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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6

[페미니즘]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페미니즘 책을 읽었다. 아니지, 오랜만에 책을 읽었지. 2019년 만큼 책을 안 읽은 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2019년 나의 한 해를 요약하자면, 한 권의 책을 썼고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냉장고 파먹기'처럼 머리에 알량하게 축적된 것들을 꺼내먹은 한 해살이.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냉동식품과 얼려놓은 대파까지 파먹고 텅텅 빈 상태가 되어 말 잘 듣는 어린이마냥 2020년 새해 첫 결심을 책 읽기로 정했다. '엑스엑스 룸메' 씨앗이(역대 룸메들 중 최애 캐릭터) 두 달 쯤 전에 빌려준 페미니즘 책, 권김현영 님의 을 읽었다. 잘 쓰여진 페미니즘 책은 독자에게 이런 느낌을 시전한다. 평생 도시에서만 살던 사람이 바다를 처음 보는 감동 같은 거. 시야가 환해지는 경험. 진짜 다른 세상이 있었어.. 2020. 1. 1.
디즈 이즈 타이베이! 페미니즘 서점과 레즈비언 샵 처음에 갔을 때 대만은 일본과 태국을 절반씩 섞어놓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시끌벅적한 대로를 조금만 벗어나 있는 고즈넉한 동네가 흡사 일본의 골목길 같았고, '이런 것을 만들다니!' 싶은 아기자기한 팬시 제품이 일본만큼 많았고, 길거리 음식이 널려있는 야시장은 방콕을 닮았다. 서울과는 닮은 듯하면서도 닮지 않은 느낌이었다. 두 번째 타이베이에 갔을 때, 이 나라에 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미안하지만 일본과 태국의 경우 살고 싶지는 않다. 타이베이에는 그 도시를 지배하는 오래된 건물들의 군상처럼 착 가라앉은 공기가 떠다닌다. '가라앉았다'는 것은 나쁜 의미가 아니다. 우중충하거나 우울한 느낌이 아니라, 단정하고 소박한 댄디함이랄까. 애써 뽐내거나 내세우지 않은, 참빗으로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무채색.. 2017. 11. 9.
[페미니즘] 혁명하는 여자들! 제목만으로도 너는 콜 혁명하는 여자들(sisters of the revolution)이라니!제목만으로도 너는 콜 J 나는야 베트남 사파(Sapa)에서도 ‘Sisters Sapa’ 간판을 보자마자 가격 비교고 뭐고 업체 정보고 뭐고 바로 결제할 정도로 ‘시스터’ 중독자인 것을. 그 좋아하는 BL계에서도 SF나 판타지 장르는 안 읽는다만 너는 제목에 시스터와 혁명까지 들어있는데 내 어찌 건너뛰리. 그리하여 페미니즘 SF소설 선집인 을 읽게 되었다. 그러고는 이 책을 통해 SF소설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어슐러 르 귄의 말처럼 ‘SF는 현실을 다시 곱씹어보는 일종의 사고실험’에 적합한 장르다! 이를 이 책의 번역자 신해경 씨는 “사회적 약자로서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꿈꾸는 여성들의 상상과 고민”이 SF 소.. 2016. 12. 1.
[페미니즘] 아마도 올해의 가장 명랑한 페미니즘 이야기 진짜 여자가 되는 법: 영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괴짜 칼럼니스트의 여자 생태보고서 (케이틀린 모란 Caitlin Moran) 페미니즘이 다시, 핫하다. 근 20년간 이토록 멋지고 전복적인 여성주의가 왜 자기중심적이고 꼰대 같고 시대에 뒤처진 고린내 나는 취급을 받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다음 날 영화 을 보며 눈물을 흘렀을 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미제라블’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길라임'씨도, 트럼프 씨도 대통령이 되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못 일어나랴) 내가 대학 등록금을 내고 건진 것은 페미니즘 교지를 통해 만난, 페미니즘에 경도된 멋진 여자들의 네트워크였다. 만약 여성주의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의 대학시절은 어항 속 금붕어 똥만큼이나 시시.. 2016. 11. 18.