지 올라가는 메르주가에서 6일을 보낸다는 말에도 ‘그러시던지’라고 응답했다. 여기 와서 비로서 내가 알던 여름의 범위.. 2016. 11. 19.
고양이 낮잠같은 시간들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15일 동안 방콕과 치앙마이에 콕 박힌 여행을 했다. 친구가 물었었다. "넌 잘 살고 있는 거 같냐? 서른 여섯 쯤에 이렇게 살고 싶다,고 어릴적에 생각해 본 적 있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수안나품 공항에서 혼자 물끄러미 대답을 생각했다."뭐 그럴지도. 20대 중반에 바퀴벌레 나오는 인도의 도미토리에서 리조트나 크루즈 여행하는 돈 많은 장년도 좋겠지만, 그런 취향없어 보이는 장년 말고나이 50 정도에는 적당히 깨끗하고 적당히 소박하고 적당히 겉멋 든,게스트 하우스라기에는 실외 수영장이 여유롭고, 부띠끄 호텔이라고 하기엔 가격과 시설이 소박한 곳에서 겨울을 보내다가 봄이 오는 즈음에좋아하는 일이 있는 직장과 끈적이는 쌀밥이 밥통에서 익어가는 집으로 돌아가면 좋겠.. 2013.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